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이 요즘 의정활동에 매달리고 있지만, 4·15총선이 끝난 뒤부터 차기 대권 재도전 의지를 더욱 불태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통합21 관계자는 “지역구에서 당적을 갖고 운신의 폭을 넓히라는 주문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정 의원이 단식투쟁을 하던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를 위로차 방문한 직후 한나라당 입당설이 흘러나왔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4·15 총선 초입에서부터 정 의원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증폭되면서 차기 대권구상에 대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정몽준 의원은 지난해 연말 이후 지역구에서 살다시피 한다. 정 의원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과거와는 달리 지역구 활동에 엄청난 열의를 보이고 있다.

양로원, 시장 방문, 동네 의정보고회 개최 등 바닥민심을 훑고 있다. 사회복지사들과도 간담회를 갖고 지역구의 소외계층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 의원측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지지철회 사건의 충격이 유권자들의 머리에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다”며 “정 의원이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선 이후 정 의원이 미국 스탠퍼드대학으로 단기 유학을 다녀오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피해왔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국민통합21의 한 관계자는 “형(정몽헌)의 자살 이후 크게 괴로워했던 정의원이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된 느낌”이라면서 “구체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여러가지 구상을 하며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당분간 국민통합21 재건과 총선준비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통합21 전대변인을 지냈던 한 인사는 “총선 뒤에 대선 재도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도전 방식도 기성 정당 입당보다는 국민통합21을 재건하는쪽에 생각을 두고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 최근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갈등도 정 의원의 행보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구주류와 전략적 연계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가에서는 이런 구도가 가시화한다면 그 과정에서 최근 민주당에 복당한 김민석 전의원이 연결고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가에서는 이같은 가설의 성사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이다. 정대표와 정치적 코드가 맞는 정치집단은 한나라당과 자민련. 한나라당 당권 경쟁의 결과도 정대표의 선택에 영향을 끼칠 듯하다. 또 자민련과의 연대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선 전 몇 차례 JP(김종필)와 코드를 맞춘 경험이 있고 그 당시 두 사람의 연결고리였던 내각제 개헌 카드도 여전히 살아 있다.

정 의원은 최근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과도 조우하면서 주목을 받았다.연초 새해인사를 겸해 동교동 사저로 김대중 전대통령을 방문, 본격적으로 차기를 구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정 의원은 김 전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김 전대통령이 많은 도움을 줬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전대통령은 “월드컵 개최 기간에 남북관계가 좋아 성공적인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며 “이해당사자들이 경쟁을 하더라도 국가 전체이익을 위해 자제할 때는 자제하고 국제적으로 신중하게 처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정의원측은 전했다.당초 15분으로 예정됐던 이날 면담은 예정시간을 넘겨 30여분 동안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연말에 재임시 월드컵 대회 유치를 적극 지원했던 김영삼 전대통령을 외부로 초청해 저녁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신낙균 국민통합21 대표도 동행했다. 신 대표는 “월드컵 성공개최에 대해 인사방문을 가자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정의원과 했는데 그 동안 여러 여건이 여의치 않아 못 갔다”며 “새해 인사를 겸해 식사자리를 마련한 것이며 정치적인 이야기는 없었고 덕담수준의 이야기가 오갔다”고 전했다.하지만 정 의원이 재모색하고 있는 차기구상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이뤘으나 대선 막판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이후, 유권자들의 뇌리에 그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도 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게다가 한때 대안 정치세력으로까지 떠올랐던 국민통합21이 국민들 기억에서조차 아련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국민통합21의 핵심인사들도 앞다퉈 당을 떠나면서 껍데기만 남았다는 비판이다.신낙균 대표도 민주당 복당과 열린우리당 입당을 저울질 중이라는 소문이 들린다.이에앞서 전성철 전 국민통합21 정책위 의장이 민주당에 입당, 국민통합21 대탈출의 물꼬를 텄다. 측근들의 이런 기류는 정 의원에게 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독선적 정치스타일이 달라지지 않는 한 그와 정치적 인연을 맺으려는 세력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