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균형 발전 공약 시동 “실현 가능할까?” 우려도

지난달 27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평창알펜시아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민선 7기 자치단체장 비전 포럼 개회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7월 민선 7기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하 단체장)들의 임기가 시작됐다.


신임 단제장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시·도정의 비전과 목표를 밝혔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혁신·변화’ 등을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공약들이 모두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일자리 공약이 숫자놀음으로 끝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 일요서울은 민선 7기 주요 단체장들의 경제 출사표에 대해 알아본다.


첫 업무부터 일자리 관련…지역 내 대규모 투자 유치 사활
청년 일자리위원회 신설과 고령화 일자리 늘릴 방안 모색

 
지난 1일 업무를 시작한 광역비장자치단체장 대다수가 최우선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다. 역대급 실업대란 으로 정부가 올해에만 20조 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효과가 나오지 않자 단체장들이 앞다퉈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신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고용’이 내딛는 ‘희망’

 
우선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4년의 임기를 실질적인 시민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바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일자리절벽에 직면한 오늘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일자리대장정 시즌2를 시작할 것이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일자리는 저성장의 고착화, 4차산업혁명의 진전 등 외부적, 구조적 요인이 크지만 우리의 주체적 노력으로 상당한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확신했다.


박 시장은 “탁상공론이 아닌, 숫자만의 행정이 아닌 실질적이고도 현장적인 노력을 다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는 방식의 일자리 창출 계획을 제시했다. 서울시내버스 기사, 어린이집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등이 대상이다. 공공부문에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해 일자리를 나누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일자리 문제 해결에 대한 신념을 밝혔다.  특히 그는 ‘양질의 일자리’에 방점을 찍은 정책들을 우선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동시에 복지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보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지사의 대표 일자리 정책은 맞춤형 일자리 창출 및 산업단지 리모델링 추진 지원·지역화폐 유통·통일경제특구 조성 등이다. 이들 공약에 더해 무상복지·청년 국민연금 등 복지정책으로 경제 활성화를 시키겠다는 게 이 지사의 구상이다.


8전9기의 선거 끝에 시장에 당선 된 송철호 울산광역시장도 일자리를 가장 먼저 언급하며 위기에 빠진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송 시장은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은 현대중공업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현대중공업 해양공장은 조선업 침체로 수주난을 겪으면서 오는 8월 가동이 중단된다. 송 당선인은 “일자리 창출은 시민들이 내게 맡긴 엄중한 과제”라면서 “이는 탈울산 현상을 막는 것과도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의 공업 인프라가 가진 장점을 살려 동해권 에너지자원의 교류 중심지이자 관광 기능의 중심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최대 공업지구인 함흥, 나진 등과 협력해 울산이 물적, 인적 교류의 허브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막대한 자원이 매장된 평안남도 단천의 세계적인 아연광산을 울산 온산공단의 제련단지와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복안을 내놨다. 울산의 자체적인 산업구조 변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도로·철도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의 대규모 투자를 정부의 협력을 받아 내 실행할 것을 약속했다.


이어 “울산은 도시 인프라와 교육, 의료 등의 측면에서 광역시다운 면모가 부족하다”면서 “인구 밀집도가 높은 시가지 교통체증 해소를 위한 외곽순환도로조차 없는 곳”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송 시장은 “공공병원 설립과 4년제 대학의 추가 설립 등 광역시 위상에 걸맞은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허태정 대전광역시장은 취임 첫날 행보로 경제 현장을 찾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의지를 다졌다. 지난 2일 태풍 북상으로 취임식을 취소한 허 시장은 첫 외부 일정으로 스타트업·벤처기업, 대전산업단지, 대전상공회의소 등 지역 경제 현장을 방문했다.


허 시장은 “대한민국 최고 기술창업도시, 소셜벤처와 사회적 경제 육성이 4차산업혁명특별시로 가는 핵심 전략으로 좋은 일자리 창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이루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원도심을 대전 성장의 새로운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지역의 경제활성화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교육, 생활기반시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면모를 갖춰 나가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서라

 
문재인 정부의 초대 일자리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이용섭 광주시장도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지난해 광주 인구는 8118명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광주를 떠난 사람 중 5400명(66%)은 20대와 30대 청년층이었다.


