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개미’ 국내 확산!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부산, 인천, 평택 등 국내 주요 항구에서 붉은불개미 발견 소식이 잇따르며 검역본부가 주목하고 있다. 독성을 지녀 일명 ‘살인 개미’라고도 불리는 붉은불개미. 사회 전반에 드리운 붉은 불개미를 향한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방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평택·당진·부산·인천…전국 항만 휩쓴 붉은불개미 공포에 방역 강화
남미 원산지, 미주 대륙 거쳐 아시아권 유입…지난해 국내서 첫 발견


지난 21일 부산항 자성대부두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이하 검역본부)를 비롯한 환경부, 농촌진흥청 등 관계기관과 학계 전문가 30여 명이 모여 전날 발견된 붉은불개미(Solenopsis invicta)에 대한 합동 조사를 벌였다. 붉은불개미 추가 발견 여부를 확인하고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을 위해서다.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시작된 조사에서 붉은불개미로 추정되는 개체들이 추가 발견되자 오후 4시쯤 굴착기를 동원해 아스팔트를 부순 뒤 아래쪽을 확인하는 등 엄중한 조사가 이뤄졌다.

해당 장소는 전날인 20일 바닥에서 외래 붉은불개미 10마리가 발견됐다. 당시 발견된 개체는 번식 능력이 없는 일개미로 알려졌다.

이후 검역본부는 붉은불개미 발견 지점과 주변 반경 5m 내에 통제라인과 점성 페인터 방어벽을 설치하고 스프레이 약제를 살포하는 등 방역 작업을 실시하고, 발견지점 반경 100m 내에 적재된 컨테이너의 이동을 제한하고 소독 후 반출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이튿날인 21일 시행된 합동 조사는 이에 대한 후속 조치다.
 
부산 감만부두 최초
올해 벌써 4번째
 

경기도 평택·당진항(이하 평당항) 동부두 컨테이너 터미널 야적장에서도 붉은불개미 서식지에 대한 정밀 조사가 이뤄졌다.

검역본부는 정밀 조사 이틀째였던 지난 20일 야적장 내 최초 발견지점으로부터 200~300m 거리가 있는 곳까지 범위를 확대해 정밀 조사와 분포 조사를 시행했으나 붉은불개미의 추가 발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여왕개미의 존재 유무를 밝혀내기 위해 컨테이너 1200여 개를 반출하는 등의 작업도 이어갔다. 여왕개미의 경우 지하 2~3m 내에 있을 가능성이 고려돼 야적장 바닥에 깔린 두께 80cm의 철근콘크리트를 걷어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조사를 통해 여왕개미 서식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다.

정밀조사 첫날이었던 19일 해당 장소에서 조사단은 붉은불개미가 군체(群體·같은 종류의 개체가 많이 모여서 공통의 몸을 조직하여 살아가는 집단)를 이뤄 서식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최초 발견지로부터 시멘트 균열을 따라 추적하니 20m 간격을 둔 두 개의 지점에서 추가 발견된 것이다. 이에 따라 총 3개의 지점에서 애벌레를 포함한 일개미 700여 마리와 알 40여 개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해당 군체는 조사를 통해 현재 공주개미, 수개미 등 번식 가능한 개체가 없는 초기 단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양영철 한국유용곤충연구소 소장은 “일개미들은 (수입하는) 컨테이너 등에 묻어서 올 수 있다”면서도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한 마리에서 수만 마리의 개미 군집이 이뤄지는데, 이것이 통째로 오지 않는 이상 붉은 개미가 발견됐다고 해서 여왕개미가 반드시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해당 장소에서 붉은불개미 20여 개체가 발견돼 검역본부는 긴급 방제를 시행했다. 당시 발견된 붉은불개미 역시 부산항과 마찬가지로 번식 능력이 없는 일개미였다. 하지만 이 개체가 눈에 띈 곳은 밀폐되지 않은 야외였다는 점이 부산항과 변별됐다. 이 경우 외부 유출 또는 주변 지역으로의 확산 가능성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붉은불개미가 국내서 최초 발견된 것은 지난해 부산항 감만부두에서다. 당시 발견된 붉은불개미 개체 수는 25마리였다. 이후 국내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사례는 지난 2월 인천항, 지난달 30일 부산항, 이달 18일 평당항과 20일 부산항 등 올해만 4번째다.

한편 지난달 28일 부산항에서 발견된 붉은불개미 의심 개체 한 마리는 유전자 분석 결과 열대불개미로 확진된 바 있다.
 
국내 등장 빈도↑
이제 안전지대 아냐

 
국내 역시 붉은불개미가 등장하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안전지대라 부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1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이미 붉은불개미가 정착한 국가는 14개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에 포함된 붉은불개미는 남미 중부지역이 원산지다. 1982년 이후 2000년까지 미주 대륙을 중심으로 번져 2001년부터 호주, 뉴질랜드, 대만, 말레이시아, 중국 등 아시아권으로 확산됐다.

붉은불개미의 국내 유입에 관해 양 소장은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 일본, 대만 등에서는 (붉은불개미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면서 “물류 등은 가까운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전달되다 보니 우리나라도 안전한 지역이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의하면 붉은불개미가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권에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해당 개미의 출현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붉은불개미가 공포 요소가 된 까닭은 ‘살인 개미’라는 별칭 때문이다. 붉은불개미는 꼬리 부분에 있는 날카로운 침에 염기성 유기화학물인 알칼로이드인 솔레놉신과 독성물질인 포스폴리파아제, 히알루로니다아제 등이 섞여있다.

찔릴 경우 심한 통증과 가려움증이 동반되며, 심할 경우 현기증과 호흡곤란 등 과민성 쇼크가 유발되기도 한다.

양 소장은 “과민 면역 반응이 있는 이들, 노약자들이 붉은불개미에 물렸을 경우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붉은불개미가 개미 중에는 치사율이나 물렸을 때 환자 발병 가능성이 높지만 심각하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붉은불개미 독성지수는 1.2로, 2.0인 꿀벌과 작은 말벌보다 낮은 수치를 띤다. 이처럼 붉은불개미에 쏘였을 경우 쇼크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긴 하나 치사율이 과장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아울러 양 소장은 붉은불개미를 주의하기 위해 “(발견 장소에서 일하는 사람일 경우) 일하다 쉴 때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는 등의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일반인의 경우 붉은불개미인지 판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장소에서 개미를 봤을 때 빨리 검역소 등에 신고해 초기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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