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휘발유 논란을 일으켰던 ‘세녹스’가 최근 환경부와 산자부의 규제 강화에 맞서 정유 4사 대표 등 6명을 서울지검에 고발하는 등 ‘생존 전략 찾기’에 나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세녹스판매인연합(이하 판매인연합)은 지난 14일 (주)SK, LG-칼텍스정유, 현대오일뱅크, S-오일 등 정유 4사 대표와 산자부 석유산업과 과장 및 담당관 등 6명을 석유사업법 위반 및 공무상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이처럼 검찰고발이라는 강경 대응 카드를 꺼내든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환경부와 산자부가 대기환경보전법과 석유사업법 등 유사휘발유 관련 법률 및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 이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세녹스는 유사휘발유가 돼 사실상 판매가 불가능해진다. 즉 판매상들의 존폐 여부가 이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일부에서는 정유업계가 정부를 앞세워 ‘마녀(세녹스) 사냥’을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판매인연합은 이날 고발장을 통해 휘발유와 세녹스에 대한 법 적용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정유사들이 휘발유에 MTBE라는 첨가제를 섞어 판매하고 있음에도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산자부가 정유사들의 불법행위를 묵인 또는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판매인연합은 또 “석유사업법 제26조에서 규정한 혼합행위 금지를 정유사 스스로 품질보정 등의 이유로 위반하고 있음에도 석유사업법 위반이 아니라는 근거 없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세녹스만을 문제삼는 것은 법 적용의 형평성에도 위배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판매인연합은 검찰고발 외에도 대통령과 국무총리에 공개질의, 석유사업법 제26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 경찰강압수사에 대한 인권위원회 제소 등을 아울러 제기키로 했다. 이와 함께 ‘세녹스’ 품질검사 결과통보서를 허위로 작성해 ‘유사석유’로 변조한 석유품질검사소 직원들의 허위 공문서 작성 등에 대한 고발도 병행할 예정이다.

판매인연합회 “정유회사도 첨가물 첨가판매” 고발환경·산자부의 유사휘발유 규제 강화에 맞서 법적대응


이에 앞서 환경부와 산자부는 대기환경보전법과 석유사업법 등 관련 법률 및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유사휘발유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12일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고시, 자동차 연료 첨가제 비율을 1% 이내로 제한했다. 이는 세녹스 등 알코올 연료가 휘발유에 40%까지 혼합되면서 연비개선 등 당초 취지와는 달리, 휘발유를 대체하는 부작용을 낳았던 점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휘발유에 첨가하는 첨가제의 경우 용기 크기를 0.5ℓ 이내로 제한, 차량 연료로의 편법 사용을 어렵게 만들었다. 현재 세녹스는 1ℓ당 990원으로 10ℓ, 20ℓ들이 용기에 넣어 팔고 있다. 이어 산자부도 13일 유사석유제품에 대한 관리 및 단속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으로 현행 석유사업법을 전면 개정, ‘석유 및 대체연료사업법’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유사석유제품의 구성항목에 ‘탄화수소화합물’을 추가, 이를 석유제품이나 석유화학제품에 혼합하는 행위를 원천 봉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에 대해 판매인연합은 “산자부가 입법 예고한 석유사업법 개정안에서는 현행법의 문제점을 보완, 유사석유 예외조항 5가지를 규정하면서 정유업체가 만드는 경우는 유사석유에서 제외했다”며 “이는 법 적용의 형평성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판매인연합은 특히 “산자부 석유산업과 공무원들은 정유사들이 휘발유에 첨가제를 섞는 행위를 정당한 품질보정 행위로 감싸주는 데 반해 환경부로부터 연료첨가제로 승인받은 세녹스에 대해서는 유사석유제품이라며 제조업자와 판매인들을 고발조치하고 ‘용제수급조정명령’을 내리는 등 편파적 행정을 펴고 있다”며 “현행법상 합법적이고 정당한 판매행위를 문제삼는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세녹스의 판매원인 지오에너지측도 “안정된 세수(稅收)의 보장을 위해 정부가 거대 정유사들의 기득권만을 옹호하는 정책결정을 펴고 있다”며 “환경부와 산자부의 관련법 개정안 내용은 사실상 세녹스를 겨냥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오에너지 관계자는 “이번 석유사업법 개정안은 기존 정유사들의 이익을 옹호하고 새로운 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해당 법률 개정안이 확정되려면 법제처 심사와 국회 통과 등이 필요한 만큼 이 과정에서 공개적이고 엄정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산자부의 이번 석유사업법 개정안의 대체에너지 규정 조항과 대체에너지 개발 및 이용보급촉진법과 혼란의 여지가 있어 앞으로 적잖은 충돌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이후 매달 2배 이상 매출이 급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세녹스’가 판매 1년만에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정유업계와 정부의 양방 공세에 강경 대응으로 맞선 ‘세녹스’의 생존 전략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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