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르탄 파동 두고 깊어지는 의약계 분쟁
발사르탄 파동 두고 깊어지는 의약계 분쟁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8-07-13 19:52
  • 승인 2018.07.13 19:52
  • 호수 1263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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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조제’ ‘리베이트’ … 의약계 고래 싸움에 환자 새우 등 터지나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 문제들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라돈 침대를 넘어 이번엔 의약품이다.

고혈압약에 사용되는 ‘발사르탄’이라는 원료에서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2A’ 등급을 받은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 확인돼 충격을 주었다.

위험 물질 함유 의약품 82개사 219품목→115개 품목…식약처 늑장 대응?
식품의약품안전처 “해당 발암물질 성분 국제 공인 검증 방법 없어”


지난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발암 가능 물질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져 잠정 판매중지와 제조·수입 중지 조치한 고혈압 치료제에 대한 점검 결과를 내놨다.

조사에 따르면 해당 원료를 사용한 품목은 총 115개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판매·제조 중지 명령을 내렸다.

지난 5일(현지 시간) 유럽 의약청(EMA)은 중국 제지앙화하이 사에서 생산한 발사르탄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가 발견됐다고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당초 식약처는 지난 7일 고혈압 치료제 중 82개사 219개 품목에 해당 물질이 포함됐다고 밝히며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의·약사와 상담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발표일은 병원 등이 문 열지 않는 주말이었고 유럽 의약청 발표 후 뜬 시간이 존재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관해 식약처 관계자는 발표 이후 이틀 동안 200명이 넘는 인원이 곧장 현장 투입돼 해당 제조사의 발사르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의약품들을 직접 조사했으며, 이에 따른 결과를 지난 9일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장 조사 결과 처음 파악한 219개 의약품 중 104개 품목은 이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치료 위해 복용한 약에서
위험물질 ‘NDMA’ 검출
 

중국 제지앙화하이 사가 생산한 발사르탄이 문제된 이유는 해당 원료에서 확인된 ‘NDMA’라는 불순물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 물질을 인간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 ‘2A’로 분류했다.

여기에 발암 가능성 물질이 고혈압약에서 발견됐다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치료를 목적으로 복용했다는 점과 장복하는 고혈압약의 특징으로 인해 언제부터 자신이 이 물질을 섭취해 왔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실제 환자들은) 본인이 무슨 성분을 복용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혈압약을 복용 중일 경우 (이것이 논란과) 관련된 (제품인) 것 아닌가 하고 불안해서 전화하는 분들도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처럼 의약품의 경우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환자들이 정보를 쉽게 얻지 못하는 점도 불안을 키웠다. 그렇다면 ‘발사르탄’이 함유된 고혈압약은 시중에 언제부터 쓰이게 됐을까.

새물결약사회 유창식 회장은 “발사르탄이 (의약품에서) 예전보다 최근에 많이 쓰인 것 같다”면서 “특허가 풀린 지 몇 년 안 됐다. 특허가 풀리면 복제약(generic)들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특허가 풀리면서 제약 회사들이 해당 성분을 포함한 고혈압약을 많이 출시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학계 관계자 역시 “현재 고혈압 치료약 중에서는 최근에 개발돼 비교적 많이 쓰이고 효과가 좋다고 알려졌다”고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아울러 “‘발사르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해당 원료를 여러 회사가 만드는데 (그중) 중국 특정회사에서 만든 발사르탄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구별 지었다.
 
<뉴시스>

 
소비자 ‘중국 産’ 불안
전문가 “영향 없어”

 
환자와 소비자들은 ‘중국 산’에서 물의를 빚었다는 것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7년 미국에서 중국 산 불량 헤파린(혈액응고제) 주사제를 투여받은 신장투석 환자 중 대략 200여 명이 사망했던 사건, 2009년 식약처가 발암물질인 석면이 함유된 탈크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 120여 품목 판매 중지 처분 사건 등의 과거 사례가 중국 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는 국면이다.

해당 원료가 중국 산이라는 점으로 야기된 소비자들의 불안을 지적하자 식약처 관계자는 “제지앙화하이사의 제품은 우리나라에만 판매되는 것이 아니다. (이 업체는) 유럽, 미국, 일본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의약품 원료를) 판매하는 세계적인 회사”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다양한 원료 회사가 있지만 중국, 인도에 있는 제약회사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영역이 크다”고 덧붙였다.

학계 관계자도 “유럽 의약청에서 이 문제를 처음 발견하지 않았나. 그것은 유럽에서도 중국 산 원료를 쓰고 있다는 얘기”라면서 “전 세계 제약회사가 중국에서 만든 원료를 많이 쓰고 있는 상황인데, ‘중국 원료라서’ (해당 문제가 일어났다)라고 말하기에는 이미 (중국 제조 기술이) 일정 수준에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있는 무수히 많은 의약품 원료 제조 회사들 중 하나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중국 산 원료를 일반화하면 엄청난 문제가 생길 것이라 우려했다.

