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던 삼성생명 상장 추진이 올해에도 무위로 끝나자 삼성과 삼성차 채권단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지난 99년 이건희 회장이 삼성차 채권단에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가 상장 불발로 제값을 못하게 되자 채권단이 삼성을 상대로 소송에 나설 기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참여연대가 가세해 채권단을 채근하고 있어 상황은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금까지 양상으로 보면 삼성 대 참여연대의 대결구도가 성립되는 듯하다.참여연대는 지난 3일 서울보증보험과 우리은행 등 삼성차 채권단에 공문을 보내 삼성차 부채와 관련한 손실금 회복을 위해 조속히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참여연대는 이 공문에서 “채권단들이 (삼성생명 상장이 약속된 지) 2년 10개월이나 지난 현 상황에서도 또 다시 손실금 회복을 위한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는 귀 기관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특정인에게 특혜를 베푸는 것으로 그에 따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참여연대는 “채권단이 즉각 법적조치에 착수하지 않을 경우 서울보증보험과 예금보험공사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참여연대의 주장 논리는 일목요연하다. 소액주주 중시 경영과 함께 주장해오던 시장원리에 의한 경영을 내세운 것. 서울보증보험에게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이며 최대채권자로서 손실회복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또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서울보증보험의 지분 99.21%를 보유한 대주주로서 서울보증보험의 손실회복 노력을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을 상대로 한 소송에 변죽만 울려대던 채권단에 소송에 관한 압력과 동시에 소송의 구실을 만들어준다는 게 참여연대의 계산이다.이번에도 참여연대가 나설 기미를 보이자 삼성은 불쾌하다는 반응. 참여연대가 언제나 삼성만 상대로 팔을 걷어붙이자 고개를 젓고 있다. 특히 삼성은 문제의 소송건에 대해 적극 반발하고 있다. 99년 합의서는 채권단이 여신회수 등의 강압적 수단을 동원해 작성된 것으로 원천무효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소송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측은 소송이 일어날 확률 자체도 낮다고 보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채권단이 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삼성이 물러설 이유가 없다”며 “삼성생명 상장은 우리가 더 바라는 일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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