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상반기 유상증자 앞서 대주주 지분 매도, 주가 하락증자 발행가 덩달아 낮아져, 결국 대주주만 시세차익올 연말 국내 금융권을 위기로 몰아넣을 공산이 점차 커지고 있는 LG카드가 유상증자를 앞두고 대주주 일가의 지분 매도가 이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순히 일상적인 주식거래의 일환으로 보기에는 매도 시기가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는데다 규모가 큰 편이어서 금융권의 이목은 단연 LG카드에 모아지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LG카드의 대주주 일가가 시세에 따라 지분을 대량 매각해 주가를 떨어뜨리고 이 영향으로 증자시 발행가액이 낮아지면 증자에 참여해 시세차익을 올리려 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LG카드는 이미 지난 5∼6월에 걸쳐 한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대주주 일가가 증자에 참여하며 그와 같은 투자 행태를 보인바 있다. 당시 대주주 일가의 유상증자 참여 과정과 시세차익 의혹을 짚어본다.지난 10월30일 LG카드는 3,700만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발행가액은 기준시가 대비 30% 할인된 가격이고 1주당 0.2487062주가 배정된다. 구주주(기존주주)들로부터 실권이 발생하면 주간사인 LG투자증권이 실권을 전량 인수한다.이때는 카드사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던 시점이어서 LG카드의 유상증자는 이미 예견된 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때부터 주주들은 주식 가치가 희석된다는 우려로 주식을 투매하기 시작해 주가폭락으로 이어졌다.흥미로운 사실은 소액주주들의 주식 매각 틈바구니 속에서 구본무 회장 등 대주주들의 면면이 발견됐다는 점. LG에 따르면 창업고문 일가의 경우 계열분리를 위해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고, 구본무 회장은 대주주들 사이의 자전거래였다.그러나 앞으로 구본무 회장측 일가가 유상증자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처분할 예정이어서 주가는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유상증자란 현금 유입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자본확충이라는 점에서 대주주의 주식 매도가 주가 폭락을 부추기고 그에 따라 증자시 발행가액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대주주에 대한 비난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상반기 LG카드가 단행했던 유상증자에 대주주들의 증자 참여 과정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증자가 이루어지던 5∼6월 당시 LG카드의 상황과 지금의 LG카드 상황이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 유상증자 당시 구본무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린 정황을 거론했다.이 관계자의 말과 LG카드의 상반기 유상증자 관련 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 5월23일 신주배정이 있었고 7월3일 신규 상장이 있었다. 발행주식수는 4,500만주였으며 신주 발행가액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준주가가 1만4,850원으로 결정됐다.기준주가란 청약개시일 전 3일을 기준으로 소급한 1개월 평균종가(거래량가중 평균), 1주일 평균종가, 최근일 종가 등 3종류의 종가를 평균 낸 가격과 최근일 종가를 비교, 둘 중 낮은 가격을 신주 발행가액의 중간 기준으로 삼는 주가 산출 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기준주가가 산출되면 기준주가의 이론권리락 주가를 30% 할인해 발행가액을 정한다.

LG카드의 경우 청약개시일(6월18일)을 기준으로 기준주가는 1만4,850원이었고 기준주가에 대한 이론권리락 주가는 1만2,570원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론권리락주가에 30%를 할인한 것이 8,800원이었다. 이렇게 해서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는 8,800원으로 정해진 것이었다.매우 복잡한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 산출 방식을 일일이 살펴본 이유는 청약개시일 전 1개월 내 주가가 신주 발행가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기간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유상증자로 회사에 납입되는 자본금 규모를 좌우해 결과적으로 유상증자의 성패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이런 점에서 구본무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상반기에 LG카드가 유상증자를 앞둔 시점에 보여준 주식 매매 행태는 증자 발행가액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올초 주당 4만원대를 넘나들던 LG카드 주가는 3월 중순을 고비로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4월초 1만5,000원대로 폭락하던 주가는 4월 중순 2만2,000원대를 회복하는가 싶더니 다시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이 무렵 주가 하락을 부추긴 주요한 요인의 하나로 대주주들의 지분 매각이 거론됐다.대주주 일가는 4월24일부터 LG카드 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해 5월6일까지 198만여주를 주당 평균 1만7,496원씩, 전체 346억7,000여만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대주주들의 지분 매각과 함께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자 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급기야 5월말에는 1만2,8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대주주 일가에 의해 주가가 폭락하자 발행주가가 8,800원이라는 헐값에 매겨져 대주주들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게 됐다는 게 이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실제로 대주주 일가는 507만여주를 963억여원에 처분하고 신주로 배정 받은 1,186만여주를 사들이는 데 1,044억여원을 들였다. 단순히 산술적 계산으로도 주당 50% 이상의 시세차익을 올린 셈이다.당시만 해도 LG는 “대주주가 책임 경영을 몸소 실천한 사례”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으나 증자 과정상 보여지는 대주주 일가의 주식 매매나 증자 결과 대주주 일가가 얻은 시세차익 등은 LG의 주장을 무색케 하고 있다.

최근 LG카드의 유동성 위기와 유상증자 발표 등 일련의 사태들에서 대주주 일가는 다시 지분을 대거 처분할 예정이어서 상반기 유상증자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미 한 차례 LG그룹 대주주들의 LG카드 유상증자 참여 과정을 지켜본 주주들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 LG카드 유상증자 과정에서 대주주들이 얻은 시세차익과 이로 인한 도덕성에 강한 의혹을 제기한 재계 관계자는 “대주주의 경영 실패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의 책임을 소액주주들에게 일부 전가한 꼴”이라고 말했다.이에대해 (주)LG의 황정섭 차장은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다보니 지분을 매각하게 됐던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최근 이루어진 지분 매각은 창업고문 일가가 계열분리 요건을 맞추기 위한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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