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폐쇄·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반발 잇따라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원자력발전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원전 4기 건설 백지화를 결정하면서 노동조합 및 관련 단체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이 6·13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탈원전 정책을 진행한 것을 두고 ‘지지부진한 탈 원전 정책을 해결하기 위해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총대를 멨다’거나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방선거 결과를 믿고 충분한 토론 없이 의결을 진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경제성과 안전성을 이유로 폐쇄 결정이 옳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찬반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 하필 지방선거 직후? 일방통행 식 의사결정 논란
노동조합·관련 단체 등 “한수원 결정 철회하라” 비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밝힌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결정 배경은 경제성과 안전성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부터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까지 안전조치 강화로 비용이 늘면서 비용 부담과 가동률 저하 등으로 더 이상 가동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수원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로 추진 중인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원전 사업 종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983년 가동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2012년에 30년 수명을 다했지만 2015년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22년 11월까지 수명을 연장한 바 있다. 정재훈 사장은 수명 연장을 재변경한 것을 두고 “2009년 경제성 검토 당시와 지금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조치 강화로 비용이 늘었으며 경주 지진 이후 안전상 이유로 상당 기간 가동 정지 상태에서 추가적인 안전보완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이후 정비 중인 월성1호는 현재도 예방 정비를 이유로 가동을 멈춘 상태다. 지난 3년간 이용률은 57% 수준이다. 정재훈 사장은 “지난해 말 기준 월성1호의 발전단가가 125원인데 판매단가는 60원 정도”라며 “이미 월성1호기는 적자발전소”라고 강조했다.

또 월성1호가 국내 전력 공급 전체 용량의 0.6% 정도에 해당하기 때문에 전력수급계획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한수원은 월성1로 폐쇄와 함께 사업 종료를 결정한 천지와 대진 원전사업의 보상에 대해서도 정부와 협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월성 원자력발전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원전 4기 건설 백지화 발표 이후 곧바로 반발의 목소리가 거센 상황이다. 명확한 근거조차 없는 일방통행 식 탈원전 정책 실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 노동조합은 “월성 1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2022년까지 운전을 승인받았고, 노후설비 교체와 안전성 강화를 위해 5600억 원을 투입한 안전하고 깨끗한 발전소”라며 조기 폐쇄 결정에 따른 손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관련 단체인 국회원전수출포럼과 원자력정책연대는 지난 19일 한수원 이사회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원전 4기 전면중단 결정과 관련 합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는 최연혜, 정유섭, 이채익 국회의원과 김경희 환경운동실천협의회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최연혜 의원은 성명서을 통해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지난 15일 한국수력원자력은 첩보작전 하듯이 이사회를 개최해 원전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사업 종결을 결정했다. 무엇이 두려워 비밀리에 이사회를 개최한 것인가”고 힐난했다.

또 “월성 1호기는 2012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10년간 연장운전을 승인받아 운영기간이 4년이나 남아 있다. 특히 수명연장 시 노후설비 교체에 5600억 원, 지역상생협력금 1320억 원을 투입했는데, 비용부담에 대한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라고 물었다.

무엇보다 신규 원전 사업종결에 따른 원전 생태계의 붕괴로 인해 원전 핵심 전문가들의 대량 해외 유출을 우려했다. 지난 60년 동안 쌓아놓은 기술들이 일거에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아울러 원자력발전을 축소시키면서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가스발전을 늘리는 것은 발전 원가가 3배 높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며, 서민들을 에너지 빈곤층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원자력 불감증을 조성해 국민을 기만한 고의적 결정에 대해 곧 다가올 국민 개개인이 체감해야 할 어려움에 대해 심판받을 것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원자력정책연대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불가피하게 법적 요건인 힘없는 217명의 원고인단을 도와 강력한 권력기관인 산업부를 대상으로 행정계획인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 취소소송을 재기했다”고 발표했다.

한수원은 ‘왜 하필 지방선거 직후에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라는 질문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국회의원-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에너지정책이 정권 따라 급변하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 17일 긴급성명을 내고 “한수원은 정부 여당이 지방선거 압승을 거둔 다음 날 예정에 없던 긴급 이사회를 열고 월성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며 “월성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백지화 결정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재훈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선봉에 서 있는 형국이 됐다. 앞으로 정재훈사장과 한수원이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탈 원전 정책의 명분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탈 원전 정책은 물론 종합에너지회사로 탈바꿈도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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