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세 개편 급물살...수입맥주 세금 오히려 낮아지나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맥주에 붙는 과세 체계 개편이 예고되면서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수제맥주의 격돌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국산 맥주 업체들은 높은 할인율을 내세우는 수입 맥주 바람에 맥을 못 추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앞으로 주류 과세 체계 개편을 통해 수입맥주에 붙는 세금이 늘어나면 국산 맥주 업체와 수입 맥주 업체 간 경쟁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수제 맥주 업체들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맥주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면서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맥주 시장의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된다. 

편의점 수입맥주 행사 ‘6캔에 만 원’ 나올 수도
수제맥주 열풍 뜨거워…시장 400억 규모 성장


현재 시장 상황은 수입맥주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맥주 수입액이 1억5000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맥주가 ‘4캔에 만 원’ 같은 할인 판매를 앞세워 국내 맥주시장을 잠식한 것이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맥주 수입액(잠정치)은 1억5025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1억1763만 달러보다 27.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 수입액은 2014년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어선데 이어 2015년 1억4186만 달러, 2016년 1억8155만 달러로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2억6309만 달러로 2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처럼 수입 맥주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맛도 맛이지만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산 맥주는 출고 원가에 원재료 구매비용과 제조비용, 판매관리비, 이윤이 모두 포함된다. 여기에 주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반면 수입 맥주는 공장 출고가와 운임비 등을 더한 수입 신고가를 기준으로 세율을 부과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 후레쉬(왼쪽)'와 '롯데주류'의 '피츠' <사진-뉴시스>

“과세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위기감을 느낀 국내 주류 업체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필라이트’를 출시해 수입 맥주의 저가 정책에 대응했다. 이 맥주는 수입 맥주보다 저렴한 ‘만 원에 12캔’(대형마트 기준) 마케팅을 펼쳤다. 필라이트는 맥아가 덜 들어간 대신 주세가 맥주(72%)보다 훨씬 싼 30%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하이트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창사 94년 만에 처음으로 20%대로 곤두박질쳤다.

롯데주류도 맥주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5월 신제품 맥주 ‘피츠’를 출시했다. 저가의 발포주 전략 대신 ‘소맥용 맥주’라는 점을 강조해 틈새 마케팅을 펼쳤다. 그러나 필라이트와 달리 예상보다 부진을 겪으며 적자를 기록했다.

‘맥주 과세 체계 개편안’에 업계 관심 집중

국산 맥주들이 수입맥주의 선전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맥주에 붙는 과세 체계가 개편될 것으로 예상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이 개편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정부도 과세체계 개편을 검토 중이어서 빠르면 이달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 포함될 수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주제 공청회에서 이 같은 주세 개편안을 제시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기획재정부의 유관기관이다. 홍범교 선임연구위원이 공개한 개선방안은 ▲맥주에 한정해 종량세 체계로의 전환 ▲과세표준의 통일 ▲납세의무자 범위의 확대 등 3가지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제시한 첫 번째 개선안은 가격 기준을 부피(출고량) 등의 기준으로 바꾸는 것이다. 종량세는 과세 대상의 무게나 부피, 농도, 개수 등의 기준으로 세율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국세청이 기재부에 건의한 개편 방식이기도 하다. 국내 주류업계는 ‘출고량’ 기준 종량세로 바꿀 것을 요청한 상태다. 이렇게 개편하면 국산·수입맥주 모두 리터당 세금이 붙는 구조로 바뀐다.

두 번째 개선안은 국산과 외국산의 과세표준을 통일하는 것이다. 수입맥주 과세표준에 수입업자의 일반판매관리비(광고·홍보비)와 이윤을 포함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세 번째 개선안은 현행 제조·생산의 단계에서 과세하던 것을 도·소매유통 단계 과세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금을 내야 하는 대상자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맥주 주세 개편안 중 종량제로 계산하면 고급 수입맥주에 붙는 세금은 지금보다 최대 90%가량 낮아진다. 실제 프리미엄 흑맥주 기네스에 붙는 세금은 40%가량 줄게 된다.

관세청 품목별 국가별 수출입실적을 근거로 현재 국내 수입맥주의 주세를 살펴본 결과 그리스 맥주의 리터 당 주세액은 6600원대·영국 1800원대·아일랜드 1300원대·일본과 프랑스 1000원대 등이다. 이들 맥주는 주세 체계가 종량세로 개편되면 리터당 평균 주세가 840원~850원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며 최대 90%까지 세금이 낮아진다.

오히려 이렇게 되면 편의점 수입맥주 행사에서 ‘4캔에 만 원’이 아닌 ‘6캔에 만 원’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생활맥주'의 '강남페일에일(왼쪽)'과 '더부스'의 '치믈리에일'

수제맥주, 정부 지원 속 강자로 떠올라

한편 수제맥주 역시 국내 맥주 업체에게 위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수제맥주란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하우스맥주, 지역 특색을 살린 맥주 등을 말한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6년 200억 원 규모였던 시장은 지난해 350억 원에서 4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수제맥주 제조업체는 2015년 51곳에서 지난해 83곳으로, 2014년 54개였던 수제맥주 면허건수는 지난해 95여 개로 3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제맥주 종류는 700여 개가 넘는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건 2014년 주세법이 개정되면서다. 당시 정부는 소규모 맥주제조업체들이 일반 손님에게 포장 판매를 하거나 다른 사업자에게 도·소매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주점 안에서 판매하는 것만 허용됐지만, 개정안으로 외부 유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들이 갖춰야 하는 술 저장조의 용량 규격도 100㎘에서 50㎘로 완화됐다.

맥주 출고량에 관계없이 중소 규모 이하 업체에 일괄 적용하던 과세표준도 낮췄다. 연간 3000㎘ 이하를 출고하거나 새로 면허를 받은 중소 업체의 경우, 그 해에 처음 출고한 300㎘에 대해서는 통상가격의 70%를 과세표준으로 정하도록 했다. 연간 출고량이 300㎘ 안팎 수준인 소규모 제조업체에는 주류 가격의 80%로 계산하던 과세표준을 60%로 낮추도록 했다.

여기에 올해 4월 또 한 번 주세법이 바뀌면서 수제맥주 열풍이 더 뜨거워졌다. 지난 개정 후에도 수제맥주는 제조장과 영업장에서만 일반에 판매할 수 있었지만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수퍼마켓과 편의점, 대형마트에서도 유통이 허용됐다. 또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를 따려면 식품위생법에 따른 식품 접객업 영업허가·신고가 필요했지만, 개정안에서는 삭제됐다.

이번 맥주 과세 체계가 개편에 따라 각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맥주시장에서 웃을 승자는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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