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각·의회·지방권력까지…‘독주’하는 집권 여당
- ‘브레이크’ 없는 권력, 곪아 터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7개 시도광역단체장 중 14곳에서 승리했다.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 2곳에서 이겼고 제주는 원희룡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압승했다.
 
서울의 경우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승리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기초단체장 226곳 중에서 과반이 훨씬 넘는 151석을 가져갔다. 한국당은 53석, 민주평화당 5석, 무소속 후보는 17곳에서 당선됐다.
 
비례대표를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에서도 민주당이 광역의회 비례대표 53석, 기초의회 비례대표 237석 가량의 의석을 가져갈 것이라는 조사도 나왔다. 광역의회 비례대표 의석은 87석이고 기초의회 비례대표 의석은 386석이다. 한마디로 지방권력은 집권 여당의 수중으로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압승해 의회 권력도 다수당을 유지하게 됐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총 12곳 가운데 후보를 낸 11곳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 압승으로 여의도 지형이 불가피하게 변화가 예상된다. 광역단체장 출마로 121석에서 3석이 줄어 118석이었다가 정세균 전 의장이 무소속에서 복당한 데다 11석을 추가로 확보해 130석이 됐다.
 
113석의 한국당과는 의석 수 차이가 17석으로 벌어졌다. 한국당은 경북 김천 1곳에서만 승리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은 정국 주도권을 잡게 됐다. 외형상 여소야대 정국이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 14석과 정의당 6석, 몸은 바른당에 있지만 평화당과 뜻을 함께하는 비례대표 3석을 포함할 경우 국회 내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 무소속 손금주·이용호·강길부 의원까지 합칠 경우 157석으로 늘게 된다.
 
반면 범야권은 한국당 113석과 평화당에서 활동 중인 비례대표 3명을 제외한 바른당 27석과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 무소속 정태옥, 이정현 의원 등을 더해 모두 143석에 그친다. 민주당은 사실상 157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해 의회 권력도 거머쥘 수 있게 됐다.
 
이미 집권 여당은 지난 5.9대선을 통해 중앙권력을 잡았다. 중앙권력의 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톡톡히 보여줬다. 남북미 정상회담을 문 정부가 사실상 이끌다시피 하면서 한반도평화 정착에 일조했다. 이로써 대통령 지지도뿐만 아니라 정당 지지율까지 고공행진을 벌여 사실상 지방권력을 가져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중앙권력, 지방권력, 의회권력 등 대한민국 3대 정치권력을 장악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집권 2년 차 국정운영은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문 정부 들어서 첫 전국 단위 선거였던 만큼 중간평가 성격이 짙었지만 민주당 압승으로 국민의 높은 지지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또한 2020년 총선까지 1년10개월 동안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는 점에서 ‘개혁 골든타임’으로 개혁과제에 대한 강공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내년까지 중앙권력과 의회권력을 최대한 활용해 국회 주도권을 쥐고 개혁 입법 추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 청산과 북·미 데탕트로 물꼬가 트인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재벌개혁,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 등이 궤도 수정 없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보유세, 법인세 등 조세 개혁 카드도 빼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 소속 광역·기초단체장들이 대거 지방정부에 진출함에 따라 대통령 개헌안으로 무산됐던 지방자치분권 강화 정책이 헌법이 아닌 법률로 우선적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미 정상회담 성공과 지방선거 승리를 계기로 좌절됐던 ‘4·27 판문점 선언' 지지 결의안을 다시 추진할 명분을 얻게 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폐쇄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것을 시작으로 철도·경제특구 건설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도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남북경협과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도 구체화하면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한반도 문제 등에 묻혀 있던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실업률·물가·부동산 문제 등 민생 현안들이 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집권 여당의 ‘나홀로 독주’를 견제할 야당은 제 한 몸 추스르기에 정신이 없다. 한국당 홍준표 당대표는 당대표직을 내놓았고 바른당 유승민 대표도 물러났다. 안철수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문수 후보에 밀려 3위를 차지하면서 정치 2선 후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평화당 역시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민주당에게 참패하면서 존재감을 크게 잃게 됐다. 민주당과 정의당을 제외한 야 3당 모두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다. 당연히 당권을 둘러싼 내홍에 휩싸여 집권 여당을 견제할 만한 동력을 찾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될 전망이다.
 
야당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집권 여당 내부에서라도 견제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요원한 일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나듯이 ‘친문 마케팅’으로 경선과 본선에서 승리를 맛본 여권 후보들이 부지기수다. 이를 선거현장에서 목도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에 맞서 ‘쓴소리’를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오히려 집권 여당 분위기는 ‘문비어천가’가 더 세질 공산이 높다. 왜냐하면 원내대표, 국회의장에 이어 21대 공천권을 거머쥔 8월 전당대회에서도 ‘친문’을 등에 업고 나온 인사가 당선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여당은 ‘비문’도 사라지고 너도 나도 ‘친문’을 자청하는 인사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수평적 관계를 제기할 당권 주자들이 나타날 토양조차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권불십년’에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권력이 썩는 이유는 집중된 권력 때문이다. 아무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지적해도 주위에서 눈과 귀를 가린다면 권력자가 사실을 알 길이 없다.
 
집권 2년 차 문재인 정부가 최소 10년 정권을 만들 토양은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그러니 않으면 ‘골든타임’을 ‘마이웨이 타임’으로 보내고 그 후 맞이할 2020년 총선은 현재의 기쁨과 맞먹는 고통속에서 남은 임기를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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