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동굴소년’ 전원 생환에 지구촌 환호

유소년 축구 선수들 훈련 마치고 동굴 구경 가
갑자기 불어난 빗물에 최장 18일 동굴 속 고립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전원 무사하다(Everyone is safe).” 이 세 영어 단어가 페이스북에 올라오면서 세계인을 가슴 졸이게 만들었던 18일간의 시련이 끝났다. 훈련을 마친 뒤 동굴을 관광하러 갔다가 갑자기 내린 비로 수로의 물이 불어나면서 동굴 속에 최장 18일 동안 고립돼 있었던 태국 유소년 축구팀이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적적으로 전원 구조됐다. 태국 해군특수부대 네이비실은 이날 북부 치앙라이 주 ‘탐루엉' 동굴에 갇혀 있던 유소년 축구팀 ‘무빠'(‘야생 멧돼지’라는 뜻) 선수 12명과 25세 코치 한 명인 13명을 전원 구조했다고 밝혔다. 네이비실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밤, 야생 멧돼지들이 다시 한 팀이 됐다. 만세"라며 “이 순간이 기적인지 과학 덕분인지 뭐라고 말할 수 없다. 야생 멧돼지 13명 전원이 이제 동굴 밖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구조된 사람은 소년 4명과 코치 엑까뽄 찬따웡이다. 코치는 동굴에 갇혀 있는 동안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살핀 데 이어 끝까지 아이들을 지키는 책임감을 발휘했다. 이날 생존자들을 모두 동굴 밖으로 내보낸 뒤 마무리 작업을 한 의사와 네이비실 대원 3명도 몇 시간 뒤 안전하게 복귀하면서 태국 동굴 소년 구조 여정은 아무 탈 없이 막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을 대표해 태국의 위험한 동굴에서 소년 12명과 코치를 성공적으로 구조한 태국 네이비실을 축하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순간"이라며 “다들 자유가 됐다. 정말 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구조 작업을 지원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 국제사회의 축하가 이어졌다.

유소년 축구팀 선수와 코치 13명이 모두 무사히 구조된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들이 실종됐을 때만 하더라도 열대 우기(몬순)에 접어들면서 동굴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겨 생존 여부가 불투명했다. 소년들이 동굴에 고립된 것은 지난 6월 23일이었다. 치앙라이주 ‘무 빠' 축구 클럽에 소속된 선수 12명과 코치 1명이 오후 훈련을 마치고 탐 루엉 동굴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내린 비로 동굴 내 수로의 수위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11〜16세인 선수들의 부모가 이날 밤 실종 신고를 했고, 동굴 입구 근처에서 소년들의 자전거와 신발 등이 발견됐다. 또 다음 날 소년들 것으로 추정되는 지문과 발자국이 발견되자 지난 6월 25일 태국 해군 네이비실 요원들이 잠수해 동굴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 소속 구조대원과 영국 동굴탐사 전문가 등 다국적 구조팀이 꾸려졌지만, 동굴 내부 수로의 거센 물살과 폭우 등으로 한때 수색이 중단되기도 했다. 비는 계속 내렸고, 동굴 주변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부모는 애간장이 타들어 갔다. 구조 당국은 배수용 펌프를 총동원해 동굴 내 수위를 낮췄고 6월 30일 비가 소강상태에 들어간 덕분에 잠수사들의 수색이 활발해졌다. 7월 1일에는 소년들이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수백 개의 산소탱크를 동굴 안으로 밀어 넣었다. 기적은 소년들이 실종된 지 열흘째인 지난 2일 시작됐다. 이날 밤 영국 다이버들이 동굴 입구로부터 약 5㎞가량 떨어진 곳의 경사지에서 소년들과 코치가 모두 살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음 날 곧바로 비상식량과 구급약을 공급했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의사 1명과 태국 해군 네이비실 요원 3명이 소년들의 곁을 지켰다. 4일에는 잠수훈련이 시작됐다. 이들이 동굴 밖으로 나오려면 4개 구간의 ‘침수 구역'을 잠수해서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장 800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침수 구역 가운데 일부는 폭이 60㎝로 좁아 잠수장비를 벗어야 통과할 수 있어 상당히 위험했다. 동굴 내 공기주입구 설치작업을 하던 전 태국 해군 네이비실 요원이 6일 산소 부족으로 숨졌을 정도로 구조 환경은 열악했다. 그러나 걷잡을 수 없는 폭우가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구조 당국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당국은 8일을 ‘D데이'로 잡았다. 동굴 내 수위가 어느 정도 내려가고 응급처치를 받은 소년들의 건강상태가 다소 호전된 덕분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잠수사 18명(외국인 13명, 태국 해군 네이비실 요원 5명)을 투입해 11시간 만에 소년 4명을 동굴 밖으로 무사히 데리고 나온 것이다. 실종된 지 16일 만에 거둔 성과였다. 9일에도 체력이 고갈된 일부를 제외하고는 같은 잠수사들이 들어갔다. 구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지형을 숙지한 잠수사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 덕분에 전날보다 2시간 단축된 9시간 만에 4명을 추가로 구조할 수 있었다. 13명 전원 구조라는 기적은 10일 완성됐다. 이날 오전 10시께 잠수사 19명이 들어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소년 4명과 코치를 모두 구조했다. 구조작업이 본격 진행되는 동안에도 간간이 비가 쏟아졌지만, 다행히 동굴 내 수위를 높일 정도는 아니었다. 현지 구조 지휘자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성공 여부는 쁘라삐룬(인도 신화에 나오는 비를 관장하는 신 ‘바루나'의 태국어 명칭)의 손에 달렸다"고 말해왔는데 하늘이 도운 것이다.
이번 태국 소년들의 동굴 내 고립과 기적적인 생환 스토리는 영화로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가 태국 일간지 ‘더 네이션'을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더 네이션에 따르면 미국 영화제작사 퓨어 플릭스는 태국 북부 치앙라이에 프로듀서 2명을 이미 보내 동굴소년 구조 이야기의 영화 플롯 구성에 들어갔다. 동굴에 들어갔다가 실종된 지 열흘 만에 극적으로 생존이 확인되고, 이후 7일이 더 지난 뒤에야 다국적 구조대에 의해 구조된 태국 소년들과 코치의 이야기는 전 세계 배급을 겨냥한 영화로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퓨어플렉스 소속 프로듀서인 마이클 스콧은 “이 이야기는 할리우드의 일급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로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영화사 소속 프로듀서들은 대본을 쓰기 위해 구조에 직접 참여한 외국 구조전문가들과 태국 네이비실 대원들을 인터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가 진행 중이던 민감한 시기에 영화제작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스콧 프로듀서는 “다른 제작사들이 들어올 것이 분명해 빨리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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