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선자금 청문회의 파행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한 첫날(10일) 오전부터 시작됐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실력저지로 결국 청문회는 반쪽 청문회가 된것.이날 오후 열린 국세청 청문회도 상황은 마찬가지. 16명의 출석요구 증인 가운데 불과 7명만이 참석해 같은 말만을 되풀이했다.심지어 일부 위원들은 기존의 보도 내용을 인용해 증인을 신문하는 등 급조된 청문회의 전형을 보이기도 했다.게다가 12일 열린 ‘민경찬 펀드’에 대한 청문회 역시, 핵심 증인들의 출석거부와 맞물려 관련사건이 검찰로 송치돼 또 다른 뒷북 청문회가 됐다.

이번 청문회를 주도한 민주당은 썬앤문 문병욱 회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접 대선자금을 전달했다는 김성래 전썬앤문 부회장의 진술, 노 대통령측에 감세청탁을 했다는 문 회장의 증언, 대부업체인 굿머니 사장이 10억원이 든 돈가방 2개를 정치권에 전달하기 위해 들고나갔다는 당시 여직원의 증언 등을 이끌어낸 데 만족해야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이런 결과를 예견했던 듯하다.민주당 한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청문회를 열겠다는 발상부터가 총선을 겨냥한 정략적 의도를 다분히 포함하고 있었다”며 “게다가 청문회 직전에 국회가 서청원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석방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국민들이 청문회를 외면하게 한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성토했다.결국 이번 청문회로 정치권은 ‘공동의 패배자’가 됐다.

청문회 개최를 앞장서 주도한 민주당이나, ‘차떼기당’ 이미지 벗어나기에만 골몰한 한나라당은 물론, 청문회를 육탄으로 막는 구태를 보인 열린우리당도 국민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정략적 목적에서 비롯된 청문회는 결코 남발돼서는 안 된다”며 “결국 정략적으로 실시된 이번 청문회로 모두가 ‘국민들로부터의 불신’이라는 상처만 받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