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이재명, 경기도의회 내 ‘숨은 X맨’을 찾아라! 특명
[심층취재] 이재명, 경기도의회 내 ‘숨은 X맨’을 찾아라! 특명
  • 박아름 기자
  • 입력 2018-07-13 19:10
  • 승인 2018.07.13 19:10
  • 호수 1263
  •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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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역할 자처할 ‘전해철 라인’에 심기 불편… 도당 內 계파 형성 조짐까지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아군 진영 속 숨은 적군들로 인해 좌불안석인 모양새다. 당초 경기도의회는 6.13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독식하며 이 지사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前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이자 이 지사의 경쟁 상대였던 전해철 의원의 라인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재명vs전해철’ 라인의 계파 형성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이 지사의 무리한 ‘남경필 흔적 지우기’가 다선 의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어 간극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지사로서는 이 같은 상황이 마뜩치 않을 수밖에 없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치사 최초 연정(聯政)을 도입, 협치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남경필 前 지사와 비교되는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 결국 이 지사는 곳곳에 숨은 ‘전해철 라인’과 남 전 지사의 ‘그림자’와 싸우는 셈이다. 이 지사가 도정 운영 능력을 통해 각종 잡음을 떨치려면 의회를 끌어안아야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정 사업 폐지’ 중 의회와 소통 ‘마찰’… ‘초법적 도정’ 논란
무리한 ‘도정 추진’에 여당 도의원들도 반발 기류 형성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의회에 ‘협치’를 제안했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여소야대 국면에서 경기도-도의회 간 인사ㆍ재정 등 권한을 나누고자 도입한 연정(聯政)을 폐지, 협치로 전환을 공식화한 것. 민주당이 독식한 여대야소 국면에서는 연정이 불필요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사는 지난 10일 제10대 경기도의회 개원식에서 “이제 도민과의 약속을 실천해 새로운 경기도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경기도는 협치를 통해 만들어질 것이며 연정을 뛰어넘는 협치로 새로운 정치의 모범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이 지사는 “경기도의 발전과 도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길이라면 서로 대립할 이유도, 협력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며 “집행부가 만들어 놓은 도정계획을 의회가 감시하고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의사 결정단계에서 부터 의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하는 진정한 협치를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전반기 의장은 앞서 후보 시절 ‘협치’와 관련 “집행부와의 협치를 통해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다만 도의회 본연의 역할인 집행부에 대한 견제 역할도 충실히 해 도민을 위한 정책인지 아닌지를 철저히 가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집안 식구 민주당, 이 지사에 등 돌리기?
 
당초 경기도의회는 전체 의석 143석 중 민주당이 135석을 차지, 사실상 ‘1당 체제’가 굳어졌다. 의장과 당위원장이 ‘제2도지사’로 불릴 만큼 강력한 힘을 갖게 된 것. 집안 식구가 도의회 절대 다수석을 차지하면서 도지사 견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그만큼 도의회는 당선 후에도 각종 의혹에 시달리며 차질을 빚던 이재명호에 돛을 달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실상은 이 지사와 도의회 사이 미묘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앞서 이 지사가 취임 직후 ‘연정 사업 전면 재검토’를 발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 지사는 기존 연정부지사를 평화부지사로 바꾸기로 하고, 연정부지사 산하 연정협력국을 폐지하는 대신 평화협력국을 신설하기로 했다. 지난 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경기도 행정기구 및 정원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연정부지사는 일반 정무부지사 성격이 강한 자리로, 남 전 지사가 의회와 연정을 위해 신설한 자리다. 제9대 도의회의 경우 남 전 지사가 한국 정치사 최초로 연정을 도입, ▲교섭단체별 추진 정책 발굴 ▲예산안 심의 단계서 관련 정책 예산 반영 등 권한을 유지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각 정당에게 골고루 권한을 배분하겠다는 취지였다. 남 전 지사는 야당 몫으로 연정부지사 등 인사권과 예산 일부를 줬다.
 
