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불복(戰勝不復)’, 전쟁에서 승리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세상에 영원한 승리는 없고 승리에 도취되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승리를 즐길 시간이 필요하다. 결과는 예상한 선마저 훌쩍 넘겼다. 선거전 내내 여당 도우미로 활약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기함할 정도의 결과가 나왔다. 홍준표 대표가 “나라가 통째로 넘어갔다”고 한 말이 적절하다.
 
여당은 수도권 기초단체장 66곳 중 62곳에서 승리했다. 부산·울산·경남마저 39곳 중 25곳에서 이겼다. 부산, 울산은 역대 단 한 번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이겨 본 적이 없던 곳이다. 철옹성이었던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선전이 이어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구미시장 선거에서 이기며 ‘본진 격파’의 성과를 냈다. 강원도에서도 18곳 중 11곳 에서 약진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벌써부터 곳곳에서 고민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 경기도를 포함한 대부분의 광역의회 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야당은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여당 당선자들은 당장 야당이 사라진 의회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난감해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소수’가 되어버린 야당을 어떻게 대우할지, 한집안인 집행부와는 어떻게 관계를 설정하고, 의장단과 위원회 구성을 잡음 없이 처리할 것인지도 당면과제다. 여기저기서 2006년 한나라당이 압승한 이후의 기록을 뒤져보고 경험자들을 찾고 있다고 한다.
 
정치는 민심에 아부하는 게임이다. 끊임없이 유권자들의 비위를 맞추려 하고 만족감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야 승리할 수 있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정치에 연전연승이 드문 것은 이런 기대를 충족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박정희는 독재를 무기로, 3김은 지역에 기대어, 박근혜는 아버지를 끊임없이 소환해서 이 어려운 일을 해 냈다.
 
승자인 더불어민주당은 과연 압승을 선물한 민심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을까?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다. 특히 몇십 년 동안의 기득권을 몰아내고 승리한 강원,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기득권이란 긴 세월 동안 그 지역의 모든 자원을 독점해왔다는 뜻이다. 돈도, 사람도, 정보도 다 기득권의 몫이었다.
 
기득권이 보기에 ‘지방선거의 승리자들’은 아직은 ‘변방의 양아치’에 불과하다. ‘승리자들’의 자질과 능력에 의문을 갖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지역의 공무원들도 ‘승리자들’을 ‘점령군’으로 보고 적대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부분 초보인 당선자들은 기득권의 저항을 뚫고, 공무원 사회의 포획에 넘어가지 않으면서,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당선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아니다. 거대한 민심의 바람에 기대어 한국사회를 뿌리부터 뒤집을 기회를 잡았지만 기회를 살릴 능력을 갖췄는지는 지금부터 증명해야 한다. 실패한다면 오늘의 승리자들은 머지않아 기회주의자가 되거나 패배자로 전락할 것이다. 여당의 선거구호였던 ‘원팀’은 지금부터 더 절실하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큰 승리 뒤에는 큰 패배가 기다리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자연법칙에 가깝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도 일상다반사로 일어났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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