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장기간 저금리 흐름에 역마진 발생, 인상 불가피”시민단체“지난해만 2조8천억 순익 봤는데 무슨 소리하나”생보사가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생보업계는 장기간에 걸친 금융시장의 저금리 흐름에 따라 역마진이 발생,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굳히고 있다. 반면 국회 시민단체 등에서는 업계의 보험료 인상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인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생보업계는 보험료 인상을 굽히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보험료 인상으로 가계의 부담은 늘어나겠지만 지난해 사상 초유의 이익을 낸 생보업계는 더 큰 이득을 낼 전망이다.

생보사 상장과 더불어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인 보험료 인상 논란을 취재했다. 생보업계는 최근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 기조로 인해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역마진이란 지급해야 할 이자수입에 비해 들어오는 이자수입이 낮은 경우를 말한다. 이럴 경우 생보업계는 공멸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볼멘소리다.시민단체 입장에선 생보업계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한다. 생보업계는 그 동안 엄청난 이익을 챙겨왔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으며, 생보사의 손익 구조를 본다해도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공멸 운운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에 따르면, 지난해 생보업계는 사상 최대 규모인 2조8,282억원 규모에 달하는 당기순익을 냈다.

생명보험사의 손익 구조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이차, 비차, 사차 등 세 가지로 구별된다. 세 파트의 손익을 합산해 당기손익을 내는 것. 생보사들이 내세우고 있는 역마진 발생 부분은 이차 부문이며, 생보업계가 지난해 이차 부문에만 약 2,300억원의 적자를 낸 반면 비차(예정사업비와 실제사업비의 차) 부문에서 3조8,994억원(세전 이익), 사차(예정 위험률과 실제 위험률의 차) 부문에서 1조 5,000억원(세전 이익) 등 대규모 이익을 남겼다.이해를 돕기 위해 용어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이차부문은 생보사들이 고객들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를 바탕으로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해 벌어들인 자산 손익을 말한다. 비차는 생보사가 영업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뜻한다. 여기엔 설계사 수당 등도 포함된다.

이 영업활동이란 앞으로 1년간 쓸 비용을 책정하는 것이어서 실제 쓴 비용과는 차이가 생긴다.사차는 생보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을 뜻한다. 이 또한 미래에 지급할 것을 가정하는 것이므로 실제 지급 비용과 차이가 생긴다. 보험료 지급이 덜 되면 이익을 내는 것이며, 보험료 지급이 늘어나면 손실을 보는 것이다. 따라서 생보사들은 매년 비차와 사차 부문은 예정사업비를 산정, 집행해오고 있다. 여기서 예정 사업비와 실제 사업비에 차이가 발생한다. 실제 사업비를 집행하면서 예정사업비보다 적게 쓰면 이익이 되는 것이고, 많아지면 손실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 이 부문에서 손실이 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들 한다. 사차의 경우 언제인가는 지급해야 할 비용이기에 이익을 낸다고 해서 큰 의미를 둘 수는 없다고도 지적되고 있지만 생보사가 소비자에게 당연히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절감했다는 측면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비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차의 이익 규모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해 생보사가 낸 비차익은 3조8,994억원이다. 국내 대표적인 A 생보사의 경우 매년 1,000억원 이상 규모의 비차익을 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구조조정 등 회사의 자구 노력에 따른 비용 절감이라고 주장한다지만 매년 1,000억원 가량의 이익을 낸 것으로 볼 땐 순수한 자구노력에 따른 이익으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 한 관계자는 “생보사의 비차익 증가는 생활사들에게 당연히 지급해야 할 돈을 지급하지 않는 데다 과도한 사업비 집행으로 소비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지난해 생보사의 이익 구조로만 놓고 볼 때 생보사는 지난 한 해 동안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덜 내주거나 사업비를 과도하게 책정, 바가지를 씌워 엄청난 이익을 챙겨왔다는 얘기가 된다. 반면 생보업계는 대규모 이익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이차 역마진 등의 변수는 여전히 경영 악재로 상존하고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업계와 시민단체간 논리 싸움은 한치의 물러섬이 없는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최근 이러한 보험료 인상 문제는 급기야 실제 사업비 등 보험료 공개 찬반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최근 대규모 이익은 일시적인 것이며 이차 역마진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어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의 경우 사업비 등의 적립 부담이 판매 시점에서 평균 3년 이후부터 집중적으로 발생, 초기 보험료의 경우 이익이 늘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비차익은 보험사의 주력 판매 상품 변화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생명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 선진국에서도 보험 상품은 장기적인 특성을 감안, 예정이율을 적용한다”며 “단기적인 실적에 급급해 예정이율을 조정하게 되면 결국 보험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현재의 예정 보험료 기준이 아닌 실제 보험료를 공개할 경우 보험료 인상 논란은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보험사들의 현재 상품 공시가 예정 보험료 기준인 데다 고객 상품 약관 등에는 예정사업비(비차)가 위험보험료(사차) 및 저축보험료(이차)에 포함돼 예정 사업비 규모조차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것. 여기에 최근 생명보험사의 대규모 비차익 논란이 맞물리면서 사업비에 대한 의혹은 확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렇게 사업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최근 감독당국도 예정사업비, 위험보험료, 저축성보험료 등 보험료 구성 요소별로 총액 및 비율을 공개하는 등 상품 공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이러한 상품 공시도 결국 예정 보험료라는 점에서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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