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한 가구의 한 달 지출액을 보면 상수도요금, 전기요금, 도시가스요금, 지하철요금, 버스요금, 철도요금, 택시요금, 우편요금, 통신요금, 난방요금, TV시청료 등 공공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매년 제기되는 공공요금 인상문제는 소비자에게는 주된 관심사이다. 그런데 공공요금의 인상에 대한 시각은 공익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공익기업은 기업의 계속유지와 수요증대에 대비한 설비증설 및 질 좋은 서비스의 제공을 전제로 요금 인상을 요구하지만 소비자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다른 물가에미칠 자극을 우려하여 요금인상을 반대한다. 내년에도 지하철, 택시 및 버스요금 등 개별 공공요금의 인상은 소비자의 반발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공공요금 인상정책에 대한 소비자의 반발논리를 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공익기업의 경영비효율을 요금인상으로 손쉽게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주장이다. 즉 근본적 해결을 위한 기존시스템의 개혁 없이 독점체제의 방만한 경영에 따른 적자경영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려는 편의주의라는 주장이다.둘째, 비공개적이고 불투명한 요금결정과정이다. 요금결정과정에서 소비자의 이해와 경제적 사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공익기업과 관계부처간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비스이용에 따른 대가의 지불이라기 보다는 그냥 거두어 가는 ‘세금’과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셋째, 정부 공공요금정책의 비일관성 및 신뢰성 부족이다. 노사분규에 따른 미봉책의 인상, 공익기업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강력한 개혁의지 미흡 등으로 소비자가 정부정책을 신뢰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넷째, 서민생계 부담이다. 공공요금의 동반인상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이에 따른 서민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나아가서 노사관계나 임금인상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다.소비자의 반발의 기저에는 공익기업에 대한 불신과 공익기업 또는 공공요금에 관한 정보의 부족함이 내재되어 있다. 소비자의 주장은 그 진위여부를 떠나 소비자의 권리중 알권리, 선택할 권리, 의견을 반영시킬 권리 등이 실현되지 못하는데서 발생한다. 따라서 이러한 소비자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공공요금의 인상 또는 조정이 아무리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 할지라도 공공요금정책을 원점으로 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결국 공공요금의 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반발은 소비자의 권리보호라는 명분이 더해져 공공요금정책의 재검토 또는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공공요금정책이 공익기업의 이윤과 물가안정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다면, 앞으로는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이미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소비자보호원 차원에서 공공요금정책을 펼치고 있다.소비자보호 차원에서 문제가 되는 분야는 공공요금정책의 핵심인 공공요금 결정제도이다. 현재까지의 우리나라 공공요금 결정제도는 물가행정의 효율성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공공요금의 결정과정에서 소비자참여 미흡, 요금산정기준과 요금수준 불확실, 정보공개미흡으로 소비자의 불신감과 불만고조 등으로 요금조정결과에 대해 소비자의 반발을 초래하고, 사업의 효율화를 유도하지 못하는 등의 부정적인 면이 많이 노출되었다. 예를 들면 전기요금·철도요금 등의 공공요금은 독점기업으로 요금의 중간의사결정 과정은 물론 실질적인 소비자참여절차가 미흡한 상태이고, 시내버스·택시·상하수도요금 등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요금은 지방자치단체별로 물가대책위원회 또는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으나 지역주민의 의견반영이 충분치 못하다.

또한 공익사업의 규제 철폐 또는 완화에 따라 종래 자연독점으로 여겨진 분야에서도 민영화로 경쟁이 생기고, 다른 사업분야와의 사이에서 대체적인 경쟁이 생기는 등 경쟁조건의 정비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경쟁과 선택의 시대에 어울리는 그리고 효율성의 추구에 무게를 둔 공공요금정책의 마련이 미흡한 실정이다.이에 중간의사 결정과정의 강화, 소비자참여 확대, 정보공개의 활성화, 가격설정방식의 효율화 및 인센티브 방식으로서의 전환, 요금체계의 다양화·탄력화 등 공공요금 결정제도의 개선이 도모되어야 한다.첫째, 한국소비자보호원이나 소비자단체의 참여를 확대하거나 공청회를 법정화하여 요금의 중간의사결정 과정을 강화하여야 한다.둘째, 요금조정시 단순한 요금인상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요금결정방식의 개선 또는 요금체계의 다양화·탄력화 등 경영효율화 목표도 함께 제시함으로써 공익기업도 효율적 경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자세를 명시적으로 표현하고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요금인상시 이에 따른 서비스의 향상이 실행되어야 한다.넷째, 정보공개의 활성화 등으로 경영자료의 투명성 유지가 필요하다.공공요금정책의 개혁은 단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은 분명히 아니다. 따라서 소비자보호차원의 개선방안 이외에도 공익사업의 효율화 차원을 포함한 공공요금정책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접근이 있어야 한다.결론적으로 소비자보호의 관점에서는 공공요금의 공평성·안정성을 확보하면서 효율성과 투명성을 보다 높이고, 소비자의 편의향상과 가격·요금의 저렴화를 도모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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