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리당원 150만 명 추정… 120만 명 ‘친문’
- 친문 패권주의 ‘팽배’ 부담은 대통령 몫

 
더불어민주당이 8.25 전당대회 준비로 분주하다.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압승한 민주당이다. 중앙권력·지방권력을 장악한 ‘무소불위’ 집권 여당의 당대표가 갖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무엇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파별, 선수별 당권 도전자들은 당 지도부 입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뛰는 운동장과 룰이 친문 주자들에게 유리하게 정해지면서 비문 진영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비문 주자가 당대표 경선에 불출마해 자칫하면 ‘친문 그들만의 리그’로 김빠진 전당대회를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일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뽑는 당원의 90%가 친문 당원이라는 점에서 친문이라는 타이틀이 강력한 무기가 됐다. 전준위는 대의원·권리당원 85%, 일반당원·국민여론조사 15%로 비율을 정해 당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했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권리당원이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150만 명으로 늘었고 그중 120만 명이 친문 당원으로 보고 있다.
 
일반당원·국민여론조사도 변수가 되지 않는다. 현재처럼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어 민심과 당심이 함께 움직일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친문 후보로 간주될 경우 이번 지방선거처럼 ‘묻지마 투표’로 당 대표에 오를 공산이 매우 높다.
 
또한 전당대회준비위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2016년 8월 추미애 당대표가 선출된 방식으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친문의 입맛에 맛는 후보가 당 대표에 오를 공산이 높다.
 
반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동시에 뽑는 지도부 선출 방식이 순수 집단지도체제다. 1위가 당대표 2위부터 5위까지가 최고 위원이 된다. 당초 친문 온건파에서는 ‘친문 패권주의’를 우려해 순수 집단지도체제로 비주류 후보들의 참여를 이끌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친문 비문을 망라해 출마하고 싶은 당권 주자들이 너도나도 나와 흥행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순수 집단지도체제는 상대적으로 비주류 후보들이 연대나 단일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 친문 주류 입장에서 탐탁지 않은 선출 방식이다. 특히나 당대표에 걸맞은 마땅한 친문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비주류에 당권을 넘겨줄 위험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사전에 비문 후보를 걸러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여기에 당대표 경선 인원을 3인으로 하는 컷오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비문으로 낙인찍힌 이종걸, 박영선, 이인영, 송영길 의원 등은 당대표 도전이 쉽지 않다. 친문이 교통정리가 돼 단일 후보가 당 대표 경선에 나설 경우 컷오프 통과는 가능할 수 있지만 당선은 요원하다. 그렇다고 친문이 2인 이상 복수로 나올 경우 표 분산으로 어부지리를 노릴 수 있을 것 같지만 문제는 경선도 못하고 컷오프 되는 수모를 겪을 수 있다.
 
현재 친문으로 볼 수 있는 후보는 3명 정도다. 이해찬 전 총리가 가장 유력하다. 이 밖에 대통령 측근으로 ‘3철’중 한 명인 전해철 의원과 ‘문재인 호위무사’를 자청하는 최재성 의원이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사전에 교통정리가 될 공산이 높지만 만약 당 대표 경선에 모두 출마할 경우 비주류로 낙인찍힌 후보들의 경우 경선도 못하고 나자빠질 수 있다.
 
이미 지난 2016년 8월 전당대회에서 ‘비주류’ 송영길 의원은 당대표 경선에 나섰다가 친문의 높은 벽에 부딪혀 컷오프당했다. 대신 정치인 출신도 아닌 교육자 출신인 김상곤 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친문의 지지를 받아 본선에 올라갔다. 추미애, 이종걸, 김상곤 3명의 후보가 경선을 벌여 ‘비주류’지만 친문의 지지를 등에 업은 추 의원이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다르게 진행될 공산이 높다. 지난 전대에서는 친문 후보가 진짜 없어 대신 추미애 카드를 받았지만 현재는 3명이나 있다. 친문 강경파 입장에서는 당대표와 최고위원 모두 친문 일색으로 채워 차기 공천권을 좌지우지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또한 2020년 총선까지 문재인 정부를 평가할 커다란 선거도 없다. 적폐청산도 이어가고 개혁입법도 처리하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선 정치권의 입법 지원이 절실하다. 당대표의 협조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미 국회의장도 친문 성향의 문희상 의원이 낙점됐다. 홍영표 원내 대표도 친문이다. 친문 주류에서는 최고위원 5명 중 한두 자리는 비주류에게 줄 수 있지만 당대표는 양보의 대상으로 보긴 힘들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권 주자로 나설 비주류 인사들 중에서 몇 몇 인사들은 당권 도전을 못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부겸 당권 도전설’이 설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력과 시간도 없는 김부겸 행정안정부 장관이 출마하려면 대통령의 뜻에 달려 있다. 하지만 친문 주류 강경파 입장에서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른 데다 비주류의 결집을 일으킬 수 있는 김 장관에게 당권을 넘겨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혹여 대통령의 뜻이 와전돼 김 장관이 당권에 도전할 경우 당권.대권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여당은 친문이 대세다. 대통령, 국회의장, 원내대표에 당대표까지 친문 인사로 채워져 ‘친문 패권주의’라는 비판을 받아도 ‘고’(Go)할 공산이 높다. 관심사는 따로 있다. 당대표가 친문 후보로 되는 것은 기정사실인데 누가 되느냐다.
 
이해찬 의원은 이름만으로도 대통령이 부담스럽다. 당에 협조가 아니라 부탁을 해야 한다. 전해철 의원은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패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자숙해야 할 시기다. 최재성 의원은 4선이지만 당대표감으로 보기에는 힘들다. 무엇보다 여야 모두 비토세력이 많다. 친문 주류 진영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어떤 ‘신의 한 수’를 보여줄지 정말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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