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한 참여연대 홍정훈 활동가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일요서울은 지난 호에서 헌법재판소가 병역의 종류를 전부 군사훈련으로 제한하는 현행 병역법에 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냈음을 보도했다.

이와 함께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사회적 흐름이 있음을 소개한 바 있다.

그 후속으로 해당 판결을 이끌어 낸 양심적 병역 거부자 참여연대 홍정훈 간사를 만났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존재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다’는 터닝포인트”
지난해 징역 1년 6개월 선고 당시 “법정 구속될까 두려웠다”

참여연대 활동가 홍정훈 씨는 2016년 말 양심적 병역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그의 결정에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할 수 없다는 병역법을 들어 지난해 4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같은 재판부에 판단에 홍 활동가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형사 처벌은 위헌’이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뒤 항소심을 준비했다.

이후 지난달 28일 재판부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을 헌법 불합치로 여긴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반향을 일으켰다. 홍 활동가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일요서울이 직접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기분이 어땠나.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 기대를 못했다. 사실 헌법재판소(에서) 처음 결정문 나왔을 때도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것을 국가가 인정한 것이고, 대체 복무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특히 더 심각한 문제다. 이것을 국회가 빨리 시정하라 요구한 것이다.

나는 종교적 이유로 거부를 한 것이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여호와의 증인 경우는 (1939년 무렵부터 천황 숭배를 거부하고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한 ‘등대사(燈臺社) 사건’처럼)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을 때부터 이런 실천이나 운동을 해 왔는데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이런 결정을 내리고 나서야 양심적 병역거부나 대체복무제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이 되는 거다. 이런 면에서 조금 기적 같이 느껴지고 이전에 희생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크다.

-본인이 생각하는 ‘군대’란 어떤 의미인가.
▲군대라는 경험이나 군대를 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남성에게 크게 작용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을 거다. 병역거부 운동을 처음 주도했던 사람이 이석태 변호사인데 60대가 넘은 지금까지 군대 꿈을 꾼다고 했을 때 (마음이) 짠했다.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군대를 다녀와야만 했던 사람들이 느끼는 트라우마가 굉장히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 동안 남을 수 있는데 남성들은 그것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나뿐만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마침 내가 활동가고,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기도 했다. 설사 내가 감옥을 가게 된다 하더라도 느꼈던 것들이나 믿고 있는 것들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병역 거부를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한 거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 하겠다 마음먹은 계기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2015년에 참여연대 들어오면서 알게 됐다. 물론 감옥에 가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감옥에 가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법정에 끌고 가 다투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하고 여러 다른 사람들과 같이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 등을 몰랐던 것이다. 이전까지는 계속 입영통지서가 와도 그걸 계속 연기하는 식으로 결정 내리는 것을 회피해 왔다.

이렇게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과 사회적으로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는 극복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2년여 분쟁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군대를 가야만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다.

특히 2017년 4월 1심에서 나는 1년6개월 형을 선고받았는데, 1심 선고를 받고 바로 법정 구속이 될까 봐 두려웠다.

실제로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선고 기일에 출석했는데 다행히 그날 불구속 상태로 나머지 재판을 치를 수 있게 됐다.

-헌법에 명시된 ‘양심’과 일반적으로 말하는 ‘양심’이 다른데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홍 활동가가 생각하는 양심은 무엇인가.
▲섣불리 (양심의) 정의에 대해 논평하는 건 어렵다. 내가 생각하는 양심이란 개인의 자아를 이루는 생각, 신념, 감정 같은 모든 것들을 포함하는 거라 본다.

그 안에는 종교적 신념이 들어갈 수도 있고, 다른 면에서는 일상을 살아가는 데 지키는 여러 가지 신념일 수도 있다.

간단하게 말해 ‘군대에 가는 사람들은 비양심자냐’라는 댓글이 20년째 똑같이 달린다. (이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사람만이 양심이 있는 것이라 해석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결정문에 나타나 있다.

각자 양심에 따라서 누구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군대 가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거고, 누군가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총을 들지 않겠다. 고로 군대도 가지 않겠다’고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거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와 징집에 응한 사람들이 서로 대치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해 못하는 시선이 어렵진 않았나.
▲그것 때문에 위축되는 건 있다. 견해가 다른 남성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이해가고, (그것을) 내 나름의 방식대로 이해하고 있다. 그 사람들의 분노를 살펴보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만을 향한 건 아니다. 사실 그들이 말하는 분노는 사회를 향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폭력에 가담하도록 만들고, 폭력에 가담하지 않으면 감옥에 보내는 그런 잘못된 제도들이 만들어 낸 어떤 안 좋은 단면이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국가는 여태까지 방치하면 안 됐다.

특히 국방부는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사실 여태까지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는 없었던 거다.

이 변화의 시작은 현역 복무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문제도 당연히 포함돼야 할 것이다. 그들이 군대에 징집됐다는 이유만으로 시민권에 속하는 기본권을 다 박탈당하면 안 되는데 이런 것들을 계속 방치하니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었던 것 같다.

홍 활동가는 “한국은 사회 곳곳에 군사주의 문화가 내면화돼 있는 것 같다”며 사회에 만연한 폭력적인 문화를 지적하고 “‘형평성 논란’이라는 주제보다 군 인권 문제를 훨씬 비중 있게 다루면 다 같이 좋게 풀릴 수 있는 문제”라며 대체복무제 관련 논의가 징집에 응한 이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한 이들 사이의 대립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체복무제 논의에는 현역 복무자들의 처우 개선도 더욱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그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로 이 사회가 변해야만 한다는 건 (국민들이) 충분이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번 헌법재판소 판단으로 인해) ‘양심적 병역 거부를 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다’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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