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 말 금융지주회사로 출범하는 동원그룹이 회사 내부적으로 하나은행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앞서 동원은 지난해 말 금융지주회사 설립 예비승인 이후 김정태 국민은행장측에 가칭 동원금융지주회사의 경영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동원이 금융지주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시중 은행 가운데 한곳을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그 첫 번째 대상은 동원이 2대 주주로 있는 하나은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원증권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 설립 승인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 인수설이 나온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현재까지 회사의 방침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의 출범”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영입설과 관련, “김 행장이 동원에 온다면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동원그룹은 지난 6일 금융감독원에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본인가를 신청하고 이달 말경이나 늦어도 다음달 초 승인이 나오는 대로 가칭 ‘동원금융지주회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지주회사와 우리금융지주회사에 이어 3번째 금융지주회사의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동원그룹은 현재 동원증권을 포함 동원창업투자, 동원캐피탈, 동원투신운용, 동원상호저축은행, 동원증권 런던 및 뉴욕 현지법인 등 7개 자회사 및 손자회사를 중심으로 동원파이낸스(동원금융지주회사 전환 예정)를 구성, 동원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동원은 이 가운데 동원창업투자, 동원캐피탈, 동원상호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시켜 자회사 4곳, 손자회사 3곳으로 기능을 재편할 계획이다. 동원은 이와 관련, 올해 안에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완전히 분리, 지주회사 체제를 정비한 뒤 은행 및 보험사 인수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동원증권 관계자는 “올해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완전히 분리, 금융지주회사로서의 체제정비에 주안점을 둘 계획”이라면서 “은행 등의 인수 문제는 그 이후에나 논의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은행·보험사 없는 증권사 중심 금융지주회사 불완전 판단 2대주주로 있고 주가까지 하락한 하나은행 인수설 설득력


동원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는 동원의 하나은행 인수설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동원금융지주회사가 여타 금융지주회사들과 비교해 은행과 보험사 등이 없는 증권사 중심의 불완전한(?) 금융지주회사 형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권 내부에서는 동원이 현 동원증권 김남구 부사장을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를 출범시키면서 하나은행의 지분을 추가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동원은 현재 증권을 통해 5% 안팎의 하나은행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하나은행의 정부 지분을 제외한, 최대 주주 알리안츠그룹의 8.16%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 따라서 동원이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27.8% 가운데 일부를 넘겨받으면 하나은행의 최대주주가 돼 인수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 12월 1만8,000원대에서 거래되던 하나은행 주식이 올 초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와 실적악화로 지난 3월 이후 7,0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가 17일 현재 종가 기준으로 1만원에 거래되는 등 가격대가 절반 가까이 떨어져 가격 이점이 생긴 점도 동원의 하나은행 인수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원증권 관계자는 “하나은행 인수설은 동원이 하나은행의 2대 주주로 있기 때문에 나오는 얘기 같다”며 “하지만 실제로 예보의 지분에는 변수도 많고 자체 민영화를 계획 중인 하나은행측이 이에 동의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현재는 이에 대해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원이 하나은행을 인수할 수 있다면 동원금융지주회사에는 좋은 일”이라면서 “회사 내부적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은행과 보험사 인수를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해 하나은행 인수설이 싫지만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동원은 지난해 동원증권이 기록한 502억원의 적자 등으로 당장 은행, 보험사 등의 인수를 추진할 만큼 자금 여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또한 하나은행의 자체 민영화 계획의 이행 여부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서울은행과의 합병을 계기로 6월말까지 정부 지분의 40%를 매입해 소각키로 했으나 SK글로벌 사태와 실적악화 등의 악재로 현재 이의 이행 여부는 확실치 않은 상태다. 하지만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동원이 하나은행 주가 하락으로 생긴 가격 이점에도 불구하고 정부입장과 하나은행 상황 등 주변 여건을 고려해 인수계획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장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등 지주회사 체제 정비에 힘을 쏟겠지만 적당한 시기가 오면 적극 인수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시기는 내년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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