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6.13 지방선거 결과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을 차지한 집권 여당이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의회 권력 장악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현재처럼 여소야대 정국에 국회선진화법까지 존재하는 이상 개혁입법 통과가 어렵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2기를 맞이해 원내 1당으로서 자신감도 엿보인다. 일단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원구성 이후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물밑에선 여소야대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무소속 의원 입당’부터 연정에 개혁 입법 연대까지 ‘180석+알파’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을 사실상 여대야소 정국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자.
 

- 민평당+정의당 ‘평화와 정의’ 내각·원 구성 참여 소연정
- ‘개혁입법연대’ ‘180석+α’ 국회선진화법 넘어라! 특명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8월25일 TV토론회를 통해 여소야대 정국에서 원활한 국정운영을 할 수 없었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한나라당을 대상으로 ‘대연정’을 깜짝 제안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잘못했다’고 사과를 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4당체제(당은 5당) 아래 마찬가지 신세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12곳 중 11곳을 차지해 130석이 됐다. 하지만 170석이 야당이라는 점에서 단일 정당으론 국정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선진화법은 쟁점 법안의 경우 재적 의원 5분3(180석) 이상이 동의해야 상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 의석 분포대로 하면 자유한국당(114석)과 바른미래당(30석)이 반대할 경우 집권 여당이 단 한 건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여야 협치가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모습은 협치보다는 ‘아군 확보’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일단 무소속 강길부, 손금주, 이용호 의원이 민주당 입당 의사를 타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실이 맞다”고 인정했다. 홍 원내대표는 입당 가능성에 대해 ‘원 구성 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다수를 확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사실상 무소속 3명의 민주당 입당은 시간의 문제가 됐다. 의석은 133석이 된다.
 
청와대 개각 임박...
대연정으로 의회 장악?
 

133석으로는 쟁점 법안은 둘째치고 일반 법안 통과 숫자인 150석에도 17석이 부족하다. 그래서 집권 여당에서 대안으로 내세운 게 연정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연정을 한나라당에 제안했던 점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집권 여당은 자유한국당을 대상으로 하는 대연정보다는 소연정으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정의당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위해 급조한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20석)이 대상이다.
 
일단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경제팀 교체에 이어 개각을 앞두고 있다. 확실하게 교체할 것으로 보이는 장관직은 전남지사 출마로 공석이 된 농림축산부장관과 함께 김은경 환경부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 등이 교체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만약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이 당권에 도전할 경우 개각 대상이다. 이뿐만 아니라 교육부, 법무부, 국방부장관 등을 교체 대상으로 보고 있다.
 
여권에서는 환경부 장관 정도는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 소속 의원에게 내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평화와 정의’측은 하반기 원 구성에 환경노동위원장과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심 원하는 상황이다. 환경노동부장관직을 준다면 마다할 정의당이 아니다. 30석을 보유한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전 대표는 18대, 19대 국방위 소속으로 간사를 거쳐 위원장까지 역임했다는 점에서 국방부장관직을 줄 수 있다.
 
또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평양특사’(대북특사)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박 의원은 김대중 정부 때인 지난 2000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북측과 접촉해 그해 6월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는 산파 역할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과 소연정을 한다면 183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고 쟁점법안 등 개혁입법을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는 꿈의 숫자를 갖게 된다.
 
하지만 관건은 문재인 정부의 의지다. 실제로 지난해 치러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이루지 못한 대연정을 실현해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밝혀 연정론에 불을 붙였다. 단, 그는 “누구든 개혁 과제에 합의한다면”이라는 전제를 깔았다.
 
새누리당 및 바른정당을 포함한 안 전 지사의 대연정 제안에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반기를 들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나중에는 대연정론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고 강력하게 대연정 의지를 밝혔지만 이후 지지층이 등을 돌리면서 임기말 레임덕이 가속화됐다.
 
