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중소기업 가라는데...이직률 격차 갈수록 늘어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지난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이직률 격차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삼성전자가 최근 신입사원 중 인재를 뽑아 1000만 원을 지급해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신입사원 축하 포상제도가 입사 초기 우수인력 이탈을 방지하고 일종의 로열티를 심어주려는 조치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조치가 중소기업 기피 현상에 불을 지핀 것이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의 포상제도와는 별개로 중소기업이 스스로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소기업 비자발적 이직률 대기업 추월
취업 양극화 심화…청년 일자리 대책 시급


기업 인사담당자 657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최근 1년간 퇴사자 중 절반가량(49%)이 1년 차 미만 신입사원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은 지난 3월 설문 결과를 공개하며 “취업난의 한편에서는 ‘퇴준생’(퇴직준비생)이란 말이 취준생처럼 보통명사로 굳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설문 참여 기업들의 1년간 직원 퇴사율은 평균 17%였다. 퇴사자가 한 명도 없었던 기업은 11.7%에 그쳤다. 연차별로는 1년 차 이하가 가장 많이 퇴사했고 2년 차 20.9%, 3년 차 13.4%, 4년 차 5% 등 저연차일수록 퇴사가 잦았다. 자연히 직급별로도 사원급(61.4%) 대리급(23.1%) 과장급(8.1%)의 퇴사가 많았다.

회사에 밝힌 퇴사 이유(복수 응답)는 ▲이직 41.7% ▲업무 불만 31.2% ▲연봉 불만 24.3% ▲상사와의 갈등 13.1% ▲복리후생 부족 12.2% ▲잦은 야근 등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부족 12.1% ▲기업문화 부적응 10.5% 등이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삼성그룹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지원자 중 합격자를 발표하고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우수 합격자들에게 입사 후 1000만 원씩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경영진 일동이 편지와 꽃바구니, 금장으로 된 신입사원의 첫 명함을 집으로 선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등 여러 대기업이 이처럼 축하 포상 제도를 도입하게 된 원인은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고 이직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데 있다.

대기업 파격 복지에 중소기업 ‘상대적 박탈감’ 호소

하지만 이러한 대기업의 포상제도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이직률 격차를 더욱 벌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 금형 회사를 운영하는 K씨는 “직원들에게 대기업처럼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을 추고 싶어도 여건상 그럴 수 없는 실정이다. 삼성전자에서 1000만 원의 신입사원 포상제도 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조성되는 분위기였다. 현실적으로 더 나은 복지제도를 도입하기 어려워 직원들에게도 미안하고 신입사원도 잘 입사하지 않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이직률 격차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가 원치 않은 이직의 비율도 중소기업이 월등히 높았다. 정부가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회사에 남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중소기업 근로자가 많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의 고용노동 통계에 따르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이직한 월평균 근로자는 통계를 집계한 2010년 48만7441명에서 지난해 77만1105명으로 42.7% 늘었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이직자가 같은 기간 8만7703명에서 7만5767명으로 13.6%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른 중소기업의 연간 이직률은 2010년 4.6%에서 지난해 5.0%로 상승했다. 월평균 100명이 근로한 업체의 연간 이직률이 5%라면 매달 평균 5명이 회사를 그만뒀다는 얘기다. 한 해로 치면 직원의 60%가 바뀐 셈이다.

반면 지난해 대기업의 연간 이직률은 2.8%로 사상 최저였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이직률 격차는 2010년 0.7%포인트에서 지난해 2.2%포인트로 벌어졌다. 주목할 점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회사를 떠나야 했던 중소기업 이직자가 많아진 점이다.

2010년에는 전체 이직자 중 근로계약이 끝나거나 구조조정, 폐업, 합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난 이직자의 비율이 중소기업(38.8%)보다 대기업(59.6%)이 높았다. 하지만 비자발적 이직률은 2013년 중소기업 43.2%, 대기업 41.4%로 역전됐고, 지난해엔 중소기업 54.2%, 대기업 40.6%로 간격이 더 커졌다.

중소기업 이직자 가운데 대기업과의 연봉 격차나 상대적으로 긴 노동 시간, 전문성을 키우기 어려운 환경 등을 이유로 스스로 회사를 떠난 사람보다 회사 자체가 어려워져 사실상 쫓겨난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에 2년 동안 다니다가 그만두고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간 A(28)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다 보면 열악한 복지에 실망해 대기업의 복지 제도에 눈이 돌아가는 것이 사실이다. 시간과 돈을 더 투자해서라도 다들 대기업에 가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스스로 역량 강화해야” 지적도

반면 대기업의 포상제도와는 별개로 중소기업이 스스로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단순히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을 쫓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열악한 조건 때문에 취업을 꺼린다는 것.

구직 3년 차인 취업준비생 B(26)씨는 “인재를 유치하려고 대기업이 가진 자본을 사용하는 건 그들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취준생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가 단순히 대기업과의 급여 차이에만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대기업에 혜택이 많아서 중소기업 취업을 꺼린다기보다는 중소기업의 열악한 구조 자체를 피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 역시 “청년들이 너무 대기업만 보지 말고 편견을 버려야 하는 면이 있지만, 중소기업도 스스로 역량을 강화해야 인재를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일례로 야놀자는 인재들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제도 마련에 힘쓰고 있다. ‘워라밸’을 극대화하고자 부서별 자율출퇴근제를 실시하는 한편, 중식 석식을 무한 제공하고, 전국 제휴처에서 사용 가능한 ‘야놀자 100만 포인트’를 지급한다. 또 피트니스센터 운영, 교육비·도서구입비·건강검진비·회식비·생일축하금 ·경조사비 지원, 근속자 포상, 카페테리아 음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한편 최근 정부가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각종 세금 혜택과 목돈 마련의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기존 재직자의 고용 안정성조차 담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이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해 보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