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조치에 변호사들 ‘격앙’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피해자 국선변호인 보수 삭감에 대한 변호사단체들의 잇단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범죄 피해자 보호‧지원이라는 도입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예산 추가 증액 없이 보수 지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서 “보수기준 개정이 불가피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무부의 이러한 조치가 일방적이었다는 점에서 논란 여파가 거세지고 있다.

변협 이어 여성변회도 반대 성명···“사명감 폄하 말라”
예산, 45억 원 필요했지만 전년도와 같은 25억 원


한국여성변호사회(이하 여성변회)는 지난달 25일 “법무부의 일방적인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 삭감 통지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는 지난 2012년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통해 최초로 도입됐다.

기소된 이후 변론을 하는 피고인 국선변호사와 달리 수사 초기부터 개입해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피해자를 위한 전방위적인 법률적 지원을 하는 것이 취지다.

3심까지 가는 경우가 많진 않지만 길게는 2년 동안 같은 피해자의 변호를 맡기도 한다. 올해 기준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650명이며 이 중 피해자 변호만을 전담하는 전담변호사가 17명, 나머지 비전담 국선변호사가 63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성년자‧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법률지원으로 시작해 지난 2013년 6월 성인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법률서비스
질적 저하 우려”

 
법무부는 얼마 전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에 대한 보수를 삭감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기본수당 2만 원을 받는 대신 수사‧공판절차 참여에 따른 수당은 기존 10만~40만 원에서 10만~20만 원으로, 서면 제출 수당은 최대 2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감액하는 내용의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기준표’를 개정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이 받는 보수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수삭감은 일방적이었다는 것이 국선변호사들의 중론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5월 10일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기준표’ 개정안을 이메일을 통해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에게 보냈다. 개정안 발송일로부터 10일 이후 선정되는 모든 사건이 적용대상이었다. 보수삭감 전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변회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정 건수가 점차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법무부는 의견수렴 과정 없이 해마다 보수를 삭감해 왔다”며 “적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조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해 온 국선변호사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일방적 결정으로 범죄 피해자 보호와 지원의 관점에서도 부적절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 국선변호사 업무는 특성상 법률 조력에만 그치지 않고 피해자에 대한 일상적인 심리 상담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 진술조사나 증인진술 참여시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개정된 보수기준에 의할 경우, 피해자 지원 시간이 늘어날수록 국선변호사에게 손해가 되어 불합리하다는 문제가 발생해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도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도 지난달 22일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이 받는 보수 지급액이 최대 240만 원에서 94만 원으로, 건당 보수지급액은 최대 67만 원에서 39만 원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변협은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의 보수 삭감을 반대하며 범죄 피해자 보호와 지원이라는 국가 정책에 상응하는 보수의 실질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시행 결과
살피겠다”

 
그러나 법무부는 보수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8일 법무부가 낸 설명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수당 지급 예산은 못 미쳤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건수는 지난 2014년 1만3363건, 2015년 1만6106건, 2016년 1만9336건, 2017년 1만9903건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법무부는 재정 당국에 예산 증액을 요청해 왔으나 2018년 예산 편성액은 전년도와 같은 25억 원에 그쳤다.

법무부는 지난 4월 기준 이미 15억 원을 집행한 만큼 올해 약 45억 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가 증액을 요청했으나 재정당국은 보수지급 기준 적정화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과거 보수지급 기준 중 불합리한 부분이 다소 있다고 판단해 보수기준표를 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예산 추가 증액 없이는 하반기부터 보수 지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서 “보수 지급 불이행을 피하기 위해 보수기준 개정은 불가피했다”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기본수당 및 상담 보수액 제한을 신설하고 추가 절차 참여 시 재량 증액 범위를 일괄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직접적 절차 참여에 높은 비중을 두도록 했다는 것.

법무부 관계자는 “보수기준 개정 후 일정 기간 동안 시행 경과를 살펴 문제점이 있다면 추가 개정을 통해 보완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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