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부활하는 종합검사 보험업계 긴장감 팽배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2개월 동안 준비해 온 ‘금융감독 혁신안’을 지난 9일 공개했다.

윤 원장이 이번에 금융적폐청산을 포함한 금융 혁신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만큼 금융계는 다가올 변화에 촉각을 곤두 세우는 모습이다.

윤 원장의 개혁 발표 직후 금융업계 반응은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격’으로 윤 원장을 표현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트위터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또한 이번 개혁안 중 일부가 금융위원회와 마찰을 빚은 전례가 있어 금융위원회와의 관계에도 다시 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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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윤 원장의 개혁방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종합검사’ 부활이다. 윤 원장이 2015년 교수 시절 기고를 통해 폐지를 주장한 바 있고 실제 같은 해 폐지된 종합검사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금융검찰’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금감원이 그동안 금융회사의 잘못에 대해 적당히 눈감아 이익 보호를 대변해 준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으나 이제는 철저한 검사로 잘못된 부분은 엄중 문책하고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 원장은 “감독과 검사 기능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며 “종합검사가 금융회사들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건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확인 절차 또는 감독의 마무리라는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사 이어 보험사, 업계 촉각

 
금융당국의 금융사 종합검사는 진웅섭 10대 금융감독원장이 잠시 중단한 이후 올해 5년 만에 부활했다. 지난 5월 첫 타자로 한국금융지주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했으며 현재는 NH투자증권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


두 회사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이면서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 상장을 준비했을 당시 공동 주관사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파문,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 의혹 사건 등 증권업계 커다란 이슈가 연이어 터진 점도 종합검사 부활의 불을 지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종합검사가 5년 만에 부활한 이유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 종합검사는 원래 매년 실시하던 정례 검사였다. 진웅섭 전 금감원장 시절 ‘컨설팅’ 방식으로 전환했다가 올해 건전성 감독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금감원의 종합검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영이 떨어진 상황에서 금융사를 컨트롤하기 위한 방책 아니냐는 의견도 존재했다.


금감원이 종합검사 다음 타깃으로 보험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떤 기업이 검사 대상에 이름을 올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는 증권사에 이어 보험사에 대한 종합검사가 실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원장이 최근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불완전 판매는 줄지 않는 데 반해 소비자 보호는 미흡하기 때문에 금감원의 감독·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 그는 “(사고가 나면) 결과적으로 피해는 소비자가 보게 된다. 금감원에 (감독) 책임이 있으니 바로잡아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감독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암 보험, 즉시연금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민원·분쟁 현안을 소비자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새 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보험사들이 7000억 원에 달하는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제도화 될 경우 강제 효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11일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사가 약관과 달리 보험금을 적게 지급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에 대해 일괄구제에 나서기로 했다. 
‘일괄구제’는 다수 소비자가 동일한 유형의 피해를 본 경우 분조위에 일괄 상정해 구제하는 제도다. 소비자들이 개별적으로 구제 절차를 밟아야 하는 불편함을 덜 수 있다.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매월 연금을 받다가 만기가 되면 처음에 냈던 보험료 원금을 전부 돌려받는 구조다. 아무리 금리가 떨어져도 2.5%의 최저보증이율을 보증하는 상품이었음에도 보험사는 금리가 낮아지자 이에 못 미치는 보험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민원이 이어졌다.


현재 NH농협생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보험사가 해당해 누락된 지급금을 추가 지급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는 삼성생명 고객은 약 5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생명보험사로는 약 15만 명에 이른다. 미지급 보험금은 삼성생명이 약 4000억 원, 보험사 전체로는 7000억에서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최근 삼성생명은 금감원에 공문을 보내 이달 중 이사회를 열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의결을 통해 추가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1월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하라는 조정 결정을 받았고 지난 2월 조정을 받아들였다. 


금융계는 이번 윤 원장의 개혁 방침에 대해 ‘금융회사와의 전쟁’이라고 표현한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윤 원장이 금융개혁에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금융적폐 청산 작업이 제대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벌써 자율개혁 추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감원이 이번에 종합검사제를다시 부활키로 한 것은 ‘종이호랑이’란 오명을 벗겠다는 의지가 들어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금감원의 개혁 추진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을 경우 금감원의 감독과 감시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면 개혁추진팀도 설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묘한 신경전

 
한편 윤 원장이 주장한 금융감독혁신 과제 중 일부가 금융위와 적잖은 입장차를 보임에 따라 양측의 신경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근로자추천이사제’와 관련 입장차가 뚜렷하다. 근로자추천이사제는 근로자가  근로자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다만 학자 시절 직접 금융당국에 근로자추천이사제를 권고하기도 했던 윤 원장은 내년부터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시 사외이사 후보군의 다양성을 집중 점검하고 4분기부터는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여부와 그 내용 등을 공시토록 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과거 윤 원장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했을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며 거부했음에도 같은 사안을 재차 주장한 것이어서 금융당국 간 엇박자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노동이사제나 근로자추천이사제의 도입 여부는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이며 법제화는 시기상조라는 게 최 위원장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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