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입수] 대성산업 건설노동자 장비사용료 체불로 시끌
[문건입수] 대성산업 건설노동자 장비사용료 체불로 시끌
  • 김은경 기자
  • 입력 2018-06-29 16:25
  • 승인 2018.06.29 16:25
  • 호수 1261
  • 40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불 각서까지 있어도 못 받나… 노동자 A씨의 눈물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대성산업(주)(회장 김영대)이 건설노동자의 장비사용료를 체불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굴삭기 기사 A씨의 주장에 따르면 대성산업은 하청업체를 대신해 장비사용료를 주겠다며 지불각서를 작성한 뒤, 대성산업 공사현장에서 굴삭기를 대여해 준 노동자 A씨의 장비사용료 2200여만 원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대성산업은 본사에서 “체불 장비사용료를 지급하라”며 점거 농성을 벌인 A씨 등을 상대로 각 5000만 원씩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대성산업이 채권 가압류와 공사대급 법원 공탁 등을 이유로 장비사용료를 지급하지 않는 동안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는 A씨의 한숨은 커지고 있다. 

“하청업체 대신해 돈 준다더니…나 몰라라”
채권 가압류 및 공사대금 법원 공탁이 이유


굴삭기 노동자 A씨는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에 위치한 대성유니드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일했다. 원청업체는 대성산업이며 하청업체는 (주)흥업E&C다.

그러던 중 하청업체인 흥업E&C가 지난해 12월 부도가 났고, 1월부터 장비사용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기 시작했다. 하청업체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놓이자 공사를 계속해야 했던 대성산업은 A씨에게 ‘지불각서’를 써주면서 원청에서 장비사용료를 지급할 것이니 계속 공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해당 지불각서에 따르면 ‘임대인 대형 중기 A씨는 대성유니드 현장에 장비를 투입해 작업 중 건설기계임대료(장비사용료)를 원청 대성산업(주)에서 지급할 것임을 확인한다. 하청 (주)흥업E&C는 원청 대성산업(주)에서 장비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치 않을 것임을 확인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단, 지난해 1월 사용분은 흥업E&C에서 수령해야 하며 3~5월분은 대성산업에서 지급하기로 했다. 각서를 보면 대성산업과 흥업E&C의 직인이 날인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노동자 A씨와 대성산업 관계자가 통화한 녹취록에서 대성산업 관계자는 “우리가 또 돈이 나갈 수 없으니까 1월(장비사용료)은 흥업E&C에서 해결을 해야 하고, 대성에서는 2월부터 다 직불처리 할 것이다. 1월(장비사용료)은 흥업E&C하고 얘기해서 돈을 받아라. 2월 후부터는 우리가 준다”라고 말한다.

태도 달라진 원청…노동자의 현실

하지만 지불각서 및 통화 내용과 다르게 A씨는 지난해 3월 장비사용료만 받고 지난해 4월과 5월에 받았어야 할 임금 2200여만 원은 1여 년이 지난 지금도 받지 못했다. 대성산업이 채권 가압류와 공사대금 법원 공탁(피해 회복액을 법원에 맡기는 제도) 등을 이유로 장비사용료 지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또 다른 2차 하청업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수원지법 등에 흥업E&C를 피고로, 대성물류건설을 제3채무자로 한 채권 가압류를 신청했다. 이에 대성물류건설은 법적 절차에 따라 흥업E&C와의 공사계약을 해지하고, 잔금 2억4800만 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일반적으로 건설공사를 종합 관리하는 시공사들은 협력업체 부도, 가압류 등으로 인한 자재·장비업자 등에 대한 체불에 대비하고 공사 중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업체와 ‘직불합의서’를 쓴다. 이는 협력사의 체불 발생 시 원청 건설사가 하도급 대금을 자재·장비업자 등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합의다. 임금 체불로 인한 공사중단 사태를 막기 위한 보완책이다. 하도급법(14조)과 근로기준법(44조의 3)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건설산업기본법도 원도급자가 하도급지급보증서나 직불합의서를 발주자에 제출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지불각서가 일부 효력이 인정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11월 모 정장 업체에서 일어난 임금 체불 사례를 살펴보면 회사가 ‘지불각서’를 쓴 뒤 임금을 지급하지 않자, 본사 전 직원이 대표를 상대로 임금청구 소송을 청구했고, 서울북부지법은 체불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A씨는 “일을 시키려고 거짓 각서를 써놓고 이제 와서 돈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 채권 압류를 이유로 들면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하도급 노동자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놓고 나 몰라라 하면서 갑(甲)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성물류건설은 하청업체를 대신해 체불 장비사용료를 지급하기로 각서를 쓰고서도 흥업E&C에 지급해야 할 공사대금보다 채권 가압류 금액이 많다는 이유로 잔금을 법원에 공탁하고 장비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원청은 이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대성물류건설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오는 7월 12일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장비 사용료 지급을 받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A씨는 “증거재판 한 번도 못해보고 이번 재판이 끝나게 생겼다”라고 하소연했다. A씨는 이번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항소할 계획이다.

본사 점거농성하자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체불 장비사용료를 받기 어렵게 된 A씨와 건설노조 경인지역본부 지부 관계자들은 지난해 12월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대성물류건설 본사에서 5일간 점거 농성을 했다. 회사는 A씨와 지부 간부 3명에게 각 5000만 원씩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대성산업은 원청업체인 대성물류건설은 1차 하청업체에 정상적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한 만큼 2차 하청업체에 대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역시 취하할 계획이 없다는 의견이다.

대성물류건설 관계자는 “오는 7월 12일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당연히 장비사용료를 지급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지급할 계획이 없다. (A씨 등이) 본사를 점거하고 농성하며 피해를 줬기 때문에 손해 배상 청구 역시 취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임금체불을 신고한 건설근로자 수는 연평균 5만8900여 명에 달하고 체불액수도 1600억∼2400억 원 규모다. 이 가운데 80%가량이 건설현장 말단에 위치한 자재·장비업자에 대한 체불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건설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에 집중하겠다면서 ‘적정임금 지급’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1월 1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일 업종으로는 가장 많은 185만 명이 종사하는 건설산업은 또한 노동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일자리이기도 하다. 살인적인 노동조건과 위험한 작업환경, 고착화된 저임금 문제에 대한 특단의 대책 없이는 건설산업과 관련한 노동자들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고질적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 발생했던 중간 착취 없이 발주 단계에서부터 적정임금 지급을 의무화할 경우 임금체불을 원천봉쇄하고, 하도급 과정에서 나타나는 ‘임금 누수’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도급 노동자의 임금체불과 관련해 강력한 제도적 절차가 요구되는 가운데, A씨를 비롯한 수많은 임금 및 장비사용료 체불 당사자들의 한숨은 더 커지가고 있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