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반 기업 정서 속에 국내기업의 20% 상당이 경영권 유지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기업이 경영권에 불안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가치의 저평가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대한상의 조사, 국내기업 20%가 ‘덜덜’기업가치 저평가 대주주 지분확대 골몰

의결권 제한으로 방어대책 빈곤

대한상의가 상장기업 200개사를 대상으로 ‘주주권 행사 및 경영권 안정실태’를 조사한 결과 19.8%가 지금 경영권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기업이 경영권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기업가치의 저평가(43.5%), 외국인 지분율 상승(17.4%), 지배주주의 지분율 감소(15.2%) 등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기업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는데다가 최근 크레스트 증권의 SK(주) 주식매집의 경우처럼 경영권의 약점을 직접 겨냥한 사례가 드러나고 있는데도 국내기업들은 의결권 제한 등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규제에 묶여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이번 조사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30%가 넘는 기업이 24.6%, 기관투자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기업도 18.2%로 나타났다.

반면 대주주의 지분율이 30%에 미달하는 기업도 38.2%에 달했다.조사에 응답한 기업들은 경영권 안정을 위해 취하고 있는 방어 대책으로는 대주주 지분확대가 25.4%로 가장 많고 우호주주 형성(22.3%), 자사주 매입(18.8%), 자사주 펀드활용(12.9%) 등으로 나타났다.대한상의는 “그린메일 등 투기적 주식매집에 대해서는 적법성 조사와 차익거래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한편 출자총액제한 등과 관련된 의결권제한은 예외적으로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경영권 불안정이 지난 80년대 미국의 유력기업들을 위협했던 사례가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대한상의는 그린메일이나 적대적 M&A가 성행했던 시절 미국의 GM과 US스틸 등이 기업사냥꾼들의 공격에 많은 피해를 입은 사실을 예로 든다.

집단소송제 부작용 우려

조사대상 기업들은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종전보다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권 행사성향에 있어 전년도 보다 적극적이라는 응답이 34.2%로 소극적이라는 응답 3.6% 보다 월등히 높았다.특히 기관투자가들과 외국인 투자가들의 주주권 행사가 매우 적극적이라고 응답하여 주주 행동주의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말해 주었다.주주들의 주요 관심사항은 배당(39.2%), 주가관리(36.3%), 사업방향(17.3%), 이사회 구성(2.1%) 등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가의 경우 배당(39.4%)에 대한 관심이 주가관리(24.4%)보다 높은 반면 기관 투자가와 개인 투자가는 주가관리를 배당 보다 중시하는 경향으로 비교되었다.또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영업실적 향상(73.7%), 배당률 확대(11.4%), 신기술개발 등의 호재(10.2%)로 나타났으나 기업의 투명성은 고작 4.8%에 불과했다.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증시관련 개혁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응답보다 우려가 높았다. 집단소송제 도입방침에 대해 ‘소송 남발로 경영상 혼란(48.5%)’을 우려하는 응답이 가장 많고 ‘피소될 우려에 따른 경영위축(31%)’ 등도 많은 편이었다. 반면에 기업투명성을 제고시킬 것이라는 응답은 18.7%에 불과했다.

그리고 결산보고서에 CEO의 서명을 의무화하자는 방침에 대해서는 ‘CEO의 책임만 무거워진다’는 응답이 61.3%에 달했으며 분식회계 예방 등 긍정적인 의견은 34.7%였다. 또 임원의 보수를 공개토록 의무화하자는 방안에 대해 48.4%가 노조 등의 이익배분 및 임금인상 요구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고 응답했으며 임원에게 과도한 보수지급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응답은 31.4%로 나타났다.이와 관련하여 대한상의는 “새로운 제도는 기업경영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한편 유예기간을 두어 기업이 충분한 대응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주주권 행사 및 경영권 안정실태에 관한 조사는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13일까지 매출액 순위를 기준으로 200개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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