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원 한도 ‘유명무실’···한 구매자가 200만 원 구매도?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매주 토요일이 기다려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로또 복권을 구매한 사람들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도 불리는 로또 복권은 구매 한도가 정해져 있다. 1인 1회차 10만 원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편법이 존재한다. 구매자가 한 복권 판매점(이하 판매점)에서 여러 번 구매하거나 이곳저곳을 다니며 구매를 하는 방식이다.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시민단체의 목소리와 정부의 편법 근절에 대한 논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안전 장치’ 마련에 손 놓은 정부···시민단체 “귀찮아서 안 하는 것”

전국의 로또 판매점은 6800여 곳에 달한다. 1등 당첨자를 많이 배출한 판매점일수록 구매자들이 연일 북새통을 이룬다. 현재 로또 오프라인 구매는 1인 1회 10만 원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도가 정해져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또 당첨자를 많이 배출한 판매점일수록 편법을 쓰려는 구매자들이 많지만 안전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로또는 19세 미만은 구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판매점에서는 어려 보이는 구매자일 경우 신분증 검사를 한다. 그러나 딱 봐도 성인이라고 생각되는 구매자들에 대한 인증 절차는 전혀 없다. 편법을 쓰려는 구매자는 옷을 바꾸는 등의 위장을 하거나 근무자가 교체됐을 경우 방문하면 한 판매소에서 여러 번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판매점 이곳저곳을 방문해 한도를 넘겨 구매해도 구매 내역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현금 결제도 문제로 떠오른다. 로또는 현금으로만 결제 가능하다. 이 때문에 편법 구매자를 추적할 방법도 없다. 10만 원 한도와 현금 결제는 사행성을 막겠다는 의도지만 이로 인한 편법 구매자는 지속적으로 양산될 수밖에 없다.
 
편법 구매자
후기 ‘난무’

 
기자는 서울에 위치한 한 판매점에 방문해 로또를 구매하면서 판매점주에게 로또 한도에 대한 질의를 하자 “한도는 10만 원”이라고 짧게 답했다. 옆에 있던 점주의 지인은 “한도를 왜 묻느냐(웃음). 어차피 있으나마나 한 거라 넘겨도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판매점주도 지인의 말을 웃어 넘겼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말이 10만 원이지 로또 2000원 하던 시절에 심부름으로 200만 원어치 산 적이 있다” “한 번에 30만 원도 사 봤다” “300만 원을 모두 자동으로 돌리는 사람도 봤다” 등의 편법 구매자들의 후기가 난무한 실정이다.

최근까지 복권을 판매하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A씨는 “구매자가 1회차(1주일) 시기에 몇 번씩 구매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 한번에 10만 원 이상을 달라는 사람은 없어도 아침에 샀다가 근무자가 바뀌었을 때 또 구매하고, 다음 날에 또다시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10만 원 한도를 넘기는 사람을 잡을 구체적인 방법은 없다. 업주나 아르바이트생의 문제라기 보단 시스템 문제다. 중독되면 안 된다고 홍보하면서 구매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꼴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로또의 수탁사업자는 나눔로또다. 수탁사업자는 5년마다 교체되며 모든 복권사업을 수탁해 운영‧관리한다. 나눔로또의 경우 지난 2기와 3기 사업을 운영해 왔다.

10년의 노하우를 가졌다고 평가를 받는 나눔로또 측의 편법 구매에 대한 생각은 어떠할까.

나눔로또 관계자는 “이게 저희가 하루 이틀 (논의)됐던 부분은 아니다. 우리도 그걸(편법 방지) 판매점주들한테 1인 1회 10만 원으로 판매해야 한다고 계속 교육을 시키고 있다”면서 “또 건전하게 복권을 즐기라고 홍보를 하고 있다. 복권에 너무 몰입하면 안 된다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로또 구매 금액이 높아진다고 해서 사실 당첨확률이 있는(높아지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과몰입 방지에 대한 부분을 광고‧홍보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복권위원회에서 선정한 수탁사업자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정부와) 논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대책을 전해)들은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건전발전위원회
만들어 소통해야”

 
강신성 중독예방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용자(구매자)의 책임이 크다’, ‘책임 도박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양심도 없는 것이다. 구매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지 이런(책임 도박) 목소리가 커지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면서 “(현재 편법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다. 우리가 계속 안전장치인 ‘전자카드제’를 강제 의무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도 (정부가)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사무총장이 말하는 ‘전자카드제’는 무엇일까. 전자카드는 판매점에서 본인임을 인증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이 생길 경우 같은 판매점은 물론 다른 판매점에 가더라도 한도를 초과해서 구매할 수 없다.

강 사무총장은 “우리가 주장했던 안전장치가 전자카드인데 경륜‧경정‧경마는 총리실에서 지침이(전자카드제 시행) 내려가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토토‧복권(로또)는 예외조항”이라며 “토토나 복권은 현재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느냐 하면 예를 들어 중앙시스템에서 판매점 단말기가 연속구매가 일어나고 있을 때 그걸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발매를 못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판매점에서 잠깐 쉬었다가 진행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장치를 중앙시스템에서 제대로 만들어서 운영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면서 “수탁사업자들도 적당한 이익률을 가져가야 사회공헌이나 안전장치에 관심이 많을 텐데 이익이 없으니 그런 거(안전장치 마련‧판매점주 교육 강화 등)에 예산 편성을 안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매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한다. 정부가 사업자한테 명령을 해서 강하게 압박해야 하는데 그런 문제의식을 정부가 갖고 있지 않다. 이렇게 무책임한 상태로 사람(구매자)하나 망가지거나 폐인 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면서 “또 공무원들은 귀찮은 것이다. 그러한 문제제기를 하려면 문서를 만들고 기안을 하고 결재를 해야 하는데 그걸 누가하겠는가. 우리(시민단체)도 기본적인 룰은 아니까 한번 해보라고 만들어서 (담당자에게) 전달한다. 그런데 시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걸 건들면 귀찮은 것은 물론 자기를 찾아오고 전화 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나눔로또 관계자와 같은 맥락의 얘기를 했다. 관계자는 “1인 1회 기준으로 10만 원 한도가 설정돼 있다. 판매하는 곳에서 10만 원 이상 구매하려는 경우에는 구매를 하지 못하도록 판매점 교육을 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사행성을 막겠다는 정부가 오히려 사행성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한편 나눔로또의 수탁사업자 계약은 올해 12월 1일로 만료된다. 새 사업자는 나눔로또 계약 만료일 다음 날인 12월 2일부터 복권 발행‧관리 업무를 시작한다.

강 사무총장은 “차기 수탁사업자는 건전발전위원회(가칭)라는 협의회를 만들어서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의견을 들어주는 통로를 만들어야한다. 토토도 그렇고 마사회도 건전 발전 비슷하게 협의회를 만들어서 소통을 하는데 복권만 유독 안 한다. 통로를 만들어야 건전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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