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세 차례 방문하고 돌아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월 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의 경제발전 모델로 베트남을 제시했다. 그는 “베트남의 (경제발전) 기적이 북한의 기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게 되면 베트남처럼 미국의 경제관계 증진을 통해 기적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었다. 김정은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2차 판문점 회담에서 베트남식 개혁·개방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정은이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한 북한에서 ‘베트남의 기적’을 기대할 수는 없다. 돼지가 날기를 기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유는 세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 김정은이 ‘베트남 기적’을 실현하기 위해선 핵을 먼저 완전 폐기하고 폐쇄 체제를 개방하여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제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김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고 개혁·개방으로 나서지 않을 게 분명하다. 김이 핵을 완전 폐기하지 않는 한 자본주의 국가들의 대북 경제지원은 불가능하고 북한에서 ‘베트남 기적’도 일어날 수 없다. 
둘째, 베트남과 북한은 서로 전혀 다르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머이(개혁·개방)’ 정책을 채택, 서방 시장경제로 돌아섬으로써 ‘베트남 기적’을 일궈낼 수 있었다. 베트남이 ‘도이머이’로 방향을 틀 수 있었던 건 베트남 공산주의 창건자 호치밍(胡志明)이 1969년 사망함으로써 그의 후계자들이 호치민 체제에 묶이지 않고 새로운 개혁·개방으로 나설 수 있었던 데 기인한다. 마치 중국이 1976년 마오쩌둥(毛澤東)의 사망으로 마오 체제를 벗어나 ‘실용주의’로 개혁할 수 있었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북한은 70년 동안 ‘김씨 왕조’ 3대에 의해 변함없이 통치되고 있다. ‘도이모이’나 ‘실용주의’로 개혁·개방할 수 없도록 갇혀있다. 김정은이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표명했던 건 자신이 할아버지·아버지와는 달리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려 한다고 문 대통령을 속이기 위한 감언이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나 개혁·개방은 김정은이 권좌에서 사라진 뒤에나 가능하다. 그때 가서야 비로소 ‘베트남의 기적’이 ‘북한의 기적’으로 이어 질 수 있다. 
셋째, 북한은 베트남과 지정학적으로 다르다는 데서 ‘베트남의 기적’이 일어날 수 없다. 베트남은 중국을 공적 1호로 삼고 있는데 반해, 북한은 중국을 후견국으로 받들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면서 수천년 동안 중국에 시달려 왔다. 베트남 공산정권은 월남과의 내전 당시 중국의 군사·경제지원을 받았지만, 전쟁이 끝나자 1979년 중국과 처절한 국경전쟁으로 치달았다. 베트남-중국 전쟁은 1개월로 끝났지만 양측 사상자는 5만 명에 달했고 베트남 민간인 1만여명이 피살되었다. 베트남은 수천년 적대국가 중국에 맞서기 위해 미국과 손잡고 미국의 군사·경제지원을 받아 ‘베트남 기적’을 일궈낼 수 있었다.
그에 반해 북한은 중국을 종주국으로 모시고 중국은 북한 권력을 적극 엄호해 준다. 북한은 미국을 ‘철천지 원쑤’로 간주하고 중국과는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라며 결속을 다진다. 북한은 중국을 믿고 미국에 핵공격 한다고 협박한다. 북한은 핵을 완전 폐기하지 않을 것이며 베트남과 같이 개혁·개방으로 나서지 않고 김정은 1인우상 폐쇄체제를 굳혀갈 게 분명하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매달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에 집착한다는 약점을 파고들었다. 김은 두 지도자들의 약점을 이용, 두 사람을 정상회담으로 쉽게 유인해 냈다. 그리고는 핵 폐기보다는 관계개선 분위기나 띄우며 대북 경제제재를 풀기 위해 그들을 어르고 있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베트남처럼 개혁·개방하지 않는 한 자본주의 국가들의 대북 경제지원은 기대할 수 없다. 때문에 북한에서 베트남식 ‘기적’은 일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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