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4월 계열금융사들 통해 총 450억 대출로비스트 윤모씨와의 면담과 관련 여부에 재계 주목 동양그룹의 현재현 회장이 지난해 9월에서 올해 3월 사이 굿모닝시티의 브로커 윤모씨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동양그룹의 현재현 회장이 굿모닝시티의 로비스트로 알려진 윤모씨(42·구속)와 만났던 사실이 확인됐다. 동양그룹의 한 내부관계자는 “윤씨가 현 회장을 만나러 그룹을 방문했었다”고 전했다. 윤모씨와 현재현 회장이 접촉한 정황은 검찰에서 일부 알려지기는 했으나 동양측으로부터 정확한 내용을 파악한 것은 본보가 처음이다. 이는 굿모닝이 자금을 차입하기 위해 전방위로 뛰어다녔음을 입증하고 있다.

‘윤창렬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채동욱 부장검사)는 윤씨와 현재현 회장과의 만남을 부인하지 않았다. 검찰은 기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두 사람이 접촉한 정황을 확인해주지 않으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이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검찰 수사 과정에서 그룹 오너의 이름이 거론되자 동양그룹은 당혹스런 표정이다. 동양측은 두 사람의 접촉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를 계열사의 금융대출 등과 연계시킬 것을 경계하고 있다.동양그룹의 한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윤모씨와 현재현 회장이 만난 것은 여의도 본사 현 회장의 집무실에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난 정확한 시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윤씨측이 굿모닝의 고위 인사를 통해 수차례에 걸쳐 현 회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와 만남이 이루어졌다”며 “시기는 알지 못하나 회사로 찾아온 것은 맞다”고 말했다.

윤씨와 현 회장이 만난 시기는 2001년 9월에서 2002년 3월 사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2001년 9월 굿모닝시티는 동양메이저 건설부문과 시공사 계약을 맺은 데 이어 2002년 3월 동양생명 동양종금증권 등 동양의 금융계열사로부터 처음 대출을 받았다.굿모닝은 자금 차입에 있어 가장 먼저 동양그룹에 손을 벌렸던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동양은 대한화재 등 대출 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대출을 해줬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이 작성한 ‘(주)굿모닝시티에 대한 금융권 여신현황’에 따르면 2002년 3월9일 동양종금증권을 시작으로 같은 해 4월30일까지 동양생명 등과 함께 450억원을 대출해줬다.

동양을 시작으로 2002년 8월 대한화재, 같은 해 12월 전일저축은행, 신안저축은행 등의 대출이 이루어졌다. 이들 기관들이 동양그룹이 시공사 및 대출기관인 것을 근거로 굿모닝의 신용 등급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동양이 가장 빨리 굿모닝에 금융 대출을 해준 점, 대출액도 가장 컸다는 점은 현재현 회장과 굿모닝측 인사의 만남을 더욱 주목하게끔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양그룹은 ‘공연한 추측’일 뿐이라며 만남 이외의 의미확대를 차단하고 있다.그룹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현 회장은 그룹의 최고경영자이자 오너이기 때문에 로비를 받고 대출 지시를 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경영권을 갖고 있는 회사가 손해를 입을 수도 있는 사안에 압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무엇보다 대출 이후 동양메이저측 인사가 굿모닝 관계자들에게 폭행을 당한 정황을 놓고 봤을 때 굿모닝이 현 회장에게 ‘신세’를 졌을 리가 만무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5월 동양메이저건설 관계자 2명은 굿모닝에 갔다가 굿모닝측 관계자 5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굿모닝시티 분양자 명단이 적힌 카드를 보여달라고 재촉한 것에 화가 났다는 게 폭행 이유였다. 동양메이저건설은 금융사들이 대출해 준 450억원의 채권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굿모닝의 주요 자산인 분양 현황을 파악하려던 것이었다.이 사건 이후 굿모닝은 타 금융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기 위해 동양메이저에 지급보증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굿모닝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던 동양은 자사의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지급보증 요구를 거절했다.동양은 굿모닝을 사업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다가 올 초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다.검찰은 현재현 회장과 윤모씨가 만난 사실은 인지하면서도 현 회장에 대한 조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현 회장이 금융사들에 대출 지시를 한 것으로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동양그룹측 관계자는 “사업상 회장이 상대측 인사와 만나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라며 “현재현 회장이 윤씨를 만난 것을 두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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