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상토론 끝에 회장 대행체제로 결론냈으나추대된 강신호 동아제약회장 ‘번복 해프닝’ 지난 9월 30일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는 회의 장소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이날 참석한 회장단은 김각중 경방 회장과 손길승 SK회장,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현명관 전경련 상근 부회장 등 약 15명 안팎의 재계 경영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시간은 4시간 가량이었다. 전경련 회장단이 회의장소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회장선임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성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전경련의 우려는 현실화됐다. 이날 회의를 총평하자면 성과를 거두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는 시작부터 예고됐었다. 회장 후보로 거론된 이건희 정몽구 구본무 회장 등이 개인 사정등의 이유로 불참을 통고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전경련 회의는 빅3 회장의 출석을 위해 지난 9월 15일 열릴 예정이었던 것을 보름이나 늦춘 상태였다. 최대 이슈가 차기 회장선출문제였던 만큼 이들의 불참에 따라 실망감도 컸다. 빅3 회장들은 차기 회장으로 물망에 오른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껴 일부러 회의에 불참했다는 분석이다. 빅3 기업 한관계자는 이와관련“고의적이라기보다는 이미 해외로 출국한 상태이기 때문에 참석지 못했으며, 참석지 않았다 해도 사전에 (회장의) 의사를 회장단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빅3 관계자는 “개인사정이 있어 사전에 불참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안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후보 물망에 오른 재계 회장들의 불참 속에서 이뤄진 회의는 시종일관 맥이 빠졌다. 예상했던 대로 손길승 회장의 사퇴성명에 이어 토론 안건으로 올라온 회장 추대 건에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난항의 연속이었다. 회의석상에서 회장직을 수락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재계 회장은 없었으며, 결론도 나지 않았다.

회의가 진행되면서 토론은 겉돌았다. 회장단이 내린 결론은 관례에 따라 회장 없이 공석상태에서 회장대행 체제로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데 가까스로 합의했다. 전경련 관례에 따르면, 최고 연장자가 회장대행을 맡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프닝도 연출됐다. 당시 최고연장자인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마침 출석한 상황이었다. 즉석에서 강회장에게 회장대행직 수용을 종용하는 말들이 터져 나왔다. 일단 당사자인 강신호 회장은 건강악화 등의 이유로 즉석에서 거절했으나 전임 회장을 지낸바 있는 김각중 경방 회장이 “나도 했는데 당신이 왜 못하냐”며 고사하는 강회장을 설득하는 장면도 나타났다. 당사자인 강회장은 분위기 때문인지 수락은 했으나 끝내 수락의사를 번복했다. 강회장은 현명관 부회장의 브리핑이 있기 전 회장 대행직을 사양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성급히 나눠주고 바쁘게 호텔 입구를 빠져나갔다.

강회장의 고사 뜻이 알려지자 회장대행체제로 한시적 운영을 하겠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려던 전경련 회장단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이날 이 자리에서 현명관 부회장은 “강신호 회장에게 대행기간을 최대한 짧게 하고, 건강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조직을 구성하겠다”고 재차 강회장에게 설득했다. 그러나 현부회장의 거듭된 부탁에도 강회장은 이날 끝내 회장대행직 수락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부회장은 회의 이후 수 차례에 걸쳐 강회장을 찾아 삼고초려한 끝에 강회장이 회장대행을 맡을 수도 있다는 긍정적 의사를 밝혀왔다고 최근 기자들과의 만난 자리에서 밝혔다. 그러나 강회장이 회장대행직을 수락할지 여부는 여전히 안개 속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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