당시 한나라당 당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2010년)에서 “대연정 제안은 완전히 실패한 전략이 되고 말았다”며 “내가 잘못 생각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노 전 대통령은 “1등만 살아남는 소선거제가 이성적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지역 대결 구도와 결합해 있는 한, 우리 정치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대연정을 해서라도 선거구제를 고치려고 욕심을 부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노무현식 대연정은 야당이 총리를 세우고 내각을 구성해 내치 분야를 담당하고 대통령이 외교·국방 분야를 맡는 프랑스식 동거 정부를 꿈꿨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문 대통령이 대연정은 차치하고라도 소연정을 할 리가 만무하다는 게 여권 내 지배적인 시각이다. 결국 청와대발 대연정 대신 나온 게 하반기 원구성을 통한 민주당발 국회 연정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당, 대연정은 ‘글쎄…’
국회 연정…‘긍정적’

 
원 구성의 핵심은 국회의장 및 부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장을 어느 정당에게 몇 석을 주느냐가 관건이다. 통상 정당별 의석수와 국회 관례에 따르면 총 18석의 상임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8석, 자유한국당 7석, 바른미래당 2석, ‘평화와 정의’ 1석으로 배분된다.
 
일단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한 석을 가져가는 것이 정상이지만 범여권이라는 점을 들어 국회부의장직까지 코를 걸었다. 평화와 정의 측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법사위원장과 환경노동위원장중 하나를 내심 원하고 있다.
 
관례상 법사위원장직은 국회의장이 소속돼 있는 정당이 아닌 당에서 맡아 왔다. 전반기 국회에서는 여당이던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이 가져간 바 있다. 정권 교체 후 개혁 법안의 처리를 범여권이 추진했지만 법사위원장이 한국당 권성동 의원인 탓에 번번히 발목을 잡혔다.

후반기 국회의장이 민주당 소속 문희상 의원으로 사실상 결정돼 법사위원장 자리는 한국당 몫이지만 집권당 입장에서는 더 이상 법사위가 개혁입법 처리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범여권으로 분류되고 있는 평화와 정의측은 여당과 원내 제1야당 간 신경전이 본격화되자 틈새를 노려 법사위와 환노위 두 개의 장 자리를 가져가려 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부의장 자리를 본회의 표결로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당에서는 상임위 2석을 가져가기 위한 ‘딜’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회의장이 여당 몫이라면 2명의 국회부의장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가야 한다. 결국 원 구성에 키를 쥔 집권 여당이 민평당과 정의당을 확실하게 범여권으로 묶어놓기 위해서 양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바른미래당 입장에서는 국회부의장뿐만 아니라 상위임 2석을 가져가야 하는데 ‘평화와 정의’측이 변수로 등장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른미래당 역시 법사위는 여당이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결국 민주당은 평화와 정의 측에게 법사위원장 자리를 주는 대신 바른미래당에게 국회부의장을 넘기는 방안으로 타협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여당은 원 구성을 매개로 한 국회 연정뿐만 아니라 ‘개혁입법연대’를 통해 180석 이상 효과를 노리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회 연정을 담보로 개혁입법 통과가 쉽지 않은 만큼 쟁점법안을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 민평당과 정의당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까지 포함한 개혁입법연대 구성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개혁입법연대는 민평당 천정배 의원이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앞장서서 개혁입법연대를 성사시켜야 한다”며 “지난 재보궐 선거 결과로 개혁세력 의원이 최소한 157석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천 의원은 “이 의원들로 개혁입법연대를 만들어 뭉치면 20대 국회의 남은 임기가 1년 반 이상 있는데 그동안 모든 개혁입법을 완벽하게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민주당·민평당.정의당 등 범개혁 진영의 국회 의석을 모두 합치면 157석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157석으로 개혁입법연대를 만들어 공통분모를 만들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까지 설득해 180석이 되면 ‘패스트 트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꿈의 의석 180석 위한
‘개혁입법연대’

 
집권 여당 역시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평당과 정의당, 무소속에 한정하지 않고 더 확장해야 된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평화와 개혁연대는 우리당과 평화와 정의의 모임 무소속 연대를 생각하는 것이었지만 바른미래당이 입법에 대해 호응을 해 주겠다고 말했다”며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도 개혁입법에 반대만 하지는 않겠다는 우호적인 말을 했다”고 강조했다.

집권 여당은 문재인 정부 2기의 원활한 국정운영과 개혁 입법 처리를 위한 ‘150석+α’를 만들기 위한 물밑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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