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장착된 에어백의 오작동으로 인해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에어백 오작동과 작동에 따른 운전자 위험 노출 등 소비자 불만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에어백 장착 의무화가 세계적 추세임에도 관련법 미흡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운전자들에게 생명줄과 같은 에어백 오작동 사례를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최근 조사결과를 가지고 짚어봤다.

<편집자주>한국소비자보호원(원장 최규학)이 2003년 9월까지 접수된 에어백 관련 소비자 불만사례 121건과 국산 자동차의 에어백 장착 실태 및 에어백 관련 제작사 자체 기준 등을 조사한 결과, 자동차 에어백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과 불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 에어백은 자동차 회사나 차종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고정 벽을 시속 19∼30㎞속도로 정면 충돌할 경우 에어백이 작동해야 하며, 시속 13∼16㎞이하로 충돌할 때와 도로 턱을 지날 때, 측면이나 사면 충돌시 전방 에어백은 전개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조사결과 자동차 에어백의 품질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당시 에어백이 작동되지 않은 차량의 운전자 58명을 대상으로 충돌 사고 당시 주행속도를 문의해본 결과, 시속 50∼70㎞였다고 답변한 사람은 전체응답자 58명 중 23명(39.7%)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70∼90㎞ 18명(31.0%), 90㎞이상 7명(12.1%) 등의 순으로 조사돼 에어백의 오작동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충돌 당시 차량의 속도는 평균 시속 50㎞이상 차량이 무려 82.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충돌 대상은 차량이 전체 건수 58건 중 39건(67.2%)을 차지했고, 도로분리대, 가드레일, 전봇대 등 도로주변 장애물 17건(29.3%), 기타 2건(3.5%)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고당시의 속도 및 충돌대상을 감안할 때 에어백의 오작동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또 에어백 오작동 조사대상 차량 14대 중 5대(35.7%)는 주차도중 갑자기 에어백이 작동해 곤란을 겪은 사례로 조사됐고, 과속 방지 턱을 지나거나 뚜렷한 이유 없이 에어백이 작동한 경우도 있었다. 또 상대 차량에 의한 추돌 등 사고를 당하였는데도 에어백이 작동한 경우도 조사됐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에어백 작동으로 운전자가 화상을 입는 등 부상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에어백 작동 사고로 운전자가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사람은 58명 중 46명(79.3%)에 이르며, 이중 전치 4주 이상 진단을 받은 사람은 25명으로 43.1%를 차지했다. 이중 전치 12주 진단을 받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동차 충돌 사고 시 에어백이 작동하면서 발생한 열로 인해 운전자의 얼굴 등에 화상을 입힌 사례가 조사대상 121건 중 4건(3.3%)으로 나타남에 따라 에어백 사용시의 안전성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거주하는 정 모씨의 경우 마주 오던 승합차가 중앙선을 침범, 돌진하는 바람에 정면 충돌, 운전석 및 조수석 에어백이 모두 작동되었는데, 조수석에 탔던 아내는 에어백 작동 시 발생한 열로 인해 얼굴 전면에 화상을 입은 사례도 있었다. 이에 따라 에어백 오작동과 안전성 확보에 대해 자동차 제조사들의 적절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어백 장착을 권고하고 있는데 자동차 사고 시 탑승자의 보호를 위해서는 서방국가들처럼 에어백 장착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법에 따르면 2002년 1월 이후 영업용 승용차(택시)와 승합차 등 일부 차량을 제외한 국산 승용차는 모든 차종에 대하여 운전석 에어백을 자동차 제작사에서 기본으로 장착토록하고 있다.그러나 미국의 경우 이미 1997년부터 모든 승용차와 상용차(소형트럭, 밴)의 운전석 및 조수석 모두 에어백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 탑승자 안전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와 소비자 안전 확보를 고려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자동차 에어백의 경우 소비자가 30∼60만 여원을 추가부담하고 장착한다. 그러나 운행 중 뚜렷한 이유 없이 에어백 경고 등이 점등되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으로 기십만원대에 이르는 수리비를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 보호원에 이와 같은 소비자 불만이 조사대상 121건 중 13건(10.7%)이나 접수됐다. 에어백에 대한 자동차 회사의 보증기간도 개선되어야 한다. 자동차회사는 현재 에어백의 보증기간을 일반보증기간인 2년 이내 또는 주행거리 40,000㎞, 3년 이내 또는 주행거리 60,000㎞를 적용하고 있다. 사고 시에만 작동되며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에어백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부품의 내구성을 감안해 일반보증기간과 같이 보증기간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따라서 에어백 장착 의무화와 더불어 에어백의 합리적인 품질보증기간을 소비자피해보상규정에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에어백 관련 문제 발생 원인 분석과 예방을 위한 대책강구와 가스발생기 온도 과열 방지 기준 마련 검토 및 에어백 장착 의무화 방안 검토, 에어백 품질보증기간 연장 등을 관계 기관에 건의하기로 했다.

한편 사고로 파손된 차량의 수리비는 500만원 이상이 전체 조사대상 58대 중 23대(39.7%)로 가장 많았고, 200∼300만원 미만은 9대(15.5%), 300∼400만원 미만 7대(12.1%), 100∼200만원 미만, 400∼500만원 미만 각각 6대(10.3%) 등으로 나타났다. 수리비가 너무 많아 폐차시킨 경우는 3대(5.2%)다. 폐차 3대를 포함, 수리비가 300만원 이상인 차량은 58대 중 39대(67.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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