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개혁’ 적임자일까···경찰 내부서 “현장 경험 없다” 우려 나와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차기 경찰청장 내정자로 민갑룡 현 경찰청 차장을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민 차장을 차기 경찰청장 내정자로 지명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민 내정자는 경찰개혁의 적임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 내정자를 향한 경찰 내부의 시선은 다소 엇갈린다. 전략통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현장과 거리가 먼 기획가로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일요서울은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해 살펴봤다.

경찰대 4기, 호남 출신 수장 역대 세 번째···“기획에 유능한 사람”
이철성 현 경찰청장 임기 이달 30일···당분간 청장직 ‘공석’


민갑룡 경찰청 차장이 지난 15일 이철성 현 경찰청장의 뒤를 이을 제21대 경찰청장으로 내정됐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민 차장을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민 내정자가 자리에 오르면 호남 출신으로는 역대 세 번째 경찰 수장이 된다.

호남인으로는 지난 2001년 퇴임한 이무영(전북 전주) 전 청장 이후 17년 만이며 전남으로 범위를 좁히면 지난 1999년 퇴임한 김세옥 전 청장 이후 20년 만이다.
 
경찰 대표적 ‘기획통’
지방청장 경험 無 ‘약점’

 
전남 영암 출신인 민 내정자는 영암 신북고를 거쳐 경찰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또 경찰대 4기인 민 내정자는 경찰청 기획조정담당관, 치안정책 연구소장, 기획조정관 등을 역임한 경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이며 빈틈없는 업무 처리로 정평이 나있다. 인상은 부드러워 보이지만 일 욕심이 많아 경찰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앞으로 업무량이 늘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안정보다는 변화와 개혁’을 택했다는 게 이번 인사 배경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경찰 개혁을 이끄는 데 민 내정자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5일 민 내정자의 인선 배경을 밝히면서 “민 내정자는 경찰청 기획조정담당관, 치안정책 연구소장, 경찰청 기획조정관 등을 역임한 경찰 내 대표적 기획통으로 경찰개혁의 적임자”라고 밝힌 바 있다.

민 내정자가 그동안 ‘민주적 통제’라는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최근 경찰 개혁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는 점에서 업무 연속성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민 내정자가 경찰의 숙원 사업이었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경찰 개혁 과제를 주도하면서 치안감 승진 1년 만에 지난해 말 치안정감으로 초고속 승진한 것도 같은 이유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민 내정자 또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 내정자는 지방경찰청장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이철성 현 경찰청장까지 역대 스무 명의 경찰청장 중 지방경찰청장을 거치지 않고 경찰 수장이 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기획 등 업무 추진에는 능할 수 있으나 조직 관리에 총괄 지휘관으로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있다.
 
‘워커홀릭’ 정평
“너무 이르다” 우려도

 
우선 경찰 내부에서는 민 내정자를 치열한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과 대등한 위치를 확보할 전략통이라는 데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현장과 거리가 먼 기획가로서 ‘만기친람’형 업무 형태가 오히려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

일선 경찰 관계자들은 민 차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에 ‘예상됐던 인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주민 서울경찰청장, 조현배 부산청장 등과 함께 청장 후보로 등장했을 때부터 민 내정자가 우세하다고 보는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다”면서 “능력 있는 인물인 것은 다들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획에 매우 유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논리와 이론 측면에선 따라갈 자가 없다고 한다”면서 “조직의 방향 및 정책을 정하는 청장에겐 정무적 판단력이 가장 중요하다. 실무는 참모들이 챙기면 된다”고 밝혔다.

민 내정자는 이른바 워커홀릭(일 중독)으로 악명이 높을 정도로 많은 업무량을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본청 직원들 사이에선 벌써 ‘민 드래곤(Dragon‧용)이 온다. 우리 죽었다’는 푸념이 나온다고 한다. 치안정감급이 되면 일에 느슨해지기 마련인데 계속 일만 한다더라”고 전했다.

민 내정자는 현장 경험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조직 장악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다. 민 내정자는 본청장으로는 드물게 지방청장 경험이 없다. 지휘관으로서의 이력은 지난 2008년 전라남도 무안경찰서장과 2012년 서울 송파경찰서장으로서의 경험이 전부다.

치안정감을 단 지 1년도 안 돼서 청장이 된 초고속 승진 코스를 둘러싸고 불안한 시선도 있다. 이주민 서울청장은 경찰대 1기다. 그러나 민 내정자는 경찰대 4기다. 검찰만큼 기수 문화가 강하진 않지만 ‘너무 이르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또 업무 추진력이 지나치게 강해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현장을 잘 모르면서 아이디어를 과하게 밀어붙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각종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것을 두고 오히려 일을 더 만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기획통이고, 경찰에 대한 애정도 큰 사람이다. 수사권 조정엔 확실히 도움이 될 사람”이라면서도 “다만 캐릭터가 너무 팍팍한 느낌이 있다. 소통이 어려울 수는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치안정감 자리에서는 일을 실무자처럼 하는 사람”이라며 “모든 것에 대한 모든 보고를 다 받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인사 청문
당분간 어려울 수도

 
지난 20일 민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접수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사유서에 따르면 민 내정자와 관련해 “경찰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와 업무추진 능력은 물론 합리적이고 빈틈없는 일처리로 남다른 역량을 발휘해 조직 내외부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풍부한 경험과 자질, 능력으로 수사 구조개혁, 자치 경찰제 도입 등 시급한 경찰개혁 현안을 조속히 완수해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 국민이 주인인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데 최고의 적임자”라고 했다.

민 내정자가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내정자는 본인과 배우자, 모친 명의로 총 5억7224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민 내정자는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단독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3500여만 원 임대채무도 신고했다. 또 1억640여만 원의 예금과 2010년 투싼 자동차도 보유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요청서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기한 안에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회가 보고서를 보내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 없이 임명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20대 하반기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지 않아 민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2016년 8월 박근혜 정부에서 경찰청장에 오른 이철성 현 청장은 이달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경찰청장직은 공석 상태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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