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선정과정에 여러 의혹” 주장외환은행 “업무상 실수 있었으나 선정엔 잘못 없었다” 반박외환은행이 ‘PI프로젝트’ 사업자를 선정한지 2개월여가 지나도록 사업자 선정 과정에 관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얼라이언스시스템(사장 조성구)이 외환은행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PI프로젝트’란 은행 지점에서 처리하는 가계대출·기업여신·외환 등 심사과정을 거치는 업무를 본사와 협의, 신속히 일을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즉, 전국 지점의 업무 정보를 본사가 거의 실시간에 접할 수 있는 전산화시스템인 셈이다.

따라서 시스템의 우열을 가리는 조건 중 우선시되는 것은 속도와 안전성이라는 게 SI업계의 공통된 견해다.이같은 견해를 바탕으로 얼라이언스는 외환은행이 자사를 버리고 타사를 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얼라이언스는 입찰에서 유일하게 경합을 벌인 미국 파일넷(FileNet)사보다 속도에서 우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외환은행은 “시스템이 외환은행의 프로세스 환경과 전체적으로 잘 조화를 이루는지가 업체 선정의 관건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외환은행은 지난 5월, 7개 SI업체에 PI프로젝트 입찰 제안서를 발송했다. 이 제안에 참여한 업체는 삼성SDS, 한국IBM, LG-CNS, 한국후지쓰 등 4개사.이 가운데 삼성SDS, 한국IBM, LG-CNS 등 3개사는 얼라이언스의 소프트웨어인 엑스텀(Xtorm)을 채택한 반면 한국후지쓰는 미국 파일넷(FileNet)사의 제품을 채택했다.4개사와 얼라이언스, 파일넷의 관계를 자동차를 예로 든다면 얼라이언스 등이 개발한 엔진에 4개사가 모듈을 비롯해 완성차를 생산하는 역할.외환은행이 입찰 제안서를 발송하기 전부터 SI업계에서는 얼라이언스 프로그램이 채택될 것을 의심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외환은행 이전에 PI프로젝트를 완성한 은행권의 80%가 이미 얼라이언스 제품을 채택할 정도로 국내 최강자였기 때문이다.외환은행과 얼라이언스의 갈등은 지난 5월19일, 외환은행이 7개 SI업체에 입찰 제안서를 보내면서부터 시작됐다.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이날 저녁 외환은행은 제안서 내용 중 일부를 수정해 다시 발송했다. 수정된 내용에는 ‘최대 사용자 수가 2,000명 이상의 실사용자가 있는 제1금융권’에서 ‘제1금융권’이 삭제됐다.이 부분에 얼라이언스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은행 PI프로젝트에서 제안업체의 실적을 따질 때 제1금융권 실적을 중시하기 때문. 업계에서는 데이터 규모와 거래량에서 제2금융권보다 제1금융권이 월등히 앞서기 마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외환은행이 ‘제1금융권’을 삭제함으로써 얼라이언스의 실적을 희석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의혹을 안고 입찰 과정을 지켜보던 얼라이언스는 이후로도 석연치 않은 점이 눈에 들어왔다. 얼라이언스는 소프트웨어 제품에 대한 성능과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BMT(Benchamark Test) 과정이 얼라이언스에 매우 불리하게 돌아갔다고 주장하고 있다.얼라이언스측은 “BMT 수행시 얼라이언스와 파일넷 양측이 동시에 지켜보는 상호 배석을 요구했으나 외환은행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BMT 결과에 대해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공개된 결과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또 BMT 수행 일정상에 문제점도 지적했다. BMT 항목 및 절차 등에 대한 사양은 얼라이언스, 파일넷사와 외환은행의 BMT 수행 대행사인 한국선(Sun)사가 합의해 결정했다. 그럼에도 파일넷이 BMT 일정을 당초 계획된 일정을 하루 넘기고 이틀간 수행했다는 게 얼라이언스의 지적이다. 얼라이언스가 가장 반발하는 부분은 외환은행이 당초부터 BMT를 정식 평가항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 얼라이언스측은 “외환은행이 ‘BMT는 내부참조용이었다’고 말했다”며 말바꾸기가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BMT 결과 얼라이언스 제품 성능이 약 2.5배 우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은 10∼20%밖에 성능차가 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는 등 대립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외환은행은 얼라이언스가 사업자 선정이 끝난지 2개월여가 지났음에도 계속해 의혹을 제기하자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수차례 해명을 거듭했음에도 결과에 수긍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격앙된 분위기다.입찰 제안서를 수정한 이유에 대해 외환은행 관계자는 “5월16일 부행장에게 품의서를 올렸을 때는 제안 요건을 ‘금융권’이라고 표기했었다”며 입찰제안서 수정은 업무상 실수였다고 말했다.또 BMT 테스트 과정의 의혹에 대해서는 “주사업자인 삼성SDS와 한국후지쓰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며 “당초부터 비공개를 전제로 진행했으며 BMT가 평가항목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BMT 결과가 나오기 전에 평가가 이미 끝난 상태였다는 것이다. 외환은행은 덧붙여 “5개 BMT 항목 중 한가지 항목에서만 속도 차이가 있었던만큼 파일넷과 별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외환은행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얼라이언스는 그동안 금융감독원, 청와대, 부패방지위원회, 감사원 등에 민원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기관 대부분은 외환은행에 자체 감사를 맡기는 것으로 조사를 대신했다. 외환은행은 자체 감사에서 그간 해명한 내용을 결과로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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