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직원 카드깡 적발로 법에따라 3년간 금융회사 지배 제재롯데카드 최대주주 안되는 선에서의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한 직원의 사소한 실수 하나가 국내 굴지 재벌그룹의 경영 전략 자체를 바꾸게 만드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웃지 못할 해프닝의 주인공은 재벌그룹 롯데다. 지난해 동양카드를 인수, 카드업에 진출한 롯데는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롯데쇼핑의 백화점 카드 사업부문과 롯데카드간 통합을 추진해왔으나 롯데쇼핑의 한 직원이 지난 6월 카드깡을 하다 금융당국에 적발된 사실이 드러나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라는 암초에 걸려 무산됐다. 따라서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을 배제한 채 백화점 카드사업부문과 롯데카드를 합병하는 묘안을 내야만 하는 상황에 몰렸다.

그 실수란 지난 6월 금융당국에 적발된 한 롯데쇼핑 직원의 백화점 카드깡 사건을 롯데쇼핑이 롯데카드 인수를 앞두고 간과한 것을 두고 말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6월 롯데쇼핑 한 직원이 외부의 청탁을 받고 불법적으로 카드깡을 해오다가 적발돼 롯데쇼핑은 향후 3년간 금융회사의 최대주주 지위를 얻지 못하게 됐다며 롯데카드가 신청한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문과 롯데카드의 통합 승인을 불허했다고 전했다.금감원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감독 당국은 양형 규정에 따라 직원 관리에 소홀히 한 롯데쇼핑에도 벌금형을 내렸는데, 관련 규정은 카드깡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회사에도 책임을 물어 3년간 금융회사 지배 및 진출을 제재하고 있다. 따라서 롯데쇼핑은 금융회사 인수는 물론 최대주주의 지위에 오를 수 없게 됐다는 게 금감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롯데그룹은 이같은 사실을 몰랐던 모양이다.

카드업에 진출한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와 롯데쇼핑 백화점카드사업부문과의 통합을 꾸준히 추진했었다. 롯데가 카드업에 뛰어든 것도 백화점 카드사업 부문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것임은 업계에 이미 알려진 사실. 롯데가 구상한 통합 방식은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문과 롯데카드를 일정 비율로 통합한다는 전략. 약 6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백화점 카드사업부문은 롯데카드에 비해 자산 가치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통합으로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쇼핑이 롯데카드의 최대주주로 올라 설 것으로 기대됐다. 롯데카드를 롯데쇼핑 자회사로 둔다는 게 그룹의 통합시나리오인 셈.그러나 이 전략은 단 한 명의 직원의 실수로 인해 백지화가 됐다. 금감원은 지난 6월 카드깡 사건으로 인해 롯데쇼핑과 롯데카드의 통합을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롯데쇼핑은 향후 3년간 금융회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단 한 명의 직원이 저지른 실수로 인해 롯데는 롯데쇼핑과 롯데카드 통합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상황. 롯데카드는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금감원의 통합 불허로 인해 통합이 지연되는 것뿐이며, 통합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롯데카드측은 이미 백화점 카드사업부문과 롯데카드와의 통합을 기정사실화한 것을 전제로 전산시스템 통합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측은 롯데백화점과 통합 준비를 몇 달 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형식적 절차만 남았을 뿐, 이미 통합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남은 것은 이 요식행위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린 셈. 금융당국의 제재로 롯데는 롯데쇼핑이 롯데카드의 최대주주가 안되는 선에서 통합을 추진해야만 한다. 따라서 롯데쇼핑이 지분을 갖지 않는 방안으로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롯데쇼핑 백화점 카드사업 부문을 롯데카드가 사들이는 방법이 가장 유력시되는 방안으로 떠올랐다.

현재 롯데카드에서도 거론되고 있는 영업권 양수도 방식이 그것.그러나 이 방법도 거의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롯데쇼핑의 자산가치가 롯데카드의 무려 6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롯데카드에 따르면, 이번에 무산된 롯데쇼핑 카드사업부문과 롯데카드 통합을 하려 할때 롯데쇼핑 카드사업부문과 롯데카드의 합병비율은 1대 0.168로 정했다. 롯데가 판단한 롯데백화점의 자산 가치는 롯데카드의 6배에 이르는 셈. 따라서 롯데가 지난해 11월 롯데카드의 전신인 동양카드를 1,800억원 대에 인수한 것을 감안해도 롯데카드가 롯데쇼핑의 백화점 카드사업부문을 인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어림잡아 1조원 대에 되사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롯데카드가 현실적으로 1조원대에 달하는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적은 비용으로 카드업에 진출한 롯데는 전산시스템 확충 등 시설 투자를 위해 올 상반기 이미 증자를 단행했었다. 게다가 카드채 등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충분한 총알 확보가 절실한 상태이기도 하다. 때문에 생각하지도 않은 계열사 사업부문 인수 자금 마련은 여의치 않다. 이미 합병을 염두에 두고 합병비율을 정해 놓은 상황에서 자산가치를 재평가해 인수가치를 따로 정할 수도 없는 일. 이럴 경우 롯데쇼핑이 롯데카드에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이래저래 롯데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셈. 따라서 일각에선 롯데쇼핑의 백화점 카드사업부문와 롯데카드와의 합병은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어 롯데의 고민은 더해만 간다.

이와관련, 롯데카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불허로)사업부문과 법인간의 통합이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다른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이 사업양수도 방식도 거론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며 대수롭게 않게 여기고 있다.그러나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이는 이 사건은 롯데그룹에 엄청난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우선 계열사 합병이나 통합을 준비해나가면서 사전점검을 충분히 하지 못한 점과 통합 추진 실패에 따른 대내외신인도 하락 등 그룹이 입은 상처는 적지 않다. 이 사건으로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넌다는 롯데그룹의 경영방식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게 했다.또 일각에서는 치밀한 롯데그룹의 경영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사전 준비가 소홀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관련 임직원의 문책이 나올 법도 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그러나 롯데그룹 자체가 금융회사 경영에 초보라는 점에서 액땜으로 여기고 넘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회사 경영 초보자 롯데가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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