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인상은 당연한 순서? 처음부터 재정 문제 지적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내년 건강보험료율이 올해보다 3.49% 오른 6.46%로 결정됐다. 7년 만에 가장 높은 인상률로 월평균 3000~4000원가량 보험료가 올라간다. 당초 정부는 “최근 10년간 인상 평균인 3.2%를 넘기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약속을 어겼다. 보험료가 오른다는 말에 일각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 ‘그 정도쯤이야’라는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건강보험료가 오른다니 ‘문재인 케어’로 보장성이 강화돼 다양한 혜택을 받을 거라 기대했던 사람들도 은근히 걱정하는 눈치다. 일요서울은 이른바 ‘문재인케어 청구서’로 불리는 건강보험료율 인상 배경과 상반된 시각 등을 취재했다.
 
‘그럴 줄 알았다’ ‘그 정도쯤이야’ 상반된 반응
2011년 5.9% 인상 이후 가장 높은 6.46% 인상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 제1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어 2019년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율을 올해 6.24%에서 6.46%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은 183.3원에서 189.7원으로 오른다.

이로써 직장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월평균 보험료(사업자 부담분 제외)는 10만6242원에서 10만9988원으로 3746원 오른다. 지역가입자는 세대당 월평균 보험료가 9만4284원에서 9만7576원으로 3292원 인상된다.
 
보장성 강화, 저소득층
보험료 부담 경감 때문

 
인상률 3.49%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 첫발을 뗀 지난해 2.04%보다 1.45% 포인트 오른 수치로 2011년 5.9% 인상률을 기록한 뒤 가장 높은 수준이다.

건강보험료율은 최근 10년간 2009년과 2017년을 제외하고 매년 인상돼 왔는데 2011년 이후에는 2012년 2.8%, 2013년 1.6%, 2014년 1.7%, 2015년 1.35%, 2016년 0.9% 등 1~2%대 인상률을 보여왔다.

이번 인상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 케어)과 저소득층 보험료 부담 경감 등에 따른 선택이다.

정부는 지난해 대책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5년간 총 30조60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여기에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역가입자 589만 세대의 보험료가 월평균 2만2000원씩 인하됨에 따라 연간 8493억 원가량 보험료가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도 2022년까지 최근 10년간(2007~2016년) 평균 건강보험료 인상률인 3.2%를 넘기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수가협상이 결렬됐던 의원과 치과 요양급여비용(수가) 인상률은 각각 2.7%, 2.1%로 결정됐다. 당시 나머지 5개 의료기관은 평균 2.37% 인상률에 합의했다.

이같은 인상과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에선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정부지원비율을 준수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책임있는 노력을 촉구했다”며 “건강보험 재정관리대책을 수립해 건정심에 보고하도록 부대 의견을 의결했다”고 전했다.
 
최대집 회장
“건강보험 재정 파탄” 우려

 
‘문제인 케어’로 인한 재정 부담에 대한 문제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도 지난 5월 4일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건강보험 재정 파탄이라는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최 회장은 “국민이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고지원에 의존하는 수입 구조에서 과연 문재인 케어에 따른 급격한 재정 지출을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 급증에 따른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보장성 강화에 소요되는 재원의 90%까지 국민이 부담하는 무늬만 급여인 예비급여를 수단으로 활용하다 보니, 당장 국민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보장성 강화로 인한 재정 지출 급증이나 재정 파탄의 책임까지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문재인 케어의 민낯을 투찰하면 국민의 부담은 오히려 증가하는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문재인케어 추진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문제는 이미 지난해 1월 정부가 부과체계 개편안을 발표할 때에도 지적이 됐다. 당시 건강보험료율이 예년보다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문재인 케어’를 검토할 때 건보료 기준 개편에 따른 재정요인을 고려했고 지난해 3월 국회에서 확정된 이후 건강보험 재정 추계에 수입감소분을 반영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정경실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지난해 부과체계를 개편하면서 9789억 원 정도 재정이 마이너스 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그동안 지역가입자 소득·재산이 조금 증가했고 과도하게 냈던 노후자동차 보험료를 지난해 7월 1단계로 개편하면서 8월부터 5개월간 3539억 원(연간 8493억 원)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5년간 30조6000억 원 추가 투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보험료는 가계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10년간 평균 인상률인 3.2%에 맞춰 조정하기로 했다.

당시 오히려 재정 추계 때 반영했던 규모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에 따른 실제 수입감소분이 적어 재정에 새롭게 영향을 미칠 요인이 없는 만큼 앞서 예고한 3.2% 범위를 초과해 보험료가 급증할 걱정은 없다는 게 복지부 예측이었다. 하지만 복지부의 예측이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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