이 일로 인해 ‘모든 의약품에 중국 산 원료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할 경우 약품 제조가 어려운 상황이 될 정도로 많은 제약회사들이 중국 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위험물질이 발견된 것이) 다른 게 아니라 약이지 않나. 안전상으로는 복용을 안 하게 안내를 하는 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이걸 먹었다고 꼭 암에 걸린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NDMA가 분류된 2A 등급은 발암성이 있긴 하지만 WHO(세계보건기구)에서 발암 물질을 분류한 것을 살펴보면 알코올 같은 경우도 해당되는 등 암을 일으킬 개연성이 있는 것들은 다 명단에 포함된다.

의약품학계 전문가 A씨도 “발암 가능성을 얘기하는 거지, (해당 약품을) 복용하면 꼭 암이 생긴다는 얘기는 아니다”면서 “획일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발사르탄’ 파동 두고
의·약계 갈등 깊어지나
 

이번 중국 산 발사르탄 파동을 놓고 의·약계 간 분쟁도 감지됐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측은 지난 11일 개최된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논란 관련해 약사들의 대체 조제와 저가 약 인센티브를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약사가 의사에게 동의를 얻으면 동일 성분의 다른 약으로 교체할 수 있는 제한적 대체 조제는 가능하다”면서 “이 점을 이용해 약사들은 동일 성분의 저렴한 약으로 대체 조제를 한다. 또 국가에서 저가 약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다 보니 약사들이 저가 약으로 계속 바꾸는 현실이 돼 (약사들이) 중국 산 약을 많이 사용하는 결과가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더불어 그는 “대체 조제할 때 의사 동의를 받는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약국에 ‘어떤 약으로 (대체) 조제했다’는 조제내역서가 없는 경우도 많다”면서 “(의사가) 처방 후 약사가 대체 조제했을 경우 처방약이 어떻게 변경됐는지 추적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약사 측도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유 회장은 의료계의 고질적인 리베이트 문제를 짚으며 “의협 측에서 의사들은 좋은 약을 처방했는데 약국에서 나쁜 약으로 대체한 것처럼 하니 굉장히 불편하다”면서 “실제 (현장에서) 약사들이 느끼고 있던 것과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제약회사들 중 일부는 인지도가 낮다. 이런 회사들은 공격적인 리베이트를 추진해 영업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일선의 약사 역시 “영업사원들이 약국으로 찾아와서 ‘이 품목들을 우리 회사 약으로 바꾸기로 했으니 준비해 달라’고 얘기한다. 이런 경우를 많이 겪는다”면서 “그럴 때 ‘(병원) 가서 영업을 좀 했구나’라고 느끼는데, 그후 훨씬 (단가가) 비싼 약으로 처방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리베이트 관행 의혹에 대해 정 대변인은 “현재 리베이트는 불법이기 때문에 (만약 리베이트를 했을 경우) 의사에 대한 처벌이 강하다”면서 “의협 측은 (의사들이) 거의 (리베이트를)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말 리베이트를 받고자 하면 고가 약을 처방해 이윤을 높이지 왜 저가 약을 처방하겠냐”면서 “(약사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유 회장은 “당국에서는 대체 조제를 장려하지만 (실제로는) 처방한 의사가 (대체 조제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대체 조제율이 3%가 안 된다”면서 “게다가 (고혈압약처럼) 장기 복용 약의 경우 환자들이 예민하기 때문에 잘 안하는 경우가 많다”고 반박했다.

의사들이 리베이트 외의 다른 방법으로도 이윤을 챙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10~20개 정도의 품목만 취급하는 영세 도매상들은 적은 품목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대신 의사들에게 고율의 리베이트를 준다는 것이다.

간혹 의사들 중 약 처방과 도매 설립을 통해 이중으로 이윤을 남길 목적으로 직접 품목도매를 설립해 자신들이 사용하는 약을 이 도매상을 통해 공급받기도 한다.

하지만 한 의료계 관계자 B씨는 “(예전에는) 제약회사서 의사들에게 리베이트 로비를 해서 (영업을) 유도했었는데 이것이 불법이 되면서 거의 없어지면서 약사들에게 로비가 (시작) 된 것”이라며 “약사들은 나중에 결제하면서 약값을 할인받는 ‘백마진(back margin)’ 형태로 제약회사가 약사들에게 로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발사르탄 파동을 두고 의·약계 간 날선 대립각을 세우는 양상이다.

이러한 리베이트 관행의 대응책으로 유 회장은 약에 관한 선택권을 환자들에게 줄 것을 권유했다.

유 회장에 따르면 발사르탄을 제조하는 회사만 해도 200여 곳이 넘는 등 제약회사가 난립하는 상황이 빚어지면 회사 입장에서는 ‘리베이트를 줘서라도 우리 회사 제품을 처방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환자가 직접 약을 고르게 될 경우 리베이트 영업이 어려워 잘못된 관행을 끊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편 의협 측은 “약사들의 의사 처방권에 대한 도전은 계속 있어 왔다”면서 “환자에게 투약하는 것, 투약 후 약의 효과를 지켜보는 것 등은 모두 의사가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발사르탄이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면서 식약처의 대처 방안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 성분에 대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검증 방법이 없다”면서 “분석 방법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공인된 방법을 만들고, 발사르탄에 불순물이 얼만 (포함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다음 인체에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 평가해야 한다”고 추후 향방을 전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