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은…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국관리소(CIQ) 출입 게이트 전광판 불이 꺼진 채 통행이 차단되어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이후 재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성공적인 회담이었다는 자평이 이어지면서 경협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

다만 재계는 경제개발 관련 구체적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아, 신중한 반응 속에 향후 진행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분위기다. 증권업계도 실질적인 경협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 향후 투자도 실적 등을 고려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건설·기계 등 수혜 전망…거래소 “투기 수요에 급등락 위험”
‘북미 회담 긍정적 평가’…기업들 사업 재개 ‘신중론’ 밝혀

 
최근 잇달아 남북경협 사업과 관련한 태스크포스를 꾸렸던 국내 주요 그룹들이 지난 12일 진행 된 북미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북 사업 닫힌 문 열리나
 
현대그룹 남북경협 TF팀은 매주 1회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중요 현안이 있을 경우 수시로 회의를 소집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 기존 사업의 분야별 준비사항과 예상 이슈를 철저히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다.

KT는 구현모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을 ‘남북협력사업개발태스크포스(TF)장’으로 임명하고 북한 통신망구축부터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전반의 구축을 준비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내부 조직에 대북사업 관련 역할을 부여하고 사업 준비에 돌입했다.

과거 북한 진출을 추진했던 롯데그룹도 롯데지주와 식품, 유통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대북사업에 일찌감치 ‘도전장’을 냈다.

효성그룹은 북한 주민 생활의 기초인 의복·전력 산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스판덱스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섬유사업에서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초고압 변압기·차단기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북한의 전력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할 경우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유망한 대북 사업 분야로 인프라·건설, 유통·소비재, 에너지, 자원, 관광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석회석, 마그네사이트, 철광석, 무연탄, 금 등 잠재가치 3000조 원(2016년 기준)에 달하는 북한의 다양한 광물자원 개발이 가능하다, 광물공사는 통일 후 10년간 주요 광물 수입을 북한산으로 대체할 경우 45조 원의 수입 대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광물공사는 이달부터 ‘남북자원개발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남북 경제협력에 대비한 대북사업준비팀을 만들었다.
대북사업준비팀은 경협을 추진할 여건이 형성될 때를 대비해 노후 수력 현대화 등 수력발전 협력사업을 준비할 계획이다. 사회기반시설(SOC) 관련 부문인 철도·도로·기계·철강 업종도 사업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삼성, 현대차, LG, SK 그룹 등 주요 그룹들도 계열사별로 북한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나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과거 개성공단 폐쇄 등과 같은 불확실성 리스크를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경협 재개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인 가운데 비핵화가 핵심인 만큼 지나친 기대보다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신증권은 급격한 주가 변동과 높은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우려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들어 경협주의 일일 주가 변동성은 9.7%까지 확대돼 시장 전체(3.5%)의 3배에 육박했다.

경협 테마주의 시가총액과 영업이익은 시장 전체의 각각 30.3%, 14.4%에 그쳤다. 개인투자자 비중은 89%로, 시장 전체(78.8%)에 비해 10%포인트 넘게 높게 나타났다. 거래소는 “경협 테마주는 중소형 기업이 대부분”이라며 “개인의 과도한 투기 수요에 따른 매매로 주가의 급등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냉정한 판단 필요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도 신중한 모습이지만 기대를 안고 공단 재가동 준비에 철저히 만전을 기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 관계자는 “하루라도 빨리 들어가고 싶은 게 바람이다. 남북 관계 개선이 되면 경협은 할 수밖에 없다고 나름 미뤄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공식적으로 의제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시간이 좀 많이 걸리겠구나 하는 불편한 심정이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와의 교감이 부족한 성급한 청사진 남발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산업 고도화가 늦기 때문에 그만큼 기회가 많은 땅”이라면서 “경협이 구체화하면 남북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아직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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