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수술대 올리고 본다? “전임자 사업 무조건 부정해선 안 돼”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장이 취임하자마자 전임 단체장이 추진해온 주요 정책을 중단하거나 뒤집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예산 및 행정력 낭비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이는 가운데 정략적 자세가 아니라 시민의 편에서 정책 계승 및 폐지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임자 흔적 지우기에 가장 혈안인 곳 중 하나가 경기도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는 재임기간 동안 역점사업으로 ‘청년 연금’ 사업을 추진했다. 청년 연금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10년간 일할 경우, 도 지원금을 포함해 1억 원의 목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 지사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를 ‘로또’라고 깎아내렸다. 이에 따라 청년 지원 사업이 시행 4개월여 만에 결국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 2일 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월 1차로 청년 연금 지원대상 3천 명, 청년 마이스터통장 지원대상 4천여 명, 복지포인트 지원대상 6천여 명을 선발했다. 이어 5월 2차로 청년연금 지원대상 3천 명, 청년마이스터통장 지원대상 8천81명을 추가 선발하기로 하고 지원 희망자를 모집했다.
 
도는 당초 서류 심사 등을 거쳐 2차 지원대상 최종 선정 결과를 지난달 27일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류 심사 등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선정 결과를 오는 6일 발표하겠다고 수정 공지했다.
 
그러나 청년 연금 지원 대상자 선정 결과 발표에 대해서는 ‘차후 별도 통보’라고만 재공지,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청년 연금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해 위로부터 어떤 방침도 받은 것이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이 사업을 계속 시행한다 안 한다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밖에도 이 지사는 광역 버스 준공영제도 수술대 위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의 인수위인 ‘새로운 경기 위원회’는 “인수위 내 교통대책특별위원회에서 ‘새경기 준공영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인수위에 따르면 ‘새경기 준공영제’는 노선입찰제와 위탁관리형을 합친 것으로, 현 수익금 공동관리형을 보완한 방식이다. 수익금 공동관리형은 도가 버스업체의 적정 수입을 보장해 주는 대신 노선변경이나 버스 증차 등 관리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다.
 
이에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때부터 수차례에 걸쳐 “(현 광역 버스 준공영제는) 버스회사에 막대한 보조금과 특혜를 주지만, (그만큼의) 공적개입을 못 하는 퍼주기 행정의 전형이면서 ‘영생 흑자기업 만들기’ 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아울러 이 지사는 남 전 지사가 퇴임 전 추진한 공항버스의 시외버스 면허 전환 사업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의 인수위가 시외버스 면허로 전환된 공항버스를 다시 한정면허로 바꾸는 것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지사직 인수위는 지난 10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성 강화 대중교통 생태계 전환’ 플랜을 공식 발표했다.
 
공항버스 면허는 지난 선거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남 전 지사가 격한 논쟁을 벌인 분야다. 남 전 지사는 “도민 편의를 위한 요금 인하가 필요하다”며 시외버스 면허 전환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한정면허를 갱신해 요금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는데 공항버스 사업자에게 평생 면허인 시외버스 면허를 준 것은 특혜”라고 반박했다.
 
이 지사의 이 같은 행보는 버스 업계의 반발을 초래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공항리무진 버스 74대를 공급받기로 해 이미 150억 원이 투입된 상황”이라며 “현재 전세 버스를 비상 운행하면서 임차비만 하루 5000만~6000만 원이 나가고 있는데 ‘차량 미확보’로 면허를 취소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 업체는 손해배상 청구 등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경기도 버스운송조합 관계자 역시 “현 버스노선은 사유 재산이라 노선입찰제 시행이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급격한 교통 정책 변화는 안 그래도 어려움을 겪는 버스회사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경기도를 비롯해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전임 단체장이 추진해 온 정책들을 깡그리 폐지하거나 재검토하기 시작하자 일각에서는 ‘전임 단체장 흔적 지우기’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책 결정은 도정을 맡은 사람들의 책임 행정에 대한 의지인 만큼 검토해서 잘못됐다는 판단이 들면 중단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전임자의 사업을 모두 부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 인수위 관계자는 “공공성 확보 등의 차원에서 사업을 철저하게 점검해 결정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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