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비대위원장 하마평 인사들 살펴보니…‘인물난’
- 답 알면서 풀지 못하는 한국당, 차라리 헤쳐 모여
 

윤여준, 김병준, 박형준, 정의화, 김형오, 이회창, 전원책, 이정미, 안대희, 반기문, 최장집, 김종인, 이문열, 홍석현, 홍정욱, 박관용, 김황식, 황교안, 김문수, 남경필, 이인제, 김태호, 김용옥, 이국종, 이석수, 김진태, 전희경, 주광덕, 인요한, 김진명(이상 30명)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른 당내외 인사들이다. 비대위 준비위 측은 36명이라 언급했으니 ‘깜짝 인사’가 더 있는 셈이다. 준비위 측은 비대위원장이 여러 경로로 추천을 받아 리스트 업한 결과라고 밝혔다.
 
준비위 측은 이들 중 5~6명으로 후보군을 추리고 한편으론 국민공모제를 실시해 8일까지 후보를 받는다. 또한 당협위원장들의 추천도 받아 12일 의원총회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7월 중순 전국위를 개최해 최종 혁신비대위원장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에서 한국당에 관심을 가졌던 보수 성향의 거물급 인사들은 한 번쯤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폭넓게 인재를 구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정작 거론되는 대다수의 인사들이 손사래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회창, 김종인, 박관용 3인이 그렇다. 이회창 전 총재 측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불쾌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전혀 생각이 없다. 자기들이 새 길을 찾아야지 밖에 있는 사람 부르고 그 짓 하지 말라고 뭐라했다”고 화를 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나하고는 관계 없는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작금의 한국당 모습을 보면 나폴레옹의 ‘썰렁개그’를 연상케 한다. 나폴레옹이 이탈리아에 주둔한 오스트리아 군과 싸우기 위해 병사들을 거느리고 알프스 산맥을 넘은 이야기는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한 번은 천신만고 끝에 한 봉우리에 올라가서 나폴레옹이 하는 말이 “이 산이 아닌가벼”라고 말해 병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어렵사리 인재를 구해 놓고 나중에 ‘이 산이 아닌가벼’라며 맥빠지는 상황이 계속 연출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하마평에 오른 인사중에서 당 혁신과 통합의 적임자가 존재하거나 관심 있는 인사들이 있지만 한국당의 ‘한강에 돌 던지기식’ 후보 거론에 질려 오히려 나오지 않을 공산이 높다는 점이다.

나폴레옹 ‘썰렁개그’ 2탄이 그랬다. 어렵사리 그 산을 내려온 병사들은 죽을 힘을 다해 다른 산 정상에 올랐는데 나폴레옹이 ‘아까 그 산이 맞는가벼’라고 말해 모두 까무러치고 말았다.
 
한국당이 처한 상황과 너무 흡사한 ‘썰렁개그’다. 준비위 측은 명단을 추리고 리스트 업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별개다. 공개는 당사자가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 여전히 한국당은 지방선거 패배 의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당은 그동안 총선, 대선, 지방선거에서 3번의 패배를 맛봤다. 보수 유권자의 심판은 분명했다. 현재 한국당으론 보수 세력을 대변할 수 없으니 ‘헤쳐 모여’라는 명령이다. 그런데 한국당은 ‘보수의 폭망’, ‘보수의 궤멸’로 오히려 보수 진영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실체는 보수의 멸망이 아니라 한국당의 폭망이고 한국당이 궤멸수준으로 된 것이다.
 
보수는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서 30%대를 차지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당 소속 한두 명이 정계은퇴를 하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고 돌아선 보수 민심이 다시 오지 않는다.
 
한국당이 대대적인 인적 청산과 새로운 피를 수혈하지 못하고 ‘한강에서 고래를 잡으려고’ 한다면 미래는 더욱 암울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한국당 내부에서는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에서 패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한국당 내에서 살 길은 분명히 알고 있다. 책임 있는 중진급 인사들이 최소한 3~40명 이상 2선 후퇴와 동시에 차기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 또한 당도 해체해 당의 문호를 활짝 열어 보수 진영 사람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득권도 내려놓아야 한다. 여기에 친박 비박이나 복당파니 잔류파니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 최소한 3선급 이상 당내 중진 의원들이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그 다음에 외부 인사를 영입해 통합을 하든지 참신한 인사를 통해 혁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거꾸로 기존의 기득권이 엄존하고 책임질 인물들이 큰소리 치는 정당에 누가 깃발을 들고 나서려고 할 것인가.
 
차라리 한국당이 제1야당이 아니고 소수 야당이라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문재인 독주시대’다. 중앙권력에 지방권력 나아가 의회권력까지 노리는 집권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당이 한국당이기 때문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금처럼 한국당이 지리멸렬하다면 집권 여당의 ‘나홀로 독주’를 막을 길이 없다. 권력은 속성상 견제받지 못할 경우 필연적으로 썩게 돼 있다. 이는 곧 대한민국 국민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죄는 당연히 한국당에게 있다.
 
한국당 소속 의원은 현재 114명이다. 이중에서 초재선 의원 75명을 제외한 3선급 이상 중진 의원들이 39명이다. 최소한 3선 이상으로 10년 이상 한국당에서 정치를 한 39명은 ‘2선 후퇴 및 차기 총선에서 불출마’를 집단적으로 선언해야 해야 한다. 그나마 자신들을 지지해 준 대구·경북과 태극기 세력에 대한 기본 예의이자 도리다.
 
특히 영남에 지역구를 둔 3선 이상 국회의원들이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깃발을 꽂으면 당선’돼 그동안 꽃길을 걸어 온 대표적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치마폭 뒤에서 당선된 친박계 의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다음은 한국당 3선 이상 국회의원들의 명단이다.
 
3선 강석호, 권성동, 김광림, 김성태, 김세연, 김영우, 김용태, 김재원, 김학용, 박순자, 안상수, 여상규, 유재중, 윤상현, 이명수, 이종구, 이진복, 홍문표, 홍일표, 황영철(이상 20명)
4선 김재경, 김정훈, 나경원, 신상진, 유기준, 이군현, 정우택, 정진석, 조경태, 주호영, 최경환, 한선교, 홍문종(13)
5선 심재철, 원유철, 이주영, 정갑윤(4)
6선 김무성(1, 총선 불출마)
8선 서청원(1, 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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