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한미군사령부가 평택 험프리스 기지 내에서 신청사 개관식을 가졌다. 73년간의 서울 용산 기지 시대를 마감하고 경기도 평택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뜻있는 행사였다. 
이런 날 기지 인근 지역에서는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의 주장은 앞으로 체결될 평화협정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올 텐데 주한미군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역사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똑똑히 증명하고 있잖은가. 남베트남은 45년 전인 1973년 1월 파리 평화협정 체결로 미국이 철군한 뒤 2년여 만에 북베트남의 침공으로 지도에서 사라져 버렸다. 평화협정을 명목으로 미국에게는 ‘철군의 구실’, 북베트남에게는 ‘적화통일의 기회’, 남베트남에게는 ‘망국의 시발탄’이 됐을 뿐이다. 
25년 전인 1993년 오슬로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영토와 평화의 맞교환’을 통한 ‘두 국가 공존’이라는 해법이 도출됐다. 평화 정착과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이 눈앞에 온 듯했으나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이 오히려 격화되어 평화협정은 한낱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남·북·미 대화가 시작되면서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입도 벙긋 않던 북한이 한국 내부에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나오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대남 선전매체를 통해 예의 주한미군 철수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주한미군 철수가 한국민의 민심이라는 것이다.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요구하는 한국민들의 투쟁은 너무도 응당하다며 주한미군 철수 시위를 선동하고 나섰다.
중국의 시진핑과도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될 경우 주한미군의 주둔을 백지화 시킨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말이 나온다. 또한 국내외 주요 인사들 입에서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을 원하지 않으면 미군은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평화협정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역사적 사실들을 상기하면, 이러한 국내외 동향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를 모르지 않을 터인데 애써 역사를 외면하는 현실이다. 더욱이 평화협정이 이뤄지기도 전에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나섰으니 도대체 누구를 위함이고 무엇을 얻자는 국론분열 책동인가 싶다. 
마국은 상대가 비록 동맹국이라 할지라도 자국이 손해 볼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공산화된 베트남과 국교를 정상화한 뒤 매년 교역을 증대하고 있는 그들의 본모습을 봐야 한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신(新) 애치슨라인’이다. 미국이 경제적 실리만 챙기고 대(對)중국 방어선을 일본, 필리핀, 베트남, 인도로 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한 차례 그러했던 적이 있다.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1950년 1월 당시 미 국무장관이던 애치슨은 소련의 스탈린과 중국 마오쩌뚱의 영토적 야심을 저지하기 위해 태평양에서의 미국 방위선을 알류산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선으로 정한다고 선언했다. 방위선 밖의 한국과 타이완의 안보와 관련된 군사적 공격에 대해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던 게다. 결국 이 ‘애치슨라인’ 선언은 북한을 오판케 만들어 6·25전쟁의 발발을 예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은 ‘신(新) 애치슨라인’으로 손해 볼 일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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