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주류인 '친노·친문 좌장'으로 불리는 이 전 총리의 정치적 무게감을 고려하면 그의 판단에 따라 전당대회 판도가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일부 친노·친문그룹은 원활한 국정운영 지원,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21대 총선 관리 등을 명분 삼아 이 전 총리에게 출마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도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리의 전략·기획 능력, 국정 운영 경험은 강점으로 지목된다. 7선 국회의원으로 당대표와 정책위 의장은 물론 서울시 정무부시장, 교육부 장관, 국무총리까지 역임했다. 참여정부 실세 총리로 업무 추진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 전 총리의 능력과 경험은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인 성과를 내도록 지원해야 하는 집권 중반기 여당 대표로서 적격이라는 것이 이 전 총리 등판론자들의 논리다.
이 전 총리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중국 지도부와 친분이 두텁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국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현안에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도 등판론의 근거로 활용된다.
이 전 총리가 친노·친문을 아우르는 영향력을 토대로 당내 불협화음을 조율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는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선거 전략 전문가라는 점에서 21대 총선 공천권을 관리할 적임자라는 주장도 이 전 총리 등판론자들은 내놓는다.
단 이 전 총리의 강성 이미지는 약점으로 꼽힌다.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고 이견을 조정해야 하는 당 대표로서 감점 요소다. 이 전 총리는 과거 당내 선거에서 수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 중진은 "이 전 총리가 당을 맡으면 일사불란하겠지만 그 방식은 반대 의견을 찍어 누르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업무 능력을 뛰어나지만 개혁성 또는 참신함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단점이다. 친노·친문 그룹의 분화도 관건이다. 친문 핵심으로 분류되는 전해철·최재성 의원은 이 전 총리와 별개로 자체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르면 다음주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되는 것은 이 전 총리의 태도다. 이 전 총리는 당대표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5일 TBS 라디오 '정윤선의 이슈파이터'에 출연해 '당대표 출마 여부'를 질문 받고 정부 뒷받침, 동북아 평화체계 구축, 재집권 기반 창출 등을 민주당의 역할로 지목한 뒤 "저한테도 그걸 좀 맡아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들을 한다"고 답했다.
이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을 훨씬 혁신해야 한다"며 "그런 것 때문에 제가 맡는 것이 과연 적합할까 고민 중에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 전 총리 측은 "이 전 총리가 고민 중에 있다. 이런 저런 얘기가 있는데 아직 결정은 안했다"며 "이 전 총리가 개인적인 일로 중국에 갔다. 주변 의견들을 들어본 후 이르면 다음주 정도 결정을 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홍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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