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후보 “불심에 대선승리있다”


유력한 대권주자들의 불심잡기 행보가 심상치 않다. ‘2천만 불자를 잡는 사람이 대권을 거머쥔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가장 공을 들이는 인사가 이명박 전서울시장이다. 2004년 5월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하겠다”는 발언으로 불교계와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대표 역시 틈나는 대로 불교계 큰 스님들을 만나 불심잡기에 나섰다.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캠프가 조계사 맞은편에 자리잡은 고건 전총리도 예외는 아니다. 빅3들의 불심잡기 막후를 알아봤다.



불교계에서 신도수를 심정적 지지자까지 합쳐 ‘2천만 불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4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1천만명 약간 넘는 불자를 거느리고 있다. 가히 국내 최대 회원을 가진 종교 조직으로 볼 수 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등록된 종단만도 30여개에 육박한다. 그중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이 총신도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불교계의 정설이다. 지역적으로는 영남지역에 80%가 편중되어 있다. 여기에 140만명 가량의 원불교 회원수를 합친다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전총재 부인 한인옥 여사와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불심잡기에 각축을 벌였다. 2007년도 예외가 아니라는 게 불교계의 전망이다.

이명박 ‘봉헌’발언 “잊어주세요”
소망교회 장로로 기독교 신자인 이 전시장은 종교와 관련, 곤혹스런 처지다. 지난 서울시 봉헌발언에 최근 인터넷에 동영상 파문까지 겹쳐 불교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동영상 파문이란 부산에서 개최된 한 기독교 행사에 축사를 보낸 이 전시장의 동영상에 ‘사찰이 무너지게 하소서’ 자막이 여러 번 나오면서 특정 종교 폄훼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정태근 전정무부시장은 “법적인 조치를 취한 상황이지만 관련 단체가 사과하고 삭제를 한다면 취하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서울시 봉헌 발언이 계속 회자되고 동영상이 유포되는 것을 보면 특정 세력이 이 시장을 종교적으로 편향됐다고 악의적으로 유포하는 것 같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런 관계로 이 전시장은 최근 들어 불교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방 출장을 가는 일정이 있으면 어김없이 지역내 사찰을 방문해 스님들과 친분을 넓히고 있다. 지금까지 부산 범어사, 삼광사, 대구 동화사, 단양 구인사 등 천태종과 조계종을 가리지 않고 찾고 있다.

불교 뉴라이트, 고대 불자교우회
특히 지난달 초에는 강원도 만해마을을 찾아 이례적으로 백담사 오현 스님과 1박을 하며 환담을 나눴다. 이 전시장측에서 친분이 있는 불교계 인사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백담사 오현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스님 등을 꼽았다. 최측근중에 불교 신자인 정태근 전부시장이 불교계 인사들을 앞장서 소개시켜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6일 출범한 불자 애국운동을 표방한 ‘불교 뉴라이트(발기인 대표 대각사 장산 스님)’발족에 정 전부시장이 직간접적인 역할을 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기표 사무총장과 정 전부시장이 친분이 깊다는 연유에서다. 이날 발기인 대회에는 빅3중 유일하게 이 전시장만 참석했다.
또 오는 22일에는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의 주도하에 ‘고려대 불자교우회’가 창립한다. 이 전시장과 고대 선후배 사이의 이 의원이 나서고 있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시장의 불교계 고대 인맥 챙기기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박근혜, ‘독실한 불자’의 딸
박 전대표 또한 불교신자는 아니다. 대학생 시절 세례를 받았다는 얘기가 있어 가톨릭 신자로 전해진다.
대신 박 대표는 최근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매개로 불심을 잡고 있다. 육 여사는 조계종 종정과 총무원장을 지낸 청담 스님이 주석했던 서울 도봉산 도선사를 자주 들렀다. 이 때문에 박정희 전대통령 역시 불교계에 호의적인 정책을 폈다.
박 전대표는 이런 부모님 때문에 직지사 녹원 스님, 도선사 혜자 스님, 그리고 보광사 석관스님 , 대구 동화사 지성 스님, 우문사 주지 스님과 친분이 깊어졌다.
특히 도선사의 경우 박정희·육영수 여사의 위폐가 나란히 걸려 있으며 직지사에는 박정희 위폐가 모셔져 있다. 특히 혜자 스님과 녹원 스님은 지난번 박근혜 전대표가 괴한에게 피습을 당해 병원에 있을 당시 처음으로 병문안이 허락된 인사들이다. 동화사 지성 스님은 ‘선덕화’라는 법명을 박 전대표에게 준 인연이 있고 석관 스님은 매년 박정희·육영수 두 분의 숭모제를 올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불교계 인사 300여명이 불교적인 시각에서 육영수 여사를 다룬 책 출판기념회에 대거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저자인 남지심 작가 역시 독실한 불자로 불교 포교활동에 적극적인 인사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인사는 “참석한 다수가 불교계 인사로 육 여사와 친분이 깊은 사람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고건, 아버지·아내 내세워
고건 전총리는 기독교 신자다. 혜화동에 위치한 창현교회 권사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불교계와 인연이 없지 않다.
공교롭게 종로구 견지동 고건 사무실 정면에 조계종의 본산인 조계사가 위치해 있다. 고 전총리 진영에서는 고 전총리의 아버지 故(고) 고형곤 박사를 내세워 불교계와 연을 이어가고 있다.
고 박사는 저명한 철학자로 동양의 禪(선)과 서양의 실존철학을 접목시켜 불교 철학서 ‘선의 세계’를 집필한 사람이다. 고 전총리는 덕망이 높은 스님을 만날 때 ‘선의 세계’를 선물로 주면서 호의를 표출했다. 천태종 총무원장인 정산스님의 총무원장 취임 축하자리에서도 선친을 언급하며 책을 선물했다.
고건 캠프의 한 측근은 “고 전총리는 부친덕분에 동양과 서양 사상을 두루 섭렵할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고 전총리와 친분이 깊은 불교 인사로는 단연 송월주 전조계종 원장을 들고 있다. 고건의 싱크탱크인 미래와 경제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고 전총리의 부인인 조현숙 여사는 독실한 불자로 틈틈이 불교 인사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유력한 대권주자들의 불심잡기에 불교계는 싫지 않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종교계가 특정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역풍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한 관계자는 “스님들이 정치인과 함께하는 것은 개인적인 성향으로 어쩔 수 없다”면서 “하지만 정치인들이 종교를 가지고 정치 논리로 이용해선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그는 “이명박 박근혜 고건 등 빅3들이 종교를 흔들고 다닌다”며 “자칫 정서적으로 특정 종교에 편향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오히려 역풍이 불 것”이라고 경고를 보냈다.



