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계열사지만 현대차 그룹에 의존도 절대적인 기업정 부사장 형제가 현대차로의 인수 돕기위해 지분 매각 소문현대자동차 계열의 BNG스틸 정일선 부사장 형제가 현대오토넷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과 관련, 증권가를 중심으로 현대자동차가 현대오토넷 인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소문이 일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단순 차익실현을 위한 매각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은 상태. 정일선씨와 그의 형제들이 이번에 장내 매도를 통해 매각한 지분의 양은 정일선씨 384만주(2.14%), 정문선·정대선씨 각각 288만주(1.60%)씩 총 960만주(5.34%). 금액으로는 200억원이 조금 넘는다. 현대오토넷의 양대 주주인 현대투자신탁증권과 하이닉스반도체의 각각 34.98%와 23.42%의 지분과 비교해도 한참 적은 지분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5%가 조금 넘는 지분과 관련해 다양한 소문이 이는 이유는 뭘까. 현대오토넷은 자동차용 네비게이션과 카오디오 등 자동차관련 제품을 만드는 차량용 전자종합업체로 현재 현대투신과 하이닉스가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그룹 계열사다. 하지만 현대오토넷은 매출의 70∼80%를 현대자동차(기아차 포함)에 의존하고 있을 만큼 현대그룹보다는 현대차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다. 이에 따라 현대오토넷은 그동안 ‘왕자의 난’ 이후 등을 돌린 정몽구 현대차 회장(MK)과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MH) 형제를 이어주는 마지막 연결 고리로 인식돼 왔다. 이 과정에서 정일선씨 형제의 지분은 비록 5%가 조금 넘는 적은 양이지만 그 연결고리의 마디 역할을 해왔던 것. 이에 정일선씨 형제의 지분 매각과 관련, MK와 MH를 이어주던 실질적인 마지막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는 것이다

차익실현 위한 매각이다

우선 정일선씨 형제의 지분 매각과 관련, 당사자인 현대오토넷측은 정씨 등이 단지 차익실현을 위해 주식을 매도했다는 입장이다. 현대오토넷 관계자는 “정일선 BNG스틸 부사장 등 그 형제들이 지분을 매각한 것에 대해 회사 내부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면서 “단지 차익실현을 위해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현대오토넷의 신규상장시 정씨 형제가 불하 받은 960만주(주당 2,070원)는 대략 197억원으로 이번 매각 당시 금액 203억원과 6억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6억원을 위해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것은 언뜻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정일선씨 형제가 주식을 매각한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일선씨가 주식 이외에 자금이 별로 없어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했다는 설이 있다”며 “정일선씨 형제가 현대차그룹에서 독립하기 위해 자금마련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대차, 인수 수순

이와는 달리 현대차그룹이 현대오토넷을 인수하기 위해 정일선씨 형제 지분을 현대차에 우호적인 외국계 투자기관에 넘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토넷이 현대차그룹과 거래 관계가 긴밀한 만큼 현대차그룹이 향후 오토넷 인수를 위해 우호적인 외국인에게 지분을 넘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는 현대차의 현대오토넷 인수 수순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그룹 지주회사인 현대모비스를 통해 현대오토넷을 인수할 계획을 추진하다 가격 등의 이견으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정일선씨 형제가 내다 판 지분은 외국인의 손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현대차가 인수의사가 있다면 정일선씨가 굳이 지분을 팔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세웠다. 현대차가 현대오토넷을 인수하겠다는 소문만 퍼져도 주가가 치솟을 텐데 현시점에서 팔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매각 위한 사전포석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과는 무관하게 현대투신과 하이닉스 매각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매각협상중인 현대투신과 자구안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하이닉스에 정씨 형제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처리해줌으로써 이들의 짐을 덜어주자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실제 구조조정자금이 투입돼 실질적 경영권이 없는 현대투신을 제외하고, 하이닉스는 외환은행과 함께 구조조정 측면에서 현대오토넷의 지분매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정씨 일가의 지분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것이 사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오토넷 매각과 관련해 이번 정일선씨 형제의 지분매각은 현대오토넷으로서는 현대그룹이라는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매각 배경이 어찌됐든 현대오토넷의 매각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현대오토넷 자체의 해외매각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오토넷 강석진 사장은 그동안 “현대오토넷은 세계적 수준의 차량 AV 및 항법시스템의 기술력을 갖고 있어 해외 매각으로 거래선이 다변화되면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며 “해외에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해왔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현대오토넷을 매각하더라도 현대차와의 지속적 관계유지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현대차에 우호적인 외국계 투자회사가 매각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가 조금 넘는 지분 매각이 이처럼 분분한 해석을 낳고 있는 것은 현대가의 마지막 교류장(?)이었던 현대오토넷의 특성에 기인한다는 게 공통적인 분석이다. 앞으로 매각 등의 많은 절차를 밟아야 할 현대오토넷의 앞날을 주목해볼 시점이다.

정일선씨는 누구

고 정몽우씨 아들 … 아버지 타계 후 정몽구 회장 손에서 자라정일선 BNG스틸 부사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4남 몽우씨의 아들이다. 이번에 현대오토넷 지분 매각과 관련해 함께 이름이 오르내리는 문선씨와 대선씨는 정 부사장의 형제들이다. 아버지인 정몽우씨가 지난 90년 교통사고로 타계해 정 부사장은 자연스럽게 정몽구 현대차 회장 손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정일선씨는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씨와 동갑으로 어릴 때부터 각별하게 지내왔으며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정 부사장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일선 부사장은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99년 말 기아자동차에 입사, 경영기획실 이사를 거쳤으며 INI스틸(구 인천제철) 상무로 경영수업을 받았다. 지난 2000년 12월 INI스틸이 삼미특수강(현 BNG스틸)을 인수하면서 삼미특수강 상무 겸 서울사무소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올 1월 BNG스틸 전무에서 다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001년에는 BNG스틸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사촌인 정의선씨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기아차를 비롯해 모비스 등 자동차 관련 계열은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씨가 잇고, INI스틸·BNG스틸 등 철강분야는 정일선씨가 맡는다는 시나리오가 널리 퍼져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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