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한남동 승지원서 경영관련 서적 탐독하며 기업미래 구상구본무 회장, 자택서 ‘휴식’취하며 하나로통신 증자등 현안문제 고민SK손길승 회장 휴가 반납후 그룹 분위기 수습에 안간힘본격적인 무더위가 한창인 요즘, 각 그룹 총수들은 회사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일부 총수들 은 올 여름 휴가를 반납한 채 산업 현장을 돌고 있다. 또는 휴가를 보내더라도 하반기 경영 구상에 몰두하는 총수들이 대부분이다. 총수들이 휴가를 반납하거나 경영구상에 몰두하는 이유는 올해 재계를 강타한 위기의식과 급변하는 노사관계 등 새로운 경영환경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각 그룹별 총수들의 여름나기를 공개한다.대기업 총수들은 대개 특별히 휴가기간을 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휴가를 내더라도 ‘짬’을 내서 쉬는 정도가 대부분이다.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열렬한 독서가로 유명하다. 이 회장이 평소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바람에 그룹 전체의 CEO들이 자연스럽게 독서량이 풍부할 수밖에 없다.미래 경영을 책에서 찾고 있는 이건희 회장은 올해 휴가도 책과 함께 보내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유럽의 산업현장과 기업간 우호를 다지고 온 이 회장은 지난달 말 귀국해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 머물고 있다. 특별히 휴가기간을 낸 것은 아니지만 귀국일부터 이달 초까지 대부분을 가족과 함께 지내며 독서에 몰두하고 있다.이건희 회장은 얼마 전까지 탐독한 책은 현대경영학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의 ‘넥스트소사이어티’. 이 책은 지식과 기술이 풍부한 새로운 자본가와 지식 노동자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언적 메시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회장은 이 책에 대해 경영자들의 필독서라는 평을 내렸다고 한다.이밖에 이건희 회장은 그동안 챙기지 못한 지인들과 각계 인사들을 초청해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도 했다.LG그룹 구본무 회장도 평소 소탈한 성격 그대로 휴가도 한남동 자택에서 조용히 보냈다.구 회장은 올 여름 휴가를 조금 ‘독특하게’ 보냈다. 지난달 말부터 약 1주일간 정식 휴가를 보낸 구 회장은 한남동 자택에서 철저히 외부와 단절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 기간 동안 휴가의 원래 목적인 ‘휴식’에 충실했다는 것.자택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회사 임직원의 경영활동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 업무도 이 때만큼은 손을 놓았다고 한다.매년 여름 휴가 때면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경영구상을 해왔던 구 회장은 올해에는 좀 더 구체적인 고민을 했다고 알려졌다. 구 회장은 단지 최근 LG의 최대 현안인 전자 부문 경쟁력 강화와 하나로통신 증자 문제 등을 깊이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손길승 회장은 SK글로벌 사태로 그룹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만큼 휴가를 반납하고 일에만 매진했다. 입사 후 한번도 휴가를 보낸 적이 없다는 손 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빈 자리를 메우느라 더욱 바쁜 모습이다.전경련 회장을 겸하고 있는 손 회장은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 ‘전경련 제주 여름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으로 휴가와 일을 병행했다. SK의 경우 손 회장의 더위를 모르는 활동과 사내 분위기를 감안해서인지 주요 임원들도 일찌감치 휴가를 반납했다고 한다.손 회장은 특별히 휴가를 내서 건강 챙기기를 하지 않는 이유를 평소 정신 및 육체건강을 잘 관리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매일 아침마다 심기신수련을 하면서 정신과 육체건강을 함께 챙긴다.현대기아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재계 총수들 가운데 가장 뜨겁고도 숨가쁜 여름을 보낸 인물.정 회장은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언급할 정도로 심각한 사태로 치달은 노조 파업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관리직 근로자들에게 휴가철 비상근무를 지시한 정 회장은 매일 서울 양재동 본사로 출근해 일일 상황을 보고 받고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파업으로 인한 수출과 생산·판매 차질 현황을 파악하는 데도 하루가 부족할 정도.이런 와중에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그랬듯이 신입사원 하계 수련회에는 꼭 참석할 예정이다. 이달 중순에 제주 해비치리조트에서 열리는 수련회에 정 회장은 이변이 없는 한 참석해 특강, 사원들과 등산 등을 할 예정이다. 정 회장이 신입사원 수련회에 참석하는 것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했던 것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으로 현대가의 오래된 전통이다.포스코 이구택 회장도 조용한 휴가를 보낼 생각이다. 이달 4일부터 주말까지 포함해 1주일간 휴가를 받은 이 회장은 서울 강남구 포이동 자택에서 경영구상 등으로 휴식을 가진다.이 회장은 틈나는 대로 가까운 산을 찾는 것으로 휴가 기간을 보낼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이 회장의 경영 화두인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를 숙고하며 휴가가 끝나는 대로 9월 임원대토론회에서 향후 10년간의 성장 전략을 최종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아예 휴가를 내지 않고 현장에서 ‘일’에만 매진하는 총수들도 많다.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대한생명 정상화에 열을 쏟고 있다. 김 회장은 대한생명에서 무보수로 일하면서 현장을 지키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하고 있다.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은 새로 시작한 반도체사업 재미에 푹 빠져있다. 반도체 영업환경이 점차 호전됨에 따라 첨단 생산라인에 투자할 계획, 신소재 생명공학 등 새로운 전략사업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금호그룹 박삼구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집중해온 구조조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본격적인 성장 경영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주력 사업인 항공과 레저가 여름 성수기에 접어든 만큼 각 사업장을 찾아 현장경영에도 주력할 방침이다.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나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등도 여름나기는 비슷하다.조양호 회장은 이라크 전쟁과 사스 여파로 급감한 항공수요가 최근 회복기에 접어들어 현장경영을 강화하고 있다.조석래 회장은 회장을 맡고 있는 태평양경제협의회 총회가 이달 서울에서 개최됨에 따라 회의 준비로 여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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