# 우담바라 작가, 1년6개월 ‘자비로운 육영수’ 출간

소설 ‘육영수’ 출판기념회 박근혜 ‘기대반 우려반’


박근혜 전대표의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의 극적인 삶을 담은 ‘소설 육영수’가 지난 5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스테디셀러’ 우담바라 작가로 유명한 남지심(62)씨가 최근 ‘자비의 육영수’(랜덤하우스 코리아 출판)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 것이다.
다큐멘터리 전기 형식을 띤 ‘소설 육영수’는 독실한 불교신자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고 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육영수 여사는 엄부자모로 대변되는 권위주의적 시대에 가부장적 문화에 살아오던 50~60대들에겐 ‘자애로운 어머니’로 각인된 인사다.
이로인해 박 전대표 역시 육 여사의 머리모양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자애로운 어머니상’을 국민들에게 의도적으로 심기도 했다.
어머니관련 책 출간전후로 박 전대표가 ‘어머니의 리더십’을 자주 거론하는 것도 눈여겨 볼 점이다. 목원대 강연에서 그는 “여성으로서 당 대표도 했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극복하지 못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 박 전대표는 강연 때마다 “여성이다보니 좀 손해를 보고 있는데, 가정이 위기에 있을 때 누구보다 강한 게 어머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강력한 라이벌인 이명박 전시장과 차별화가 필요한 시기에 육 여사에 대한 책이 소설로 출판된 것이다.

남 작가, “정치적 의도 없다”
남 작가는 지난 여름 한 모임에서 육영수 여사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듣고 집필을 결심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출간일이 대선정국과 맞물려 정치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높다는 점을 걱정했다. 당장 ‘불교계’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명박 전시장측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남 작가는 80년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14권의 소설을 냈는데 모두 불교 소재로 일관했다. 그는 또한 90년부터 12년 동안 ‘우리는 선우’라는 불교계 시민단체의 공동대표를 역임하면서 불교계에서 유명한 인사이기도 하다.
그런 남 작가이기에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기에 특정 후보에 유리할 수 있는 소설을 냈다는 점에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남 작가는 본 매체와 통화에서 이런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 여름에 한 부인이 육영수 여사 얘기를 꺼내서 관심을 갖게 됐다”며 “육 여사 관련 책을 읽다가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집필을 시작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망설이다가 어렵게 결정했다”며 “공교롭게도 선거시기에 출간하게 돼서 오해를 받을까 제일 걱정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박근혜, ‘자문 없었다’
한편 박 전대표와 책 출간 관련 만남을 가졌느냐는 질문에 남 작가는 펄쩍 뛰었다. 그는 “박 전대표와 연결시키면 정치적 오해를 받을 소지가 높아 일부러 연락을 하거나 자문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이미 많은 자료를 갖고 있어 자문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 작가는 유정복 전대표 비서실장을 통해 지난 12일 한권을 박 전대표에게 보냈다.
남 작가는 “박 전대표의 어머니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에 아무리 소설이지만 생전에 살아있던 분이고 가족이 잘못됐거나 문제시될 내용이 있을까 시중에 본격 출판하기전 보내는 게 예의일 것 같아서 한부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유 전비서실장은 “박 전대표가 지방에 출장중이라 책을 아직 보진 않았다”며 “허위사실 유포나 개인 사생활 침해 부분 등 문제될 여지가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판 시기가 민감한 만큼 유 실장은 ‘소설 육영수’를 집필할 것을 의뢰하지 않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책 출판과 관련, 자문 여부에 대해서 그는 “전혀 자문해주지 않았다”며 “작가가 자발적으로 집필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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