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선과 盧 서거일에 안 만나” vs “‘그날’이라 말한 적 없어”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 배우 김부선, 김영환 전 경기지사 후보 <뉴시스>
李측 ‘전체 고소’ 아닌 ‘일부 고발’… “제 발등 찍나” 비판 확산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결국 ‘덫’에 걸린 것일까. 이 당선인 측이 김부선 스캔들 관련 ‘일부’ 의혹에 대해 ‘고발’이라는 칼을 빼들었는데, 김부선 진영에서는 도리어 ‘잘됐다’는 분위기다. 이 당선인 측이 문제 삼은 부분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사실 전체를 고발하라”고 으름장까지 놨다. 일각에서는 “이 당선인이 제 발등을 찍었다”는 말까지 돌며 삽시간에 전세가 역전된 분위기다. 어느 쪽이 진실이든 이대로 ‘묻히기’는 어렵게 됐다. 검찰까지 손을 뻗친 만큼 브레이크 없는 ‘치킨 게임’이 벌어질 조짐이다.
 
‘김부선 스캔들’과 관련헤 한동안 침묵하던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 측이 드디어 움직였다. 고소권자(본인 및 관계자)가 직접 하는 ‘고소’가 아닌 제3자의 ‘고발’ 조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 측은 지난 25일 6.13지방선거 선거운동 기간 중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제기한 바른미래당 김영환 전 경기지사 후보와 스캔들 당사자인 배우 김부선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2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은 이재명 당선인 측에서 김영환 전 경기도지사 후보에게 공직선거법(허위사실유포) 위반 혐의가 있다는 취지로 제기한 고발 사건을 형사6부(부장검사 박진원)에 배당했다.
 
이재명가짜뉴스대책단 공동단장인 백종덕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때 거짓말이 난무하고 선거가 끝나면 승자의 포용이라는 이름으로 거짓을 눈감아 주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졌지만 이는 거짓말로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유권자 모독이자 적폐”라며 “오늘부로 선거마다 반복된 ‘거짓말 정치’의 종말을 선포한다”고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2009년 5월23일 논란? 쟁점은 ‘밀회 여부’
 
이 당선인 측이 문제 삼은 부분은 “김부선이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봉하마을로 내려가던 길에 이 당선인과 밀회를 했다”는 김영환 전 후보의 추측성 발언이다.
 
백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은 2009년 5월23일이고 배우 김 씨는 같은 날과 이튿날 제주 우도에 있었다. 따라서 이때 (김 씨가)서울에서 봉하로 내려가던 중 성남을 지날 때 이 당선인과 통화를 했다는 주장은 성립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백 변호사는 같은 날 제주에서 찍힌 김 씨의 사진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어 “이 당선인은 ‘옥수동 밀회’는 물론 배우 김 씨와 전화통화한 사실 없이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인 5월23일에는 봉하마을로 조문을 갔고, 24~29일에는 분당구 야탑역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상주로서 분향소를 지켰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 씨가 ‘반전 카드’를 꺼내들었다. 본인은 ‘2009년 5월 22~24일’이라고 날짜를 특정한 적 없다는 주장이다. 김 씨는 “나는 2009년 5월 '22일~24일'이라고 날짜를 특정한 적 없다. 비가 엄청 오는 날, 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뵈러 봉하에 가는 길이라 했다”며 “이날 나는 봉하로 향했고, 성남을 지나가며 분명히 이재명과 해당 내용의 통화를 했다. 그리고 봉하에 내려가 기자도 만났고, 숙소를 못 잡아 차 안에서 1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당신들 마음대로 날짜를 특정 지어 비가 온 날인 23일을 찾았나본데, 이는 가정 자체가 틀렸다”며 “또한 ‘옥수동으로 가라’는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당선인)의 말을 나는 거부했다. 그러므로 해당 일에 밀회는 없었고, 나는 그런 주장을 한 바도 없다. 역시 가정이 틀렸으므로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당선인)가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는 이 사실과 무관하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경찰조사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했다.
 
김영환 전 후보 측에서도 성명을 통해 “알 만한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이라며 “진실을 밝히기를 원한다면 직접 고소를 통해 대질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이 당선인의 ‘직접 고소’를 촉구했다.
 
김부선에게 여론 기우나… 이재명 ‘직접’ 해명 촉구
 
스캔들이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이 당선인은 ‘소극적’인 반면, 김 씨는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는 양상이라는 게 정가의 지배적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전세가 완전히 김 씨 쪽으로 기울었다며, 이 당선인이 직접 입을 열지 않는 이상 ‘의혹 화살’은 더욱 이 당선인 쪽을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김부선 진영이 제기한 밀회 주장 사실 전부가 아닌, 일부 특정 발언에 대해서만 고발한 것이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조치가 여론의 의혹을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당선인이 ‘모든 의혹’에 대해 ‘직접’ 고소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 법조인은 이 당선자 측의 고발 내용을 두고 “이 당선인에 유리한 내용만 발췌, 추후 무고죄를 피하려는 ‘꼼수’로 보인다”며 “여태 고소하지 않겠다는 이 당선인 측에서 이제 와서 ‘일부’를 ‘고발’하니 의구심이 더욱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씨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A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시 갈고 닦은 판세를 흔드는 고소·고발 실력의 악마의 디테일은 대단하다. 고발한 내용이 ‘불륜이 없었다’가 아니라 ‘특정 날짜에 만나지 않았는데 만났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내용”이라며 “김부선과 이재명의 관계는 수사과정에서 은폐하지만 않는다면 누구 말이 맞는지 확실히 드러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지영 작가도 “날짜 헷갈린 것을 ‘가짜뉴스대책반’ 시켜 고발케…. 참으로 꼼꼼하신 분이시군요. 고소하면 무고죄도 있느니!”라고 이 당선인을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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