의회에서는 즉각 반발 기류가 흘렀다. 이 지사가 이를 폐지하는 과정에서 경기도-도의회 간 소통이 부재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10일 이 지사의 ‘평화부지사 임용장 수여’ 공식 일정 공개되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당시는 10대 도의회 원구성이 되기도 전인데다, 조직 개편 관련 조례가 처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사가 일방적으로 평화부지사 임용을 강행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는 ‘초법적 도정’일뿐만 아니라 도의회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연정’을 둘러싼 신경전은 이 지사가 ‘평화부지사’ 대신 ‘연정부지사’를 임명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 지사가 지난 10일 임명한 이화영 경기도 연정부지사는 오는 23일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 평화부지사로 전환, 활동하게 된다.
 
한 민주당 경기도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의회가 출범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렇다 저렇다 평하기는 좀 어렵다”면서도 “연정부지사를 평화부지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조례가 통과되지 않았는데 임명장을 수여한다기에 의회에서는 ‘그럴 리가 있냐’고 제기했다. 전달에 착오가 있던 거 같다”며 소통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의장단 구성 중 계파 냄새 ‘솔솔’
 
하지만 여전히 도의회 곳곳에 숨어 있는 ‘전해철 라인’이 이 지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재로서는 의회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잠잠하지만, 이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할 경우 ‘야당 역할’을 자처할 공산이 크다.
 
전 의원은 전(前)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으로서 지역 정치적 기반이 튼튼할 뿐 아니라, 6.13지방선거 경기도지사 민주당 경선에서 이 지사의 경쟁 상대였다. 실제로 지난 9대 경기도의회 민주당 소속 도의원 66명 중 53명은 이 지사가 아닌 전 의원을 지지했다. 전체 도의원의 80% 가까운 수였다.
 
당시 도의회 민주당 도의원들은 “6.13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를 승리로 이끌 적임자로 경기도지사 입후보예정자 전해철 의원을 지지한다”며 “전해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을 역임하면서 31개 시·군을 방문하여 경기도 현안을 누구보다도 잘 꿰뚫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경기도 8대 핵심공약을 직접 만드는 등 경기도정을 잘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당시 전 의원을 지지했던 의원 대부분은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실패, 살아남은 의원들이 ‘전해철 라인’을 형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 의원이 도당위원장을 역임할 당시 함께 일한 다선 의원들도 대거 포진한 만큼, 이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지역 정가의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계파 형성의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의회 내에서도 이 지사를 중심으로 비문계가, 전 의원을 중심으로 친문계가 뭉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신임 의장단 구성 과정에서도 미묘한 계파 형성 기류가 흘렀다는 말이 나온다.
 
한 야당 경기도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경기도당 내부에 전해철 의원과 친한 그룹이 있냐’는 질문에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계파가 있는 것 같더라. 내색은 안하겠지만 보니까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사와 전 의원을 사이에 둔 계파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그럼 이번 의장단은 이 지사 라인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강경적 태도’ 이 지사, 의회 협치 위해선?
 
여기에 이 지사의 다소 무리한 ‘남경필 흔적 지우기’가 일부 도의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남 전 지사 체제 당시 도의회와 합의를 통해 추진된 사업들에 이 지사가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 재선‧3선 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 아무리 전 정권 하에 사업이라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다.
 
한 경기도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연정 예산 삭감 과정에서 우리와 협의가 없었다. 자기네(경기도)들이 다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이 지사가 협치를 한다고 했는데 주시해서 볼 것”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지사가 포용과 설득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이 지사는 성남시장 역임 시절부터 정책 추진에 있어 다소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정치적 성향은 ‘사이다’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때로는 지나친 발언으로 여론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더욱이 이 지사는 각종 스캔들에 휩싸여 검찰 수사까지 착수한 상황이라, 이 같은 국면이 난도 높은 정치적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기도-도의회 출범 초기인 만큼 앞으로의 ‘협치’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경기도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와 도의회 모두 이제 막 시작한 상황이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이 지사가 말한 대로 진정한 협치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박아름 기자 pak5024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