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부실책임차원서 이건희 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주식 상장 논의 자체가 지연되고 있어 2000년기점 현금화계획 차질”“350만주는 전체 18% 외국인에 팔면 경영권 위협”으름장과거 삼성자동차 부실 망령이 아직도 삼성과 이건희 회장을 괴롭히고 있다. 지난 99년 삼성차 부실 책임 차원에서 이건희 회장이 채권단에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이 제값을 못하자 채권단의 압박이 재연되는 것이다. 삼성과 이건희 회장은 2000년 삼성생명 상장을 전제로 주식을 내놓았지만 상장 논의자체가 지연되고 있는 형편이다. 채권단은 2000년을 기점으로 주식을 현금화할 계획이었으나 상장이 지연되자 삼성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만약 법적 책임 공방이 현실로 이루어질 경우 채권단의 칼끝은 이건희 회장을 향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이건희 회장’과 ‘삼성 31개 계열사’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것으로 돼있기는 하다. 그러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내놓은 장본인이 이건희 회장이라는 점에서 채권단은 이건희 회장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삼성 계열사들은 책임론 순위에서 이건희 회장에 앞서지 않는다. 단지 삼성생명이 상장했을 때 이건희 회장이 당초 제시한 주식 가치(주당 70만원)에 못미칠 경우 차액을 보전한다는 보증을 선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이건희 회장이 피소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삼성은 의연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피소될 일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히려 삼성은 할 도리를 다 했다며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빚쟁이들에게서 오너의 이름이 거론된다는 점에서 삼성은 편하지만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특히 올해는 삼성생명 주식을 해외에 팔겠다는 등 채권단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삼성생명 주식 해외에 매각

삼성생명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은 99년 6월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을 채권단에 내놓기 이전에 이미 삼성생명 주식을 해외에 매각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채권단에 삼성생명 주식이 아닌 현금을 주려던 것.그러나 이 시도는 논의에만 머물렀다. 표면적인 이유는 삼성생명 상장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는 점, 보험계약자와 주주 중 과연 누가 상장 이익의 수혜자가 될 것이냐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무엇보다 실질적인 이유는 해외매각시 여러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알려졌다.가령 채권단이 매각한 삼성생명 지분이 특정 외국인에게 넘어갈 경우 삼성생명에 끼치는 영향력이 매우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350만주는 삼성생명 전체 지분의 17.5%에 달한다. 물론 상장에 앞서 유상증자를 마치게 되면 지분율이 지금보다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그럼에도 이 가상의 외국인을 삼성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덩치 큰 외국인은 이재용 상무가 지배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386만8,800주, 19.34%)에 이어 단일 주주로는 2대 주주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경영권 다툼이 일어날 공산은 그리 크지 않다. 이건희 회장 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41.62%에 달하기 때문이다.삼성생명과 업계는 오는 10월이면 쟁점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올 연말에서 내년초쯤이면 상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쟁점이 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리된다면 채권단의 해외 매각작업도 그만큼 수월해지게 마련.

그룹 경영권의핵심 축

삼성생명 지분의 향배는 단지 삼성생명 자체의 경영권이나 수익률 배분 문제로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삼성생명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의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삼성생명은 삼성에버랜드의 지배하에서 삼성전자를 거쳐 그룹을 거느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요 계열사에 출자를 하는 형태로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내고 있다. 따라서 비상장사인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이재용 상무로서는 삼성생명이 그 어느 계열사보다 중요하다.가뜩이나 금융권의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더욱 위협받고 있어 삼성은 경영권을 더욱 탄탄히 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룹의 최대 수익원이며 최대 출자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생명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13.43%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삼성생명의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실효성이 있는 지분은 7.37%로 떨어진다.굳이 삼성생명의 의결권 상실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삼성으로서는 삼성생명의 지배력 강화 필요성을 절감하는 대목이다.

삼성생명 상장과 채권단이 삼성생명 주식을 해외에 매각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에 삼성의 고민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삼성생명 경영권에 대해 외국인의 입김이 필요 이상으로 강해질 것에 대한 우려와 상장이 이번에도 무산된다면 채권단으로부터 소송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삼성생명 주식을 해외에 매각하겠다는 것은 채권단의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삼성의 최대 아킬레스건을 건드림으로써 삼성차 부채 처리 문제를 속히 해결하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입증한다.이에 대해 삼성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삼성생명 지분을 팔 수 있을지 두고봐야 알겠지만 삼성생명이나 삼성그룹 경영권에 위협이 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소송을 걸어온다 해도 우리가 불리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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