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사장 최대주주 회사 ‘오토에버’매출액 급상승24개 계열사 SM업무 몰아주기로 올 천억대 매출 예상일찌감치 현대자동차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된 정의선 부사장. 정 부사장이 현대차그룹의 은밀하고도 과감한 지원 아래 그룹 내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게다가 그 근저에는 그룹 차원에서 후계자가 지배하는 비상장사를 지원하는 재벌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문제의 회사는 ‘오토에버’. 오토에버는 정의선 부사장이 20.1% 지분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누리고 있는 비상장사로서 현대차그룹의 SM(system management)을 전담하고 있다.오토에버는 지난 2000년 4월, 기존의 중고차 매매에 ‘온라인’ 거래라는 획기적인 아이템을 접목시켜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가 온라인 중고차 매매를 한다는 것은 충분히 관심을 끌만한 내용이었다. 여기에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이자 그룹 후계자로 거론되는 정의선 부사장이 최대주주라는 사실이 보태지며 관심은 배가 됐다.

그러나 오토에버는 세인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사업 개시 원년인 2000년, 2억2,8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초기 시설투자비용 등을 감안하면 크게 흠이 될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이를 입증하듯 이듬해인 2001년부터는 흑자로 전환하며 그룹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듯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오토에버가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지 2년간 24억원 가량의 적자를 냈음에도 장부상 흑자로 기록됐다는 점.그 이면에는 오토에버가 또 다른 영업을 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그룹의 SM 업무를 수행한 것이 흑자를 내는 원동력이었던 것이다.당초 SM 업무는 오토에버의 몫이 아니었다. 고 정몽헌 회장이 거느리던 현대그룹의 계열사 현대정보기술이 해오던 일이었다. 현대정보기술은 현대차 일부 계열사들로부터 SM 업무를 용역 받아 연간 약 300억원대 매출을 올렸었다. 그런데 2001년 6월이 되자 현대차로부터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통보 받는다.

계약상으로는 2002년 10월이 만기였으나 현대차가 계약 해지에 따르는 위약금까지 물어주겠다고 나오자 현대정보기술은 손을 들고 말았다.현대차의 갑작스런 행동이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분위기였으나 이 일이 있은지 4개월이 지나자 그 내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현대정보기술이 수행하던 SM 업무를 고스란히 오토에버에 넘긴 것.새로운 업종으로 추가된 SM 사업은 오토에버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 충분했다. 2001년 10월부터 시작한 이 업무로 인해 그 해 오토에버는 중고차 매매에서 적자에도 불구하고 8억여원의 흑자를 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2년에는 전년의 6배를 뛰어넘는 52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오토에버의 대규모 이익 실현을 위해 현대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현대정보기술이 SM 업무를 수행하던 시절 현대차그룹은 고작해야 5개 계열사(해외법인 포함)가 용역을 줬다. 그러나 오토에버에 와서는 사정이 급변했다. 오토에버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오토에버는 24개 계열사(해외법인 포함)로부터 용역을 받아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개별 매출 단가에 있어 현대자동차는 2001년 252억원의 매출을 올려주던 것을 2002년 오토에버에는 406억원으로 확대시킨 점이다. 기아자동차 역시 같은 기간 105억원에서 194억원으로, 현대캐피탈은 2억원에서 46억원으로, 무려 23배에 달하는 매출 실적을 올려줬다. 이처럼 그룹 차원의 몰아주기 지원에 힘입어 오토에버는 특수관계인들로부터 2002년 877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이 액수 규모는 현대정보기술 시절에 비해 두 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올해 결산이 다가오는 현 시점에서 오토에버는 올 한해 1,6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중 특수관계인들로부터 벌어들일 예상 매출액은 1,000∼1,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처럼 오토에버에 대해 그룹이 집중적 육성을 아끼지 않는 배경에는 그룹 후계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가시적인 경영성과를 보여줌으로써 정의선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오토에버는 올해 7월 중고차 사업을 글로비스(옛 한국로지텍)에 매각했다. 군살을 제거하고 알짜배기 영양분만을 섭취해 후계자의 위상을 한껏 올리자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현대차그룹이 조직적으로 정의선 부사장을 지원한다는 의혹에 대해 오토에버는 적극 부정하고 있다.

오토에버 관계자는 “그룹에서 현대정보기술과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오토에버가 새로 SM 업무를 수행한 것은 사실이나 오토에버를 지원하자는 차원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지난 2001년 당시 MH 계열과 거래를 단절하던 분위기에서 현대정보기술과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안다”며 “오토에버가 SM 업체로 거듭난 것은 ‘온라인’ 중고차매매를 경험해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한편 현대차그룹의 상당수 계열사가 조직적으로 오토에버를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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