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때까지 매달 400만원 별도 지급도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대장 내시경을 받다가 식물인간이 된 환자에게 법원이 의료진의 과실을 100% 인정하고,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평생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김양호)는 의료진 과실로 피해를 입은 한모(66)씨가 경기 소재 병원 의사 2명과 서울소재 종합병원 의사 1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의사 3명이 공동으로 약 4억원을 일시불로 한씨에게 지급하고, 한씨가 사망할 때까지 매달 약 400만원 등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한씨는 2014년 4월 동네 병원에서 대장 내시경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은 과실로 대장에 지름 5㎝ 구멍을 냈다. 

의료진은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한씨를 종합병원으로 옮겼다. 한씨는 종합병원 의료진에게 복통이 있으며 숨이 차다고 알렸다. 종합병원 의료진은 대장 내시경을 통해 대장의 구멍을 발견하고 접합을 시도하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다. 

의료진은 한씨가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기관 내 삽관을 하다 수차례 실패해 삽관 성공까지 약 30분이나 걸렸다. 결국 한씨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이 됐다.

재판부는 의료진과 종합병원의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동네병원 의사들에 대해 "대장 천공을 예방하기 위해 내시경 조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신중히 해야한다"며 "진단적 내시경의 경우 대장 천공 발생 확률은 0.03%~0.8%에 불과해 '일반적인' 합병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한씨가 특별히 대장 내시경 검사가 어려운 체질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고 의료진의 과실 외에 대장 천공이 유발될 만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종합병원 의사에 대해 "응급처치 도중 산소 공급에 실패해 한씨를 허혈성 뇌손상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에게 어려움이 있을 경우 적용되는 '책임제한' 법리와 관련, "한씨는 기존에 기왕증이나 대장 질환이 없었고 보통의 건강검진을 받다가 대장 천공을 입었으며, 이후 종합병원으로 전원돼 추가 검사를 받다가 쇼크를 입고 뇌손상을 입었다"며 "이 사건에서는 피고들의 책임을 제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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