그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행복한 삶의 시작이고 최고의 복지정책이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라면서 “광주가 직면하고 있는 저성장, 인구유출, 삶의 질 하락 등은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전자·광산업·금형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에너지 신산업과 문화콘텐츠·바이오헬스·인공지능 산업 등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시청 조직도 일자리 중심으로 개편한다. 이 당선인은 “시장 직속으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고용영향평가를 통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분야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겠다”면서 “공무원과 공공기관을 평가할 때는 좋은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창출했는지를 평가지표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선 6기에서 추진했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노사상생형(광주형) 일자리’는 계승해 더욱 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이 당선인은 “광주형 일자리는 적정 임금과 적정 노동시간 실현, 원·하청 관계 개선, 노사책임경영 등 문재인 정부 일자리 방향과 일맥상통하고, 성공했을 때 긍정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했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처음 적용될 현대자동차와의 합작공장 건립에 대해 이 당선인은 “투자금의 80%를 시가 책임져야 하는데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에 많이 투자할 수 없다”면서 “독립법인과 현대차와의 관계 등 해결할 과제가 많지만 민선 7기에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2일 언론에 배포한 취임사를 통해 “전남은 늘 역사의 등불이었고 중심이었지만 일자리가 모자라고 인구가 줄어드는 등 현재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면서 “전남의 젊은 인재를 양성해 세상을 움직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지사는 민선 7기 임기의 첫 결재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포스코 ESM과의 570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 체결로 시작했다.

 
중소기업 육성자금 마련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의 중요 공약도 일자리가 넘치는 ‘경제특별시’다.
박 시장은 지난달 25일 ‘새로운 인천 준비위원회’를 통해 시정부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박 시장은 이자리에서 시장 직속으로 일자리위원회를 신설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직 청년에게 ‘드림체크카드’를 발행해 6개월간 50만 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또 중소기업에 취업한 연간 2000명의 청년들이 월 10만 원씩 저축하면 3년 후 1000만 원을 지급하는 ‘드림4 청년통장’도 도입하기로 했다. 장애인 취업교육 지원을 위해 인천장애인평생교육관도 건립한다.


박 시장은 “시민이 주인 되는 인천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만큼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투명한 시정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제도·인사관리 비서관과 인사수석을 지냈다.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이런 인연 때문에 ‘친노’ 인물 중에서도 측근으로 불린다.


이시종 충북지사도 취임사를 통해 “앞으로 4년은 ‘1등 경제 충북의 기적’을 실현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며 “2020년까지 전국대비 충북 경제 비중 4%·1인당 GRDP 4만불 목표를 달성하고, 2028년쯤 5%·5만 불 시대에 도전하기 위한 기초를 닦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각오를 보여주듯 이 지사는 2일 취임식을 마친 직후 민선 7기 첫 현장 행보로 SK하이닉스 공장 신축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제도·인사관리 비서관과 인사수석을 지냈다.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이런 인연 때문에 ‘친노’ 인물 중에서도 측근으로 불린다.


최철우 경북도지사도 첫 업무를 시작하는 자리에서 “일자리 만들기와 저출산 극복이 최우선 과제다. 일자리는 기업 유치가 최선이고 기업 유치에는 실·국을 따지지 않고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경제혁신특별회계 1조 원 조성’을 추진하고, 추경 편성,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고용기지역 지정 등에 따른 예산 지원 및 집행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또한 경남R&D체계 구축을 통한 ‘제조업 르네상스’를 추진하는 한편, 서부경남 KTX를 정부재정사업으로 조속히 추진해 서부경남 지역의 경제도 활성화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숫자 놀음의 씁쓸한 뒷맛 우려도

 
하지만 과거 광역단체장들의 일자리 공약 이행률을 보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2014년 7월 민선 6기가 출범할 때도 일자리 정책은 최우선 과제였다. 당시 지난 정부는 ‘고용률 70%’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47만6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이에 발맞춰 일자리 공약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17개 광역단체별 고용율과 실업율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취임 전 단체장 인수위원회와 공약 이행계획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보긴 어렵다”며 “민선 7기가 공식 출범한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지만 뾰족한 방안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단체장들의 일자리 공약 목표는 높지만 구체적인 실현방안은 대체로 추상적”이라며 “단체장들이 공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견제·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탁상 행정·숫자놀음 오명’ 등 부정적 의견 많은 것도 문제   
너도나도 ‘일자리’ 공약, 원안대로 될까…‘이행검증’ 필요



한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선 7기 지방정부 출범과 관련해선 “민선 7기 지방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 화답할 때”라면서 “앞으로 어떻게 4년 동안 지방정부를 이끌고 나가느냐에 따라 지역 주민의 삶이 달라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국 모든 지방정부는 민심에 귀 기울이고 민생에 온기를 불어넣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장 비전포럼’에서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9일에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장 비전포럼’에서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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