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IT업체 한국멀티넷 고발 … 검찰, 정통부 직원들 조사정통부 “주파수 반납 조건으로 무선국 허가 내준 것” 반박정보통신부와 한 중소 IT업체간 법적 분쟁에 SK텔레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과거 ‘위성디지털오디오방송(위성DAB)’ 사업자 선정에 SK텔레콤이 정통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다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혜 의혹이 소송의 주 쟁점은 아니지만 검찰 조사의 향배에 따라 사업자 선정 결과가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정통부 직원 일부를 검찰에 고발한 한국멀티넷은 “정통부가 SK텔레콤에 우리가 사용하던 주파수 사용권을 주는 바람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4월에 있었던 고발 사태가 이제 와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얼마전 명예훼손 및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고발된 정통부 직원들이 검찰의 조사를 받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직원들이 피고발된 정통부는 지난해 4월 한국멀티넷이 제기한 행정소송이 기각된 바 있어 이번 법정 대결 결과에 대해서도 낙관하는 분위기다.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을 연상시키는 정통부와 한국멀티넷의 싸움은 한국멀티넷이 사운을 걸고 진행 중이다. 특히 청와대가 검찰의 수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검찰의 기소 여부에 따라 청와대 내부 사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무소불위’ 정통부와 중소 IT업체인 한국멀티넷이 분쟁에 휘말리게 된 배경은 이렇다.지난 97년 4월 한국멀티넷을 비롯한 SK텔레콤, 데이콤 등 15개 IT기업들이 정통부에 무선 케이블 TV사업을 신청했다. 처음부터 각축을 예고했던 케이블 TV사업은 그러나 98년이 되자 한국멀티넷이 단독으로 무선국 허가를 받으며 싱겁게 막을 내렸다.

한국멀티넷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이 97년 말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인해 사업에서 손을 털었기 때문.승승장구할 줄로만 알았던 한국멀티넷은 2001년이 되자 정통부와 관계가 틀어지며 운을 다하기 시작했다. 그해 10월 정통부가 SK텔레콤에 2.5GHz 주파수 대역에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용 허가를 내준 것이 계기가 된 것. 2.5GHz 대역에는 이미 한국멀티넷이 1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을 앞두고 있었다.문제의 주파수는 정확히 2.535GHz에서 2.655GHz까지 이르는 120MHz 대역. SK텔레콤이 한국멀티넷을 제치고 주파수 사업권자가 된 배경이 특혜의혹의 핵심이다.한국멀티넷은 97년 정통부가 국제전기통신연합으로부터 서비스 주파수를 할당받을 기회를 놓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서둘러 SK텔레콤과 KT에 서비스 승인을 해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기업이 방송사업에 진출하려면 해당 법인에 대해 33% 이상의 지분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방송법을 들고 있다.

한국멀티넷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별도 법인을 설립, 33% 지분을 출자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일본측 파트너인 엠비코의 대주주 도시바 10% 등 우호세력 지분을 합하면 사실상 33%를 넘어선다는 것. 이밖에 방송사업 진출 요건인 방송위의 추천을 무시하고 정통부가 주도해 SK텔레콤에 사업권을 준 것도 도마에 올랐다.한국멀티넷은 정통부가 주파수 미확보 문제가 뒤늦게 드러나자 책임을 피하는 과정에서 특혜의혹이 발생하고 한국멀티넷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한국멀티넷의 고발과 의혹제기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정통부는 완강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통부도 그간의 사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정통부는 지난 97년 4월 공시한 ‘무선 CATV 전송용 주파수 분배고시’에 적시한 일단의 내용을 들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2.5GHz의 주파수 대역은 향후 DAB용 사업자에게 우선권을 주며 그 전까지 대역을 사용하려면 DAB 도입에 지장이 없도록 정한 조건에 따라야 한다는 것. 즉 DAB를 정식으로 도입하기 전에 문제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했고 그것을 알았던 한국멀티넷이 이제 와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정통부에 따르면 주파수 반납이 무선국 허가의 한 조건이기도 했다. 2.5GHz 대역은 향후 DAB용으로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DAB 도입시 전체 주파수 범위인 120MHz 중에서 60MHz를 반납하기로 했다는 것.정통부와 한국멀티넷의 싸움에 또 다시 특혜의혹에 시달리는 SK텔레콤은 “직접 소송 관련자가 아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면서도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소송의 쟁점이 특혜의혹 규명이 아니기는 하나 검찰 수사 결과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업권 자체가 박탈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이미 신규가입이 완만한 곡선을 달리기 시작한 이동통신사업에서 위성방송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던 SK텔레콤으로서는 자칫 불의의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위기인 것이다.사운을 걸고 정통부와 SK텔레콤으로부터 주파수를 되찾아오겠다는 한국멀티넷과 강경 대응으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정통부, 더불어 사태를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는 SK텔레콤의 희비가 어떻게 갈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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