2018년 6월 13일, 참으로 무서운 선거였다. 
자의든 타의든 선거를 앞두고 정당과 후보와 관련돼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들은 선거판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아들의 병역 문제가 불거져 고배를 마셨다. 정동영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선거 막판에 내뱉은 ‘노인 폄하’ 발언으로 예상보다 훨씬 큰 표 차이로 낙선했다.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옥새파문’이라는 희대의 코미디극을 연출하는 바람에 제1당 자리를 민주당에 내줬다. 2012년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의 김용민 후보가 과거 한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했던 여성과 노인 비하 발언이 공개돼 본인은 물론 접전 지역에서 자당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했다.
이게 정상적인 국민감정의 발로였던 게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그 어떤 비리와 추문도 통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發 ‘성폭행’ 의혹이라는 ‘대형 악재’가 폭로됐음에도 자유한국당을 외면한 표심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어 민주당 실세 의원의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이 터졌는데도 한국당은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기막힌 가정사에 얽힌 욕설 파문과 여배우와의 추문 의혹이 선거판을 휘저었는데도 경기도민들은 그에 흔들리지 않았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선거였다. 이번 선거처럼 진영논리가 그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들을 넘은 경우가 일찍이 없던 일이다. 
어쩌다 우리 국민들의 표심이 이렇게 변했을까? 
그 답은 한국당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다. 분명 전세를 뒤집어 놓을 만한 대형 악재들이 연이어 터졌음에도 끝내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한국당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보인 그들의 행태와, 그 이후 벌어진 보수의 분열상에 실망한 보수 유권자들은 새정부 출범 후 들어선 한국당 지도부가 연출한 일련의 ‘엑스맨’적 연극에 분노하며 마음 둘 곳이 없어진 것이다.
자고로 전쟁의 승패는 적을 아는 일이 더없이 중요하나 그에 앞서 자신을 얼마만큼 정확히 아느냐에 달렸다. 이런 이치를 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말할 나위 없이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조차 외면했다. 
게다가 선거를 코앞에 두고서는 적전분열(敵前分裂)까지 일으켜 한국당 후보들이 ‘홍준표 리스크’ 운운하며 홍 대표의 지원 유세가 도움이 안 되니 선거 현장에 나타나지 말아 달라는 ‘홍준표 패싱론’을 들고 나왔다. 당의 수장이 선거지원유세도 하지 못하는 딱한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또 있겠는가,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도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이 앞으로 내놓을 ‘회심의 패’가 보이지 않는다. ‘백약이 무효’라는 사실이 이번 선거를 통해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철저하게 냉정해지는 것과 내부 분란을 억제해 강한 적 앞에 스스로를 보강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모두가 사심(私心)을 버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로 문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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