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으로 낙마한 서울대 총장 후보, 처음부터 다시?
성추문으로 낙마한 서울대 총장 후보, 처음부터 다시?
  • 조택영 기자
  • 입력 2018-07-13 18:22
  • 승인 2018.07.13 18:22
  • 호수 1263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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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공백 장기화 우려···어떤 대책 내놓나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가 총장 최종 후보의 중도 낙마로 인해 초유의 행정 공백 사태를 앞두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오는 19일 성낙인 현 총장을 시작으로 주요 보직 교수들의 임기가 잇따라 만료되는 시점에서 강대희 의과대학 교수가 제27대 총장 후보에서 전격 사퇴한 까닭이다. 또 부총장 권한 대행 방식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총장 공백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 총장‧주요 보직 교수 임기 만료 앞둬 ‘총체적 난국’

강 교수는 지난 6일 과거 성희롱‧성추행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강 교수는 이날 ‘서울대 총장 후보자 사퇴의 글’을 발표해 “지난 며칠간 언론보도로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이제 후보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대의 모든 구성원들께서 변화와 개혁을 위해 저를 후보자로 선출해주셨지만, 그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저의 부족함을 깨닫고 여러 면에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서울대의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글을 맺었다.

최종 후보자였던 강 교수는 교육부장관의 임명 제청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단계를 남겨두고 있었으나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과거 성희롱으로 보직 해임된 사실, 여교수 성추행, 논문 표절 등의 의혹이 공론화됐다.

강 교수는 지난 2011년 6월경 다른 교수와 기자들이 함께한 술자리에서 동석한 한 언론사 여 기자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자들과 이른바 ‘러브샷’을 하다 술자리 맞은 편에 앉아있던 해당 여기자에게 스킨십을 요구하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피해 당사자를 비롯한 기자들이 학교 측에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교수는 당시 서울대병원 대외정책실장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준비위원회 내에 설치된 법인설립추진단의 부단장 등 주요 보직을 맡고 있었으나 해당 사건으로 동시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 제기된 성폭력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학내 여교수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서울대 여교수회에서 의견을 전달하는 등 총장 선거 과정에서 강 교수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일었다.

또 강 교수는 최근 본인 논문에 대한 표절 의혹이 제기돼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 조사를 거치기도 했다. 강 교수의 논문 6건 가운데 참고문헌까지 똑같은 이중게재 등 ‘자기표절’을 한 의혹이 있어 연구진실성위원회 예비조사위가 꾸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권한을 대행할
부총장이 없다
 

서울대에 따르면 학교 측은 강 교수가 자진 사퇴한 지난 6일 주요 보직 교수들을 모아 긴급회의를 열고 성 총장 임기 만료 이후 대책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주요 의제는 권한대행 체제 방식과 총장 재선출 절차 등이다. 학내 주요 관계자들은 대면 회의 이외에도 전화나 메시지 등의 방식으로 총장 공백에 따른 대안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

통상 총장이 공석이면 부총장이 권한을 대행한다.

앞서 20대 이수성 전 총장이 국무총리 지명으로 물러났을 때와 21대 선우중호 전 총장과 22대 이기준 전 총장이 논란 속에서 사퇴했을 때에도 부총장을 중심으로 권한대행 체제가 꾸려졌다.

그러나 박찬욱 교육부총장이 22일, 신희영 연구부총장‧황인규 기획부총장은 25일 임기가 끝나 과거 사례처럼 부총장 중심으로 권한대행 체제를 운영하기 쉽지 않은 형국이다.

아울러 서울대에는 이런 상황에 마땅한 대행 규정도 없다. 따라서 권한대행 체제를 어떻게 구축할지를 두고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 의견 교류가 분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먼저 임기가 불과 열흘 남은 성 총장이 현 보직 교수들의 임기를 연장해 현직 부총장을 필두로 하는 권한대행 체제를 꾸려 행정 공백을 수습하는 방안이 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주요 보직자들이 종전 임기를 마치면서 별도의 권한대행을 두거나, 따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태 정상화에 나서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해졌다.
 
“후보 검증부터
다시 해야”

 
차기 총장 재선출 방안도 주요 의제다.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 단계에서부터 총장 후보를 다시 선정하거나, 종전 차점자 후보들을 대상으로 재투표를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교내 일각에서는 총장 후보 경선에서 경합을 벌인 이건우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와 이우일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에 대한 재투표가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 밖에 성 총장의 임기 연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시각이다.

반면 총추위 구성을 다시 해 후보 검증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총추위와 이사회의 검증 체계가 이번 강 교수 사태로 신뢰를 잃었다는 논리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사회를 다시 개최해 총추위에 상신한 나머지 후보 2명 중 1명을 낙점하거나, 정책평가결과가 4위였던 후보를 추가로 상신하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절차적 정당성의 흠결을 치유할 수 없다”면서 “총추위 재구성과 후보자에 대한 대중적인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사태를 빠른 시일 내에 수습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서울대 총장 선거는 개교 72년 만에 최초로 학생들까지 직접 정책평가단으로 참여한 선거여서 학교 안팎의 관심이 컸다. 하지만 최종 선출이 다 끝나고 나서야 강 교수의 여러 의혹이 수면 위에 떠올라 선거 과정에서의 정보 공개·검증 등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 이사회는 지난달 18일 총장 후보자별 면접과 토론을 거쳐 투표를 실시했다. 결선투표에 오른 강 교수와 이 교수가 전체 15표 중 각각 8표와 7표를 득표해 강 교수가 1표 차이로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서울대 당국은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이번 사태에 관한 학교의 입장을 정리하고 사과 및 수습책, 재발 방지 방안, 총장 후보 재선출 과정 등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초유의 공백 사태를 어떻게 대처할지, 새로운 총장은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