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소버린을 중심으로 SK 손길승·최태원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SK(주)가 기업경영 투명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 오는 3월 주총을 앞두고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30일 SK텔레콤 이사회에 손길승·최태원 이사의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결의안을 주총안건으로 제안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SK(주)의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소버린자산운용 역시 29일 5명의 이사후보를 추천하고, 정기주총에서 경영진 교체 의지를 분명히 했다. 3월 정기주총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SK그룹 경영진의 거취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참여연대, 사퇴 권고 주주제안서 제출

참여연대는 30일 주주제안서를 제출하면서 “국내외 주주 51명(펀드 포함)으로부터 ADR (해외주식예탁증서)를 포함해 총 154만여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대비 2.1%에 해당하는 것으로, 주주제안에 필요한 최소 지분인 1%을 훨씬 넘는다.참여연대 측의 주주제안서 제출 이유는 ‘손길승·최태원 두 이사가 SK텔레콤으로 하여금 SK 네트웍스를 지원하도록 하여 SK텔레콤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의사결정을 요구한 바, 이는 SK텔레콤의 이사로서 지켜야 할 충실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 최태원 SK(주)회장과 손길승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6월 SK네트웍스 분식회계 및 배임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현 SK텔레콤 정관 제34조 제1항 제4호에 의하면,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판결 받은 이사는 이사직을 상실케 된다. 따라서 최 회장과 손 회장이 현재 진행중인 2심재판에서도 1심판결과 비슷한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SK텔레콤 정관상 이사직 상실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또 “주주제안서는 권고 결의안으로서 강제성을 띠고 있지는 않지만, 주주총회 참석 주주 지분의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주주들이 이들의 퇴임을 원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전달할 수 있어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버린 SK(주) 이사진 퇴진 강력 요구

한편 S(주)의 경영권을 놓고 최태원 회장 측과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SK(주)의 2대주주 소버린자산운용의 움직임도 상당히 공격적이다. 소버린은 29일 국내 명망가 5명을 SK(주) 이사 후보로 추천하며 최태원, 손길승, 김창근 이사 등 현 이사진들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했다. 소버린 측이 지난 29일 추천한 SK(주) 이사후보는 조동성 서울대 교수, 한승수 한나라당 의원(전 외교통상부 장관), 김진만 전 한미은행장, 김준기 연세대 교수, 남대우 전 한국가스공사 사외이사 등 5명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국제, 경제, 금융, 에너지 등 각 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이기 때문에 상당수의 주주가 소버린의 제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 지배구조 개선안으로 맞서

이렇듯 SK(주) 최태원 회장을 직접 겨냥한 소버린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SK측은 30일 지배구조개선안을 발표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SK(주) 황두열 부회장이 발표한 이번 개선안에는 ‘올해부터 사외이사를 전체 이사의 과반수로 늘리고 인선자문단을 구성해 이사후보를 추천하는 이사회 중심 경영에 나서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또 내부거래 감시를 위해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15% 수준의 배당률을 꾸준히 유지하는 주주중심 경영을 펼친다는 방안도 이번 개선안에 포함됐다.

SK(주)는 이와 함께 2006년부터 사외이사 비중을 70% 이상으로 높이고 , 2월중으로 신임 이사후보 선정 등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황 부회장은 “대주주가 물러난다고 이사회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반박, 소버린 측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SK의 이 같은 움직임은 소버린의 압력에 정면 대응하는 것으로, 3월 주총에서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SK 채권단을 대표하는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현재까지 SK의 경영구조개선에는 찬성하지만 경영진 퇴진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최태원 회장의 등기이사 임기가 오는 2005년 3월에 만료되고, SK의 안정화를 위해서도 경영권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당초 참여연대도 ‘최태원 회장의 경우 비등기임원으로서 경영활동 참가를 보장해야한다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안한 바 있다.소버린 측이 SK-소버린 분쟁 해결을 위한 참여연대의 중재안을 거절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이사진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힌 것이 오히려 최태원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외국자본인 소버린의 최종 목표가 ‘SK 경영권 장악’이라는 것이 명확해졌기 때문에 국내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최 회장에게 다소 기울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과 그 일가, SK 계열사 지분, 일부 기관투자가 등 SK 우호 지분은 35%. 반면 소버린은 자체 지분 14.99%를 포함, 헤르메스 등 외국계 펀드 지분을 합쳐 20.69%의 우호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나머지 외국인 지분 28.15% 와 국내 기관투자가 및 소액주주 지분이 경영권의 향방을